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담금질을 거쳐야 강철이 된다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7-02-27 19:5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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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하 승 편집국장 {ILINK:1} 후보검증 요구에 시달리고 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지난 26일 “당의 화합을 위해 어느 후보에 대해서도 검증을 제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이날 낮 서울 염창동의 한 음식점에서 당 사무처 관계자들과 가진 오찬에서 “나는 이미 검증을 받고 있고, 받을 준비가 돼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의 발언은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검증 요구가 마치 ‘당의 화합을 깨는 해당행위’인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검증을 회피하는 행위야말로 ‘해당행위’가 아닐까?

경선 과정에서의 후보검증은 같은 당 사람들에 의해 진행되기 때문에 적당히 넘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본선 레이스에 돌입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상대 정당 후보에게 “지금처럼 후보검증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말하면, 그 쪽에서도 “우리도 후보 검증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순순히 응해 줄까?

아니다. 오히려 숨겨진 치부들을 들춰내기 위해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터뜨릴 기회만 노리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 범여권 진영에서는 한나라당 모든 대선후보들에 대한 ‘X파일’을 완성시키고, 흠집이 많은 자가 경선에서 승리하기를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것도 아주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즉 경선 과정에서 후보 검증을 적당히 넘겼다가는 상대당 후보 측으로부터 무수히 얻어맞고, 결국 한나라당의 집권이 무산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검증을 요구하는 행위가 ‘해당행위’인 것이 아니라 검증을 회피하는 행위야 말로 ‘해당행위’가 아니겠는가.

사실 한나라당은 지금 국민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당의 입장에서는 후보자 간 상호검증이야말로 ‘필승’의 비결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범여권 진영에서는 한나라당에서 누가 후보로 결정되든 막강한 정보기관 등을 이용하여 철저하게 흠집을 찾아낼 것이며, 그곳에 가혹한 매질을 해 댈 것이란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 아니겠는가.

따라서 “당의 화합을 위해 어느 후보에 대해서도 검증을 제기하지 않을 것”이란 이 전 시장의 발언은 옳지 않다.

오히려 당을 위해서나 검증에 자신이 있다면 상대후보에게도 당당하게 검증 요구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특히 검증은 당을 위한 것만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실제 국민들은 검증된 사람을 대통령으로 선택하려는 욕구가 강하다. 특히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택한 유권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이번만큼은 반드시 검증된 사람을 선출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명박 전 시장은 이처럼 검증을 회피하는 인상을 풍기는 발언을 하고, 그의 측근들은 검증요구가 마치 ‘네거티브’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으니 걱정이다.

거듭 말하지만 ‘후보검증’과 ‘흑색선전’은 다른 것이다.

가령 이 전 시장이 “지난 96년 총선 당시 선거법 위반 사실을 숨기기 위해 자신의 비서관인 K씨를 해외로 도피시킨 일로 처벌을 받았다”며 이에 대해 도덕성 검증을 요구하는 것은 ‘네거티브’가 아니다.

‘네거티브’라는 것은 허위사실에 기한 공격 내지는 허위사실을 사실인 것처럼 만들어 경쟁자를 공격하는 행위다. 그러나 이처럼 명백한 사실을 근거로 그의 도덕성에 대한 검증을 요구하는 것은 흑색선전이 아니다.

국민은 ‘네거티브’와 ‘후보검증’을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무식하지 않다.

특히 “상대에게 후보검증을 안하겠다”는 이 전 시장의 말을 ‘착한 공자님 말씀’처럼 받아들일 국민은 더욱 없을 것이다.

오히려 “나는 검증 요구를 안 하겠으니, 제발 너도 하지 말아 달라”고 통사정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이것은 링에 오른 권투선수가 스파링 상대에게 “내가 살살 칠 테니, 너도 치는 흉내만 내 달라”는 것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설사 그렇게 해서 승리했다고 치자. 그럼 본 시합에 나가서도 상대선수에게 그런 요구를 할 수 있을 것 같은가?

거듭 말하지만 후보를 검증해야 한다는 요구는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특히 지난 2002년 대선에서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아 놓고 후회하는 시점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다시 말하지만 담금질을 두려워해서는 강철이 될 수 없다. 우리 국민은 담금질 과정을 거친 후보가 나와서 멋지게 국정을 이끌어 나가 주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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