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보좌관제, 예산낭비 아니다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6-12-17 17: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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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하 승 편집국장 {ILINK:1} 경기도의회가 인턴보좌관제 도입을 위해 12억8000여만원을 내년 예산에 편성해 논란이 일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행정자치부가 경기도에 대해 재정적 불이익을 주는 것은 물론 지도·감독권을 발동, 전면적인 감사에 나서겠다고 예고해 파장이 예상된다는 것.

실제 경기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지난 15일 오전 1시께 도의회사무처 예산(안)에 신규 항목 ‘행정사무감사지원 인턴운영(일시사역인부임)’을 만들고 12억8424만4000원을 편성했다.

이어 도의회는 이날 오전 10시 본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예산안을 최종 의결했으며 김문수 도지사도 이에 동의했다.

그러나 이같은 도와 도의회의 예산편성은 지방재정법과 대통령령 등을 모두 위반한 사실상의 ‘불법’행위라는 것.

지방자치법은 지방의원에 대해서는 보좌관 제도 도입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행정사무감사시 인력지원이 필요하면 사무기구 직원이 보좌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날 광주시의회도 유급 인턴보좌관제를 도입하려는 계획이 광주시장의 동의 불가 입장에 따라 무산됐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예산을 강행 처리해 파문을 낳고 있다.

앞서 전남도의회도 지난 7일부터 열리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행정사무감사 지원인력(유급 인턴 보좌관)’ 예산 7억4400만원을 수정예산으로 반영해 줄 것을 전남도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는가 하면, 충북도의회도 지난 달 20일 의원 전체 간담회를 열고 유급보좌관 도입을 강행키로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유급보좌관제 도입에 대해 행정자치부가 법적 근거가 없다며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996년 서울시의회가 서울시의 반대를 무릅쓰고 통과시킨 유급보좌관제 신설 조례 개정안이 대법원에서 무효판정을 받은 사실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명목상 ‘행정사무감사 업무 보조’를 내세웠으나 1년에 일주일 남짓 열리는 행정사무감사 보조를 위해 연중 고용을 한다는 점은 상식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물론 법률상으로만 따지자면, 이런 지적이 틀린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인턴보좌관제가 과연 예산낭비인가 하는데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

우선 인턴보좌관제를 도입, 시행하고 있는 서울시의회의 경우 의정활동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실제 지난 7월 이후 11월까지 다섯 달 동안 의원들이 시에 요구한 자료는 모두 3465건으로, 제6대 시의회 개원 직후인 2002년 7~11월 요구자료 건수 1474건보다 무려 2.3배나 많다.

이로 인해 집행부인 서울시가 곤혹스런 상황에 처했다는 소리가 들린다.

시의회가 나서 불요불급한 예산을 삭감하거나, 낭비되는 사례를 막는 일도 수두룩하다.

서울시의회는 지난 15일 본회의를 열어 서울시가 당초 제출한 예산안 16조9700억원보다 490억원 삭감된 16조9210억원의 수정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일반회계는 서울시의 당초 예산안보다 145억원 줄어든 11조3585억원으로, 특별회계는 당초 예산안보다 345억원이 삭감된 5조5625억원으로 확정됐다.

부문별로 보면 재무관리 예산이 당초 1684 억원에서 145억원이 삭감됐으며, 환경관리비도 당초 976억원에서 57억원이 삭감됐다. 예비비도 당초 1860억원에서 468억원이 삭감됐다.

반면 사회보장비 예산은 소외 여성과 아동지원, 청소년 문화공간 확충 등에 쓰일 예산이 증액되면서 당초 예산인 1조7632억원보다 177억원이 늘어났다.

당장 필요하지 않거나 지나치게 많이 책정된 예산은 줄이고, 시민 삶의 질을 높일 복지와 환경부문의 예산을 늘렸다는 말이다.

이런 예산편성이 가능한 데에는 유급시의원제로 인해 유능한 인재들이 시의회에 많이 진출한데도 원인이 있겠지만, 인턴보좌관제의 활용으로 그만큼 시의원들의 의정활동이 충실해 진 것도 주요 원인일 것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인턴보좌관제를 제도적으로 용인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십수억원의 예산을 사용하고 수백억원의 예산낭비를 막을 수만 있다면, 그게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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