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들은 한국 정치와 한나라당의 변화에 대해 아직 배고프다. ‘더 많은 변화, 더 많은 혁신!’은 여전히 한국 정치와 한나라당의 키워드가 되어야 한다. ‘변화와 혁신’은 부패 청산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불거진 공천 비리는 부패의 고리로부터 아직 단절하지 못한 당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어떻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는가? 국민들은 당의 부패가 당의 중심부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었다. 박근혜 대표의 상징성과 오세훈 김문수 후보의 이미지는 부패와 잘 연결되지 않는다. 이것이 당 전체가 비리 집단으로 매도되지 않는 이유였다. 이제 중앙당 차원의 부패는 사라졌으나, 아직 남아 있는 폐습과 부패의 잔재와 계속 싸워야 한다. 이를 통해 미래를 위한 변화의 토대를 굳건히 해야 한다.
‘변화와 혁신’의 방향은 미래 국가경영세력의 창출에 있다.
국민들은 참으로 대한민국호를 걱정하고 있다. 산업화의 신화와 민주화의 신화에 이은 선진화의 신화를 보고 싶어 한다. 그 속에서 국민들이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길 기대하고 있다. 국민들은 이를 주도할, 믿고 맡길 수 있는 국가경영세력의 창출을 염원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높은 이유는 박근혜, 이명박, 손학규와 같은 대권 주자들에게서 그 가능성을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한나라당이 미래 국가경영세력으로서 듬직하다고 국민들은 생각하지 않는다.
차기를 책임질 미래 국가경영세력에게 요구되는 것은 발전 능력과 통합 능력이다. 발전 능력은 우리나라를 선진화시키는 능력이다. 정부의 역할을 명확히 하고 선진화를 위해 해야 할 일만 정확하게 하는 정부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하여 시장의 활력과 성장의 동력을 되찾고, 인재 대국을 만들며,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대우 받는 환경 속에 개인의 자발성과 자생성을 강화하여 양극화를 해소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원칙에 충실한 실용 외교’를 통해 국가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 가장 현실주의적인 방법으로 평화 통일의 길을 모색할 수 있어야 한다.
통합 능력은 국가의 비전을 중심으로 국민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 넣고, 문제 해결을 향해 국민들의 에너지를 모을 수 있는 능력이다. 이런 능력은 양극화와 고령화 사회에 대한 대응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특히 모든 문제들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능력이 더욱 긴요해지고 있다. 시장과 정부, 시민사회를 넘나들면서 문제 해결에 대한 책임을 공유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비전 제시 능력과 자신감, 복합적인 사유와 유연성, 조정 능력과 협상력, 관용과 공동체 정신 등이 필수적인 요건들이다. 이런 통합 능력을 갖기 위해서는 교조적 수구 우파가 아니라 개혁적 중도 우파가 이니셔티브를 발휘해야 한다.
대중들은 골리앗을 좋아하지 않는다.
지방 선거에서의 압승이 2007년 정권 창출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이것은 이미 2002년 지방자치 선거의 압승에도 불구하고 불과 6개월 후에 대선 패배를 가져왔던 상황을 연상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오히려 지방선거에서의 압승은 한나라당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압승을 챙겨준 국민들은 한나라당에 더 많은 것을 기대할 것이고, 이것은 거꾸로 한나라당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더 큰 비판의 화살이 돌아올 것임을 의미한다.
대중들은 기본적으로 골리앗을 좋아하지 않는다. 한 정당이 너무 많은 힘을 갖고 휘두른다고 생각하면 즉각 등을 돌리는 것이 대중들의 속성이다. 지금 열린우리당이 처한 곤경도 근본적으로 여기서 출발한다. 대선과 총선을 거치며 거대 여당을 만들어준 국민은 이들이 오만과 독선에 빠진 것이 확인된 순간 이들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지방 권력의 대다수를 장악한 한나라당이 오만한 모습을 보이거나 기득권을 가진 정당처럼 행동하지 않도록 겸손함과 진지함, 자기 성찰과 중단 없는 혁신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싱크 탱크를 강화하고, 싱크 넷을 구축하라.
미래 정당은 지식 정당이다. 당의 지식력이 결국 그 당의 품질을 결정하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원내 정당 정책 정당을 지향한다는 점을 당헌에 명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정책 정당으로서의 본격적인 면모는 갖추지 못하고 있다. 정책위의 활동은 개선되고 있지만, 당의 정책 능력과 지식 능력의 체계적 조직화는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의 개별적 활동에 의존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을 뿐이다. 정책정당으로서 대선을 준비하고, 국가경영의 청사진을 마련하려면 당의 싱크 탱크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의도연구소가 제 기능을 해야 한다. 여의도연구소가 애초의 전망대로 발전하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여의도연구소는 대선에서 정책적 주도권을 발휘할 수 있는 공약과 전략의 개발에 집중하는 한편 당과 지식사회를 연결하는 매체 역할을 해야 한다. 누가 더 지식사회를 포괄적으로 광범위하게 연계할 수 있는가가 지식정당을 위한 관건이다. 지적·도덕적 헤게모니는 이로부터 창출된다.
<이글의 전문은 박형준 의원 홈페이지에 게재돼 있습니다.>
위 글은 시민일보 6월 19일자 오피니언 5면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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