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군은 아마도 김씨 세도를 무찌르고 나서 이제 세상의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하였을 것입니다. 그때 당시의 기득권 세력은 외척임을 끈으로 하여 세상을 농단하던 그 세력들이었습니다. 그리고 대원군은 자신에게 저항하려는 세력들을 소탕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서원을 완전히 말살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때까지 기득권에 매달리면서 백성들을 무시하고 탄압한 것으로 비쳤던 그 서원세력들, 양반세력들을 소탕하면서 대원군은 자신감을 얻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며느리를 얻으면서도 결코 외척이 날뛰지 못하도록 아무런 배경도 연줄도 없는 여흥민씨 민비(명성황후)를 택하였습니다. 결국 자신이 뜻하는 바가 모두 옳았다고 생각하고 이를 밀어 붙였던 것입니다. 한동안 나라는 그저 별다른 말썽없이 가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대원군은 깨닫지 못하였습니다. 대원군은 스스로가 기득세력이 되어 간다는 것, 그리고 항상 믿을 사람만을 믿어서 자기 편만을 감싸다 보니 정말이지 편가르기 정권이 되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내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생각만으로 가득차고 말았습니다. 내편이 아니면 무조건 타도해야 한다. 내편이 아니면, 나를 해치는 사람이며 나를 해치려는 사람은 결국 나라를 망하게 하려는 사람이라는 나름대로의 논리를 세워서 그저 편을 가르고 내편이 아닌 사람들은 나라를 망하게 한다는 확신으로 결국 나라의 힘을 반으로 줄여 놓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러한 대원군이었기에 안방장군, 구들장군으로서는 참으로 용맹하였으나 안방(조선)을 벗어난 외국의 동향이나 역사의 흐름은 전혀 알지 못하였습니다. 아니 알려고도 하지 아니하였고 안 다음에도 이를 외면하려 하였던 것입니다. 대원군이 들어섰던 그 중요한 시기에 외국의 통상교섭이 있었으나 대원군은 외국의 세력들은 나를 위협하는 자들이고 나를 위협하면 결국은 나라를 망치려는 자들이라는 논리에 취하였던 것입니다.
척화비라는 것 있지 않습니까? 외국의 무리들을 오랑캐로 보고 이를 배척하는 것이야말로 애국애족하는 것이라는 그 거창한 이름의 척화비. 대원군은 그 척화비를 세우면서 내정의 어지러움도 가리려는 생각을 하였던 것입니다. 외국의 침략이 있을 것이라고 국민들을 협박하고 오로지 나를 중심으로 해서 단결해야 한다는 그런 단순한 논리를 개발하였던 것이었습니다. 외국의 개방압력이 없었더라면 어찌했을까 하는 정도로 이를 반겼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미국의 선박을 물리치고 프랑스의 군인들을 물리친 다음에는 이제 정권을 더욱 공고히 하려는 의지를 더욱 다졌던 것이지요. 그리고 나서는 이제는 부쩍 성장해온 민비와의 대결로 인생을 마감하였던 것입니다. 저는 우리의 역사를 보면서 특히 대원군과 민비, 그리고 고종을 생각하면 정말이지 답답해집니다. 일본에서는 명치천황이 들어서서 일사불란하게 외국에 대처하고 있던 그 때에 어쩌면 우리들은 고부간의 갈등이 아닌 시아비와 며느리의 갈등으로 시종하였던 것인지 그리고 그 가운데서 고종은 어찌도 그렇에 눈만 멀뚱하게 뜨고 편안하기만 하였던 것인지…
돌이켜 지금의 상황을 생각하여 봅니다. 이제 우리 경제의 어려움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의 경제를 지탱하여 왔던 수출이 줄어들고 경상수지도 적자로 돌아선 이 때에 미국와의 자유무역협정이야말로 우리 경제가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그 길이 우리들의 탈출구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노무현 대통령이 정말이지 외로운 처지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 본인은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을 통과시키려고 하는데 정작 집권여당이라는 열린우리당에서 이를 반대하고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밀어 주었던 세력들이 그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탄핵 덕에, 그 거센바람 속에서 다수당이 된 그 집권당이 대통령의 의지와는 반대로 개방이 아닌 폐쇄의 길로 가자고 하고 있으니 정말이지 한심하기만 합니다.
이제 한나라당이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당장의 고통이 있더라도 일부의 손해가 될지라도 어쩌면 일시적으로 여론에 밀릴지라도 우리들은 우리들의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래서 안방이 아닌 저 광활한 대지에서 경쟁하고 싸우고 화합하는 그 진취적인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과거에 집착하는 열우당, 나라안의 싸움에만 이기려는 열우당, 정말이지 마음이 닫혀버린 그 닫힌 당에 우리들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습니다. 야당으로서 일시적으로는 인기가 떨어지더라도 올바른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금년이 지나면 이제 선거의 해가 되어서 정말이지 소중한 기회를 놓쳐버릴지도 모릅니다. 한미 FTA야말로 한나라당이 책임지고 추진하여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위 글은 시민일보 6월13일자 오피니언 5면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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