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선도탈당론’ 되풀이 되는가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7-01-07 18:2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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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하 승 편집국장 {ILINK:1} 열린우리당 염동연 의원이 최근 “1-2월 중에 열린우리당을 탈당, 통합신당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화제가 되고 있다. 이른바 ‘선도 탈당’을 통해 통합신당의 물꼬를 트겠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염 의원은 동반 탈당할 의원을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 졌다. 물론 원내 교섭 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요건인 의원 20여명을 규합하기 위해서다.
현재로서 그의 선도탈당 가능성은 100%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염 의원 이외에도 탈당 의사를 밝힌 의원들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염 의원과 함께 동반 탈당할 의원들의 수는 얼마나 될까?
그리고 누가 그 대열에 합류할까?

사실 단순히 원내대표를 구성할 수 있는 수준의 20~30명의 탈당이 이뤄지느냐 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이지만, ‘누가 탈당하느냐’하는 문제 역시 그 숫자 못지않게 중요하다.
일단 당 주변에서는 탈당 러시가 이어질 경우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을 만큼의 대규모 동반 탈당이나 도미노식 연쇄 탈당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김근태·정동영 등 전현직 당의장과 원내대표들이 7일 회동을 갖고 대책을 논의한 것도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 때문일 것이다.
오죽하면 문희상 전 의장이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자중지란과 적전분열도 이 정도면 기록감”이라며 한탄했겠는가.

하지만 이미 탈당의사를 굳힌 의원들을 만류하는 일이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파괴력을 지닌 당내 인사들이 그 대열에 합류하느냐 여부가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로서는 그런 인사들의 탈당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염의원 등의 탈당으로 인해 지지부진하던 범여권의 통합신당 논의가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점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이로 인해 가장 득을 보게 될 사람은 고 건 전 총리일 것이다. 고 전 총리는 이미 3, 4월 경 신당을 창당하겠다는 뜻을 공공연하게 밝혀왔고, 염 의원 등의 탈당으로 탄력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은 2년6개월 전 민주당 분당과정과 너무나 흡사하다.
당시 민주당 신구주류간에 신당 갈등 해소를 위한 대화가 진행되고 있었으나, 신주류 소장파 의원 일부의 `선도 탈당설’이 고개를 들고 나온 일이 있었다.

실제 소장파 의원 13명이 지난 2003년 7월25일께 전격 탈당, 9월 정기국회전에 한나라당 탈당파 의원 5명과 개혁국민정당 김원웅 대표, 유시민 의원 등과 함께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한 뒤 정치권 외곽의 신당세력과 신당창당을 본격 추진한다는 구체적인 시나리오까지 거론된 일이 있었다.
이 같은 선도탈당설은 교착상태에 빠진 신당논의에 물꼬를 트기위한 `승부수’ 였다.
물론 시나리오대로 진행되지는 않았으나, 선도탈당론은 결국 분당을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됐고, 신당창당은 그 후에 탄력을 받게 됐던 것이다.

당시 민주당을 지키려는 사람들보다 당을 쪼개고 나가야 한다는 사람들의 수가 훨씬 더 많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현재 열린우리당을 지켜야 한다는 의원은 아무리 많아도 40명 내외다.
그런데도 왜 이와 같은 ‘선도탈당론’이 되풀이되는가. 그냥 ‘훌훌’털고 나오면 될 것을 왜 ‘미적미적’거리느냐 하는 말이다.

우선 탈당 시 막대한 국고보조금을 포기하는 출혈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의 법통을 지킬 경우 기본적으로 42억원의 국고를 보장받고, 여기에 의석수에 따라 ‘+ 알파’가 추가되지만 탈당하고 나면 ‘그림의 떡’이 되고 만다.
한 지붕아래 살면서도 각방을 쓰는 부부처럼 서로 갈등하지만 탈당이 쉽지 않은 것은 이 때문이다.

또 비례대표의 경우 의원직을 포기해야 한다는 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민주당 분당 당시, 신당 합류가 유력하던 박금자 전 의원이 비례대표 의원 배지를 달기위해 민주당 잔류를 선택했던 것이 그 단적인 사례일 것이다.
통합신당이라는 대의명분 앞에 ‘실리(實利)’라는 장벽이 가로막고 있을 경우, ‘선도탈당’이라는 처방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다만 그처방이 약이 될지 아니면 독이될지는 현재로서는 아무도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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