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수요모임은 ‘박쥐모임’인가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7-02-01 19:03:26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고하승 편집국장 {ILINK:1} 한나라당 개혁소장파 의원들의 모임인 ‘새정치수요모임’이 다음 주에 해체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난 31일 수요모임의 관계자 5명(남경필 원희룡 박형준 이성권 박승환 의원)이 모처에서 만나 이 문제를 논의했으나, 참석자가 적어 최종결론을 내지 못했다. 따라서 회장을 맡고 있는 남경필 의원이 소속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한 후 다음 주 모임에서 최종 결론을 내리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이는 이미 예견된 일로 그리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원희룡 의원의 지적처럼 소속 의원들이 대세론에 따라 특정 주자의 캠프에 ‘우르르’ 몰려가 활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요모임은 이미 그 존재의 의미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실제 수요모임 소속 의원들 가운데 진수희, 이성권 의원은 이명박 전 시장 캠프의 공보특보단으로, 주호영 의원은 비서실장으로 각각 확정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박형준 의원은 이명박 전 시장 캠프의 한나라당 경선 준비위원회 대리인으로 1일 `2007국민승리위원회` 위원에 선임됐다.

뿐만 아니라 수요모임의 실무 책임자격인 윤석대 사무처장마저 이 전시장의 대선캠프 조직책으로 내정됐다는 소식까지 들리는 형국이다.
반면 손 전지사 측은 정문헌 의원이 원희룡 의원 측은 김명주 의원이 각각 캠프의 경선 준비위원회 대리인으로 `2007국민승리위원회` 위원에 선임됐을 뿐이다.

물론 박근혜 전 대표를 겉으로 드러내 놓고 지지하는 의원은 한 명도 없다.
수요모임 한 관계자는 ‘대세론에 따라 이명박 전 시장에게 줄서기 한 것 아니냐’는 시민일보 기자의 질문에 “수요모임의 이념과 노선 등 정치적 입장은 이명박 쪽에 가깝다. 박근혜 보다는 그래도 이 시장이 개혁세력에 더 우호적이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물론 박 전 대표보다는 이 전 시장이 더 가깝다는 그들의 주장은 어느 정도 맞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수요모임의 이념이나 노선 등 정치적 입장을 면밀하게 살펴 볼 때, 그들은 이 전 시장이 아니라 마땅히 손 전 지사나 원 의원을 지지했어야 옳다.
실제 수요모임 소속의 모 의원은 “나도 이미 다른 캠프에 가있어 모임에 참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성향대로라면 나뿐만 아니라 다른 의원들도 손 지사나 원 의원을 지지해야 하지만 이해관계에 따라 거취를 달리했다”고 고백했다.

오죽하면 권영세 최고위원이 “(수요모임이) 어떤 면에선 ‘너무 정략적이었지 않았나’ 하는 의문이 든다”면서 “사실 소장파가 지금까지 견지해온 입장을 놓고 볼 때, 손학규 전 지사를 지지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보는데, 실제로는 유력 대선후보를 지지하고 있어 소장파들조차 개인적 이해득실을 고려해 줄을 서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개탄했겠는가.
그러면 이 전 시장 캠프에 가담한 사람들이 말하는 ‘이해관계’, 혹은 ‘이해득실’이라는 게 무엇인가. 바로 ‘대세론’에 의한 ‘줄서기’를 의미하는 것 아니겠는가.
이런 의미에서 수요모임 소속 의원들은 ‘박쥐’라는 비난을 받아도 싸다.
사실 개혁소장파 의원들이 이처럼 ‘박쥐’ 모습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6대 국회 시절 한나라당에는 수요모임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미래연대’라는 모임이 있었다. 미래연대는 원내외 지구당위원장급 30여명이 주축을 이루면서 ‘당의 개혁’을 주창했었다. 그러나 2003년 당권 싸움 속에서 개혁성향의 서청원 전 대표를 버리고, 심지어 미래연대가 내세운 김부겸 의원마저 외면한 채 대세론에 따라 대부분의 소속원들이 최병렬 의원 앞으로 줄서기를 하고 말았다.

그보다 앞서 이들은 이회창 전 총재의 대세론에 따라 그를 맹목적으로 추종한 이력도 가지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그동안 줄곧 ‘개혁’을 운운하다 막상 목소리를 높여야 할 시점에 다다르자 동지인 원희룡 의원이나 손학규 전 지사를 버리고 이명박이라는 대세론에 무릎 꿇는 수요모임이나, ‘당의 개혁’을 외치다가 개혁성향의 서청원 전 대표를 외면하고 최병렬 대세론에 엎드린 ‘미래연대’나 모두 한가지로 ‘박쥐모임’ 일 뿐이다.
하지만 박쥐가 모이는 곳은 양지가 아니다. 어둡고 음습하고 어딘가 모르게 칙칙한 곳을 좋아하는 게 박쥐의 습성이다.

박쥐가 따라다녔던 이회창 전 총재나 최병렬 전 대표가 오늘 날 어찌 됐는지를 되돌아보면, 그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 희생양은?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