평택을 제2의 매향리 투쟁으로!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6-05-16 19: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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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근(민주노동당 경기도당 사무처장) {ILINK:1} 평택미군기지 확장저지 투쟁이 4월 말 무장병력을 포함한 군부대 투입사실이 폭로되면서 국방부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세게 일면서 긴장감 속에 지속되고 있다. 국방부는 2회에 걸쳐 형식적인 대화에 응했으나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일방적으로 깨고 군·경을 동원한 대규모 작전으로 행정대집행을 강행하였다. 국방부 장관은 ‘군과 주민간의 직접적인 충돌은 없을 것이다’라는 말과는 달리 특공대 병력과 주민들간의 충돌이 발생되었고 평택을 평화의 땅으로 지키고자 참여한 시민, 사회단체 회원들을 ‘여명의 황새울’이라는 작전명으로 곤봉과 포승줄을 동원하여 강제 진압을 감행하였다.

5월4일 주민들과 범대위 소속 회원들 1500여명의 헌신적인 투쟁은 10배가 넘는 군과 경찰의 물리적 탄압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투쟁을 전개함으로써 국방부의 일방적이며 폭력적인 행정대집행의 야만성을 대중적으로 폭로 하였다. 이러한 헌신적인 투쟁은 5일 범국민 규탄대회에서 전국의 범대위 소속 회원들이 경찰의 봉쇄선을 돌파하여 철조망을 제거하고 평택 논을 유린하는 군병력과 대항하는 투쟁으로 지속되었다.

우리는 평택미군기지 확장저지 투쟁을 보면서 지난 1999년 전개되었던 매향리 투쟁을 떠올리게 된다. 매향리 투쟁은 18년에 걸친 주민투쟁과 미군에 의한 살인적인 폭격장 폐쇄와 평화를 지키고자하는 범국민적 투쟁 끝에 반세기가 넘도록 매향리 주민들을 가위눌리게 했던 미공군 폭격연습장이 완전 폐쇄되었다. 매향리 미군폭격장은 2005년 9월1일부로 한국군에 사격장 관리권이 이전되었고 이후 안전 및 환경처리 사업이 예정되어 있으며, 평화의 상징으로 마을을 조성할 계획으로 분주하다. 주민들과 수많은 국민들이 완강하게 투쟁하면서 외쳤던 ‘매향리의 봄’을 되찾은 것이다.

매향리 투쟁은 지난 1988년 주민들이 구성한 매항리 주민대책위를 중심으로 미군과 한국정부, 국방부를 상대로 폭격장 폐쇄와 피해보상을 요구하며 지속적으로 투쟁해왔던 주민들과 1999년 6월, 역사상 처음으로 미군기지 폐쇄 투쟁을 범국민 투쟁으로 전개하면서 결성되었던 매향리 범국민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6월6일 ‘매향리 미군 국제 폭격장 폐쇄 제1차 범국민 결의대회’가 3000여명이라는 대규모 국민들이 참가하여 성과있게 진행되었으며, 이후 6차에 걸친 범국민 결의대회로 지속되었다. 매향리 폭격장 폐쇄 투쟁은 노동자, 청년, 학생 등 각계 각층의 참여와 지지 속에 확대되어 갔으며, 명동성당 농성투쟁, 매향리 현지 집회, 미대사관과 미8군 사령부, 청와대, 국방부 항의 시위 등 쉼없이 전개되었다. 주민들은 주민등록증 반납투쟁, 주민총회, 농기계 투쟁 등 적극적으로 범국민대책위원회와 함께 완강하게 투쟁하였다.

특히 1차 범국민투쟁을 통해 3000이 넘는 시민들이 대중적으로 미군폭격장 철조망을 철거하고 미군폭격장을 무력화시켰던 국민적 투쟁은 매향리 투쟁을 새로운 단계로 발전시키게 되었다. 또한 신부님을 비롯한 학생, 시민들의 미군 폭격기가 폭격을 감행하는 폭격장으로 진입하여 온몸으로 폭격을 중지시켰던 투쟁과, 하루에도 수십차례 진행되었던 농섬폭격장을 점거하고 맨몸으로 저항하였던 투쟁은 역사적인 투쟁으로 기록되었다. 이후 지속적으로 폭격장 진입이 평화적으로 진행되었으며, 수많은 시민들이 매향리로 기행, 체험, 순례 형식으로 방문하고 집결하게 되었다.

매향리 투쟁이 범국민적 투쟁으로 발전해 나가자 미국과 국방부, 경찰 등 공권력은 무자비한 탄압을 자행했으며, 대대적으로 언론 홍보를 통해 반미주의자들의 폭력행위로 매도하면서, 주민들에게는 계고장을 발부하여 사무실 폐쇄를 강요하고 범국민대책위 간부 및 회원들의 구속과 연행을 대거 자행하였다. 매향리 투쟁으로 구속자 59명, 입건자 500여명으로 수많은 국민들이 공권력에 의해 연행되었으나, 미군 폭격장을 폐쇄하고자하는 범국민적 투쟁의 도도한 흐름을 막지 못하였으며, 결국 기총사격장 폐쇄, 폭음피해 배상 승소, 미군폭격장 완전 폐쇄라는 역사적 승리를 거뒀다.

매향리 투쟁을 돌이켜 보며, 현재 진행 중인 평택 미군기지 확장저지 투쟁이 매향리 투쟁과 유사한 형태로 진행되는 것을 볼 수 있다. 5월4일, 5일에만 평택미군지지 투쟁으로 연행된 시민들이 560명을 넘어가고 있고 구속자만 16명에 다다르고 있다. 미국과 국방부의 물리적 탄압이 도를 넘고 있고, 1980년 광주사태 이후 군병력 투입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감수하면서까지 국방부는 미군들의 전쟁전략기지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는 점이 매향리와 다른 특이한 상황이다. 국방부와 공권력의 탄압이 아무리 거세다 할지라도 매향리에서 보여주었던 범국민적 투쟁의 흐름을 막지 못할 것이다.

향후 주민들의 영농활동을 무력화시키고 강제집행을 위해 철조망을 치고 군병력을 주둔시키며, 군사보호시설로 규정하더라도 수많은 애국시민들은 철조망을 뚫고 평화의 땅 평택으로 집결할 것이다. 우리가 가진 것은 맨몸이지만 평화를 위한 절절한 바람을 무력으로 꺽지 못함을 우리는 매향리로부터 배워왔다. 한사람이 열 사람을, 열 사람이 백, 천, 만으로 확대하여 평택땅 철조망을 걷고 들어가자. 평화의 땅 평택 논으로 들어가 주민들이 뿌려놓은 벼모종을 지켜내자 수백, 수천을 구속시키더라도 평화적으로 경찰을 넘어, 군 병력을 넘어 대추리로 들어가는 투쟁은 승리하는 투쟁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매향리를 넘어 평택의 봄을 우리는 반드시 맞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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