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이번 강금실의 50일간의 정치 여행은 마치 체게바라가 23살의 나이에 모터사이클을 타고 시작한 9개월간의 긴 중남미 여행에 비유하고 싶다. 체게바라가 그 여행을 통해 혁명가의 길을 걷게 된 것처럼, 강금실은 어려운 상황에서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뛰어 들었고 선거운동 과정을 통해 정치 지도자로 변모해 간 것이다.
불과 4주 전인 지난 5월4일 영등포역까지 지하철로 이동했을 때만 해도 강 후보는 겨우 네다섯명의 승객들과 가벼운 악수를 나누고 빈 자리에 앉아 버리는 도저히 서울 시장 후보자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그녀는 구세군 브릿지 센터 노숙자들, 그리고 쪽방촌 거주자들과 종묘 공원에서의 노인들과의 대화를 통해 서민들의 삶을 알아갔으며 고용안정센터, 대한노인회 서울연합회, 극단 연습실, 봉제공장, 새벽 인력시장 방문 그리고 서울역과 군자차량기지 그리고 남대문 시장을 비롯한 각 지역의 재래시장 방문 등을 통해 노인, 장애인 그리고 청년들의 삶을 발로 뛰며 눈으로 직접 확인 하였다. 그리고 서민들의 삶의 고통에 대해 눈물로서 공감하였다.
그후 그녀는 무섭게 변해갔다. 그런 과정을 통해 그녀는 기존 정치에 대해 분노하게 되었고 자신이 왜 정치를 해야 하는지, 그리고 왜 시장에 당선되어야 하는지를 더욱 절감하게 된 듯하다. 시민을 만나는 자세도 눈에 띄게 달라졌다. 유세에서의 발언도 길어지고 힘이 있어졌다. 그녀의 발언은 현장에서의 체험과 경청한 바를 토대로 한 것이었기 때문에 흡입력이 있었다.
본격적인 선거운동 첫날인 5월18일 저녁 명동 유세에서 18분여 가량의 연설을 통해 그녀는 “그동안 열린우리당과 정치인들은 무엇을 하였느냐”고 분노에 차서 포문을 열었다. 아울러 “이제 정치인들에게 속지 말고 시민들이 직접 나서자”고 시민주체성을 강조 하였다.
이어진 72시간 마라톤 유세는 각종 악재로 인해 최악의 불리한 정세 속에서 진행되었다. 72시간 유세에 돌입하기 전날 아침 강 후보는 함께 할 의원들(우원식, 이인영, 임종석 그리고 필자)과 함께한 자리에서 ‘침묵’을 주문하였다. 가급적 언론에 노출하지 말기를 동참하는 의원들에게 당부하였다. 당장 급한 데도 언론을 이용하지 말자는 것이다.
오 후보의 정수기 광고 건이 나왔을 때도 강 후보의 입장은 그만 하자는 것이었다. 이렇듯 그녀에게 72시간 마라톤 유세는 승리를 위한 전략적 결단이 아니라 한국 정치의 새로운 장을 여는 신성한 의식이었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그녀는 72시간 동안 무려 51군데의 유세지역을 순회하면서 2만명 이상의 시민과 직접 만났고 연설을 통해 진정한 의미의 서민을 위한 정치가 어떠해야 하며 정치를 바꾸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것을 역설하였다. 그녀의 얼굴은 핼쑥해졌지만 그녀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힘이 있었다. 처음부터 그녀의 건강을 걱정했던 사람들은 혀를 내둘렀다. 후보들과 함께한 의원들의 지친 기색과는 너무 대조적이었기 때문이다.
강금실 후보는 72시간을 성실히 보냈다. 평소 잠이 많은 편인 그녀로서는 견디기 힘든 조건 속에서도 의식적으로 눈을 붙이지 않았다. 그런 상태에서도 그녀는 맹랑할 정도로 밝고 즐거운 마음으로 행군해 왔다. 지난 29일 오찬을 하면서 공식 선거운동 마감일을 하루 앞두고 유세차 위에서 시민들과 만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자 그녀는 “재미있겠네요”라고 그야말로 천진난만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선거에서 한참 지고 있는 후보의 표정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그녀는 그렇게 시종일관 즐겁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행군해 왔다. 물론 유세차로 이동하는 안은 후보의 체력을 감안하여 폐기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50여 일 동안 특히 72시간의 마라톤 유세는 우리 사회의 재발견의 계기가 되었고 나아가 자신이 정치인으로 거듭나는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아울러 정치를 혐오의 대상으로 관점에서 벗어나 일상인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라는 인식의 전환을 하였다. 나아가 참여정부가 채 못한 ‘시민참여’ 그리고 열린우리당이 채 못한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의 모습에 대한 새로운 상을 제시한 것이다.
필자 또한 강금실 후보와 정치여행을 함께 하면서 많은 것을 깨달았다. 사람들과 함께 하지 않으면 그리고 진정으로 그들의 목소리에 기반하지 않는 주장은 아무리 지고지순한 가치를 지닌다 하더라도 정치적인 힘이 될 수 없다는 것. 법과 제도의 개혁 보다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국민들이 왜 우리당에 실망하고 등을 돌렸는지 그리고 그동안 우리당 지도부의 수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지도 깨달았다.
그런 가슴 벅찬 깨달음과 거듭남의 연속이어서 인지 우리당의 참패 소식 앞에서도 의기소침해지지 않는 자신을 본다. 그것은 바로 리더 강금실을 만났기 때문이며, 강금실로부터 희망을 보았기 때문이며, 다시 뛰면 된다는 확신에 차있기 때문이다.
위 글은 시민일보 6월5일자 오피니언 5면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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