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황에서 지방선거 중 가장 비중있는 서울시장 선거정도가 세간의 관심거리로 회자되고 있다. 선거가 전체적으로 쟁점이 없고 관심거리를 제공치 못하다 보니 서울시장 선거도 그런 가운데 ‘그나마 관심있는 정도’로 치부되는 것이다. 마치 무능과 부패 중에 무엇을 선택할지 관심이 집중된다는 식의 ‘덜 나쁜게 무엇이냐’는 언론보도처럼, 서울시장 선거는 타 지역선거에 비해 그나마 상황이 덜 나쁜 정도라고 봐야할까.
사실 서울의 시장을 뽑는 선거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서울은 우리나라의 수도이자, 인구가 1000만명이 넘는 거대도시이다. 그리고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도시이다.
이름도 역사의 변천에 따라서 개성이 도읍이었던 고려시대에는 양주와 남경으로, 도읍으로 된 조선시대에는 한성과 한양으로, 일제강점기에는 경성으로 해 오다가 해방 뒤부터 공식적으로 ‘서울’로 불리고 있다. 이름뿐만 아니라, 서울이 수도역할을 해 오는 600여년 동안 참으로 많은 것들이 변해 왔다. 그저 변해 왔다면 다행인데, 문제는 차곡차곡 비대해져 왔다는데 있다.
서울만의 인구는 1000만 명이지만, 이 상태로도 포화상태를 넘어선 서울의 주변에 형성된 이른바 ‘위성도시’를 포함해 수도권에 남한인구의 절반가량인 2300만 명이 집중적으로 모여 살고 있다. 한 국가의 인구가 특정 도시와 그 주변에 이 정도로 몰려서 살고 있다는 사례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러한 과밀화문제는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행정수도 이전으로 부각되었는데, 지난 선거 때 처음 거론된 문제는 아니었다. 박정희 정권시절에도 수도 이전을 계획하며 수도 이전의 가장 큰 이유를 인구과밀화에 두고 있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이처럼 서울의 인구집중 문제는 해결 못한 밀린 숙제와도 같은 것이다.
또한 기형적인 인구의 집중은 곧 교육, 문화, 경제, 정치 등 모든 분야의 집중을 동반한다. 정해진 면적의 땅 덩어리에서 인구가 특정한 지역으로 집중된다면, 나머지 지역은 공동현상이 생기게 되는 것 또한 뻔한 이치이다.
교육, 문화, 경제, 정치 등에서 전반적으로 공동현상이 생기게 되면 그곳은 사람살기 어려워진다는 것 또한 자명한 일이다. 특히 갑작스레 인구가 늘어난 환경에서 사람들은 생존을 하기위해 아귀다툼을 벌여야 했고, 지방은 그에 반비례해서 공동화 되면서 살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새로운 서울시장의 가장 큰 임무가 바로 여기서 나온다.
서울시장은 기형적으로 비대해진 서울을 건강하게 추스르는 것과 동시에, 서울에 편향적으로 집중된 영양분을 국내 여러 지역으로 나누어 균형 잡히고 건강한 국가를 만드는 역할을 해야한다.
지방자치시대에 시장이 왜 다른 지역 걱정하냐고, 대통령이 할 일을 왜 서울시장이 하냐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 분들께는 정중히 말하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그냥 그렇게 사시라고. 초등학생들에게나 말할 법한 내용을 성인끼리 주고받을 수야 없지 않은가.
우리는 분명히 의무교육을 받을 때부터 배워왔다. 더불어사는 삶의 가치에 대하여,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에 대하여, 귀에 못이 박히게 그 중요성을 들어왔다. 물론 ‘그 가치는 이상이고 현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악마의 유혹도 함께 들어야 했지만.
아무튼 거대한 수도의 수장으로서 나라 전체의 균형잡힌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면서도 매우 가치있는 일임에는 틀림없다.
또한 서울이 축적해 온 역사와 문화는 말 할수 없이 소중한 것이다. 눈에 보이는 정형화된 문화유산은 물론이고, 권력자의 결심으로 하루아침에 서울의 생명줄을 덮어버렸다, 흘려보냈다 해 온 것과 같은 수난의 흔적까지도, 우리네 삶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역사와 문화의 유무형 기록은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하여 무게있게 가르쳐 주는 미래의 교과서이다. 따라서 문화정책은 그저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는 차원에서 거론될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걸어온 치열한 삶의 자취를 살펴 미래지도를 그리는 설계도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마련되어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 어느 후보도 이러한 문제를 비중있게 다루고 있지 않다.
후보입장에서는 사람이 사람으로 보이지 않고, 표로만 보일때라 그런지 서울이 가진 영양분을 지방으로 나누자는데 반대하는 사람들이 아니 표들이 신경쓰이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들의 관심사는 우리나라의 건강한 발전에 있지않다. 과밀화된 서울에서 권력과 부를 축적한 자신들의 기반을 보전하는데 있다. 자신의 기득권을 사회 공동의 이익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선거과정부터 발목 잡혀서야 되겠는가.
서울특별시장 후보들이 진정으로 서울을 사랑한다면, 서울의 사람들을 사랑한다면, 제발이지 ‘정수기 물에 색소 집어넣는 소리’들은 이제 좀 접어두고, 건강한 서울을 만들 준비를 하기 바란다.
위 글은 시민일보 5월23일자 오피니언 5면에 게재됩니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