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한반도 정세와 남북정상회담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6-05-23 17:5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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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식(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ILINK:1} 최근 들어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지난 3월 이종석 통일부 장관이 한반도에 ‘미묘한 정세 변화’가 있다고 발언한 것은 심화되고 있는 북미간 구조적 대결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그 발언 이후에도 북미 양자의 갈등은 더욱 악화되었고 그로 인해 한반도 정세의 한 축은 긴장과 불안정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이런 미묘한 정세를 반전시키려는 나름의 관심과 노력도 눈에 띠고 있다. 악화 일로의 한반도 정세를 호전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해 들어가는 남과 북의 행보가 읽혀지기 때문이다. 한반도 정세에 개입하는 남과 북의 속내와 본심이 공식적으로 선언되지는 않았지만 최근의 북미간 대결과 중국의 무기력 속에서 남북이 한반도 평화와 민족 화해를 앞당김으로써 ‘미묘한’ 정세 변화를 ‘긍정적’ 정세 변화로 바꾸려는 의지가 포착되는 것은 사실이다. 물론 여기에는 최근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6월 DJ 방북과 노무현 대통령의 몽골 발언 그리고 북측의 다소 적극적인 대남 태도가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미묘한 상황을 맞고 있는 한반도에서 관련국들의 해법 찾기가 제각기 시도되고 있는 것이다.

북핵문제라는 매우 오래된 이슈를 놓고 6자가 머리를 맞대고 씨름하다가 지금 북핵문제는 교착상태를 넘어 어디론가 실종된 듯하다. 오히려 북한문제라는 보다 본질적 고민거리를 놓고 각자가 복잡한 전략적 이해관계를 타산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제 북한의 향후 변화와 거취에 대해 각국이 복잡한 주판알을 튕기면서 손익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미국은 북핵 관심은 제쳐둔 채 압박을 통한 미국식 북한 변화 프로그램을 착수한 듯 보인다. 여기에는 이라크나 우크라이나 등에서 이미 효과가 입증된 이른바 ‘체제변환론’(regime transformation)과 ‘변환외교’(transformational diplomacy) 등의 개념이 작용하고 있다. 당연히 북한은 미국의 이같은 대북정책을 ‘체제전복’ 의도로 간주하고 체제수호를 위한 대미 대결과 ‘3년 버티기’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물론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준거로써 금융제재 해제를 조건으로 걸어 놓고는 있지만 쉽사리 북한의 경계심이 풀리기는 힘들어 보인다. 결국 미국의 대북 정책과 북한의 대미 대결이 마주치면서 지금 한반도는 상황악화의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미국의 대북정책이 북핵문제의 해결을 넘어 북한체제의 근본적 변화를 의도하는 이른바 ‘북한 문제’로 접근하고 있음은 이미 공감대가 형성된 분석이 되고 있다.그리고 이를 위한 미국의 대북 접근방식은 입체적이고 전면적인 압박 정책으로 정리되는 모습이다.

지난 해 말부터 시작된 위폐논란과 금융제재는 직접적으로 북한의 돈줄을 봉쇄하는 탁월한 효과를 보고 있을 뿐 아니라 간접적으로는 북한이 타국과 맺고 있는 정상적 경제거래마저 제한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부시 대통령이 직접 탈북자를 면담하고 과거의 방침과 달리 탈북자의 미국 입국을 전격 수용하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이제 북한 인권 문제는 단순히 정치적 공세의 수단을 넘어 직접적으로 북한을 압박하고 내적 혼란을 유도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효과를 예상케 하고 있다.

미국의 대북 변화를 목표로 한 본격적 압박이 가시화되고 미국식 북한 변화 프로그램이 작동되는 상황에서 중국 역시 한반도에 거들지 않을 수 없음은 당연하다. 지난 해부터 부쩍 거론되고 있고 최근 들어 더욱 구체화되고 있는 이른바 ‘북중 협력 강화’ 현상도 사실은 미국의 최근 행보에 대한 중국식 대응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무산 철광을 50년간 퍼간다거나 나진항에 부두를 건설하고 50년간 조차한다는 식의 단순한 경제협력적 의미를 넘어 보다 큰 구조의 국제정치를 감안하면 최근 강화되고 있는 북중협력은 중국 입장에서 대미 안보적 차원의 고려가 개입되어 있는 것이다. 북한을 동북 4성으로 편입하려 한다는 민족주의적 흥분을 넘어, 중국의 동북부 개발을 위한 북한과의 동반성장 정책이라는 다소 중국을 이해하는 분석을 넘어 오히려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대북 체제전환론에 맞서 중국이 향후 대미 전략 구도 하에서 북한을 견인하고자 하는 ‘중국식 북한 변화론’의 시도까지 분석해줘야 한다. 지난해에 보였던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북핵해결을 위한 중국의 적극적 노력은 요즘 찾아보기 힘들다. 4월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후진타오 주석과 부시 대통령은 서로의 입장 차이를 확인했지만 북핵문제 해결에 그리 절실하지 않다는 면에서는 양국이 공감대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처럼 북한의 향후 변화와 관련해 진행되고 있는 북미간 대결 구조 그리고 중국의 전략적 개입 상황에서 우리 한국이 언제까지 뒷짐만 지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미묘한 정세변화에 적극 개입하기 위한 노력을 시도해야 할 때인 것이다. 이 맥락에서 최근 몽골에서의 노무현 대통령 발언은 악화되고 있는 대외정세를 한국이 주도적으로 전환시켜보고자 하는 적극적 개입의지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미국의 북한문제에 대한 접근이 압박을 통한 북한 변화로 정리되고 있다.

위 글은 시민일보 5월24일자 오피니언 5면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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