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이 없어 밋밋하기까지 하며, 그렇기 때문에 초반에 형성된 ‘한나라당 절대 우세’ 판세가 좀처럼 변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돌고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이번 지방선거처럼 국민들의 절대 다수가 공감하는 쟁점이 있는 선거도 드물다고 본다. 이번 선거에는 다른 어떤 쟁점도 뒤집거나 근접할 수 없는 ‘절대적 쟁점’이 있기에 선거구도와 판세의 변동이 적을 수 밖에 없다.
그 ‘절대적 쟁점’이란 다름아닌 현 노무현정권의 무능과 실정이며, 자신들이 여당인지 야당인지조차 헛갈리는 집권여당의 자기 정체성 혼란과 무기력에 대한 국민적 분노와 심판 의지다.
집권여당에 대해 ‘너희들로는 안되겠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이번 선거판을 좌우하는 핵심 이슈요 변수다. 다른 모든 선거변수들은 조족지혈에 다름 아닌 셈이다. 집권세력에게 ‘백약이 무효’라는 한탄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런 선거구도 때문에 일찍부터 집권여당 내부에 확산되고 있는 ‘선거패배주의’가 지역감정 선동을 비롯해 이판사판식의 무리수로 표출되고 있는 점은 지극히 우려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한나라당이 네거티브 선거전을 자제하고 정책으로 승부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그래서 더욱 돋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완성이라는 지방선거를 제쳐두고 보다 긴장하고 경악해야 할 일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아무리 선거판이 벌어지고 있다지만, 우리가 도저히 외면하거나 무시할 수 없는 ‘중대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우려돼왔던 ‘남북권력연합설’이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친김정일세력 연합’이라고도 하고 최근에는 ‘노무현-김정일-DJ 3자연합’이라는 말로 표현되는 반민족적, 반민주적, 반인권적, 반통일적 사태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DJ 방북이 오늘날 남북관계는 물론이요 한미관계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 전반에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는 판단은 생각있는 국민들이라면 쉽사리 동의하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J방북을 전면 반대하지 않은 것은, 노령의 전직 국가원수가 개인 자격으로 나라에 봉사하겠다는 ‘겉포장’이 그럴 듯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 자격’으로 방북해 북한권력자들의 자세를 설득하겠다던 DJ방북을 둘러싸고,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들은 대한민국의 존립을 위협하는 중대 사태로 번져갈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그 첫번째가 ‘NLL 포기’로 가시화되고 있다. ‘NLL 사수’를 외치던 정부가 느닷없이 ‘NLL도 협상대상이 될 수 있다’고 북측에 고개를 숙였고, 북측은 ‘DJ 열차방북’ 문제를 만지작 거리며 ‘NLL 무력화’ 기도를 밀어붙이고 있다.
당초 남북장성급회담과 DJ 방북을 위한 실무접촉이 동일한 시기에 열린 것은 ‘우연’이라는 정부측 설명이 무색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북측의 저의에 대해, 이 정부가 정말 몰랐다면 한심한 정부요, 알고도 그런 소릴했다면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과연 어느 쪽이겠는가.
두말할 필요도 없이 남북권력연합 실현을 위해 이 정부가 국민을 속이고 있는 것이다. NLL문제로 남북합의서 군사부분 8개항에 대한 북한측의 논의 참가를 유도하겠다는 것은 분명히 눈속임에 불과하다. 생뚱맞게 노 대통령이 몽골에서 북한에 대해 일방적으로 양보하고 제도적 지원까지 하겠다고 선언했던 그 연장선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아니겠는가.
DJ방북과 그를 통한 ‘정상회담’ 추진 과정에서, 또 어떤 반대급부가 북한권력자에게 ‘조공’으로 바쳐질 것인지 많은 국민들이 우려해왔지만 설마 그것이 ‘NLL 포기’였다니…
NLL을 제물로 ‘노무현-김정일-DJ 3각연대’를 추진하겠다는 것은 대한민국을 팔아 권력을 유지해보겠다는 망국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서해교전에서 산화한 조국수호의 영령들이 지하에서 땅을 치며 통곡할 일이다.
외람되지만 이것은 당면한 지방선거를 제쳐두고라도 우리 한나라당은 물론 온 국민이 분노하고 떨쳐 일어서야 할 일이 아닐 수 없다.
권력연합을 하든 3자연대를 하든 어차피 국민이 심판할 일이니 말리고 싶지 않다. 그러나 그 짓거리를 위해 나라를 팔아먹는 짓도 서슴지 않겠다면 누구라도 서둘러 회초리를 들고 나서야 하지 않겠는가.
“한나라당 찍으면 전쟁난다”는 북측의 무도한 언급도 NLL 포기의 대가인가!
우리 한나라당은 이번 지방선거를 포기하더라도 ‘NLL 지키기’에 떨쳐 일어서야 한다. NLL이 무너지면 그 다음은 대한민국 심장부가 저들의 손아귀로 떨어진다.
<위 글은 시민일보 5월 22일자 오피니언 5면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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