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하승 편집국장 {ILINK:1} 최근 서울 성동구의 이호조 구청장을 만나 간단하게 점심식사를 함께 한 일이 있다.
대부분의 공직자 출신 구청장들이 ‘매니저형’인데 반해, 그는 ‘리더형’이 확실한 것 같았다.

리더형 구청장이 이끄는 성동구는 확실히 무엇인가가 달라도 크게 달랐다.
서울시민들 가운데 상당수가 ‘동사무소 직원들이 선생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소리를 한번 쯤은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발지가 바로 성동구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시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실제 성동구는 올해 사근동·마장동·도선동 등 11개 동사무소에 저소득층 자녀 공부방을 열었다. 이를 위해 강사 경험이 있는 대졸 직원 등 20명을 강사 요원으로 동사무소에 배치했다. 이들은 담당 업무를 하다가 수업시간이 되면 주민자치센터내 강의실로 이동한다.

대학생이나 주민들이 자원봉사 형식으로 공부방을 마련한 경우는 종종 있지만, 성동구처럼 직원 인사발령을 동사무소에 내고 공부방을 운영케 하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다. 그런데 지금 이 동사무소 선생님들에 대한 인기가 폭발적이라고 한다. 무려 200여명의 초·중학생들이 동사무소 선생님들로 배우고 있다고 하니, 성공적이라고 평가 할만 하다.
이런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박력 있게 추진한 사람이 바로 이호조 구청장이다.
그는 동사무소 공부방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다.

필자와 함께 한 자리에서 그는 “저소득층 어린이 가운데 영리한 어린이들이 참 많다”면서 “여건이 안돼서 다른 아이들에 비해 뒤떨어지는데 조금만 도와주면 된다. 공부방을 4∼10년만 운용하면 가난의 대물림이 끊어질 것”이라고 자신에 차 있는 모습을 보였다.

이호조 구청장은 또 ‘노점상 무혈 정비’라는 신화적인 기록을 남겨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실제 이 구청장은 취임 직후 “기업형은 철퇴, 생계형은 이동식 노점만 허용한다”는 등의 노점상 정비 3대 원칙을 세우고 전노련 등 관련단체와 노점상인들을 꾸준히 설득해 작년 12월까지 옥수역 주변, 한양대 정문앞, 금남시장 입구 등 3곳의 길거리 풍경을 말끔하게 정비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철저하게 주민참여형 행정을 전개했다.
지난해 9월 금호동 금남시장 입구의 노점상을 정리하기 전 두달간 주민 설문조사를 벌였는 가하면, 주민자치회, 아파트 부녀회, 학교운영위 등 주민들이 나서 직접 노점상 이용않기 캠페인과 서명운동을 주도하도록 이끌어 냈다.

통·반장들도 대부분 모르는 상태에서 쓰레기봉투를 무려 27%나 인상한 강북의 김현풍 구청장의 구정운영스타일과는 차원이 다르다.
뿐만 아니라 이호조 구청장은 지난해 5급 공무원 승진시험에 ‘자격이수제’를 도입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구청장은 “5급 사무관 승진시험 공부를 위해 6급 주사들이 수개월씩 자리를 비우는 폐단을 없애기 위해 지난해 9월 5급 승진 예정자를 대상으로 ‘자격이수제’를 도입한 것”이라며 “6급에 임용된 지 4년이 지난 공무원들이 일정 과목에 응시해 합격하면 승진 자격을 주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도 최근 성동구의 이 제도를 벤치마킹했을 정도로 호평을 받고 있다.
사실 성동구의 행정을 배우려는 열풍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건축허가 제한, 승진자격 이수제 등 성동구가 전국에서 가장 먼저 도입한 제도들은 서울시와 다른 구청들이 뒤늦게 한 수 배우기 위해 벤치마킹할 정도로 선도적이라는 평을 듣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시보다 2개월 정도 먼저 시행한 개발예정지 건축허가 제한이 투기방지 효과를 내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진 바와 같다.

이호조 구청장이 이처럼 신선한 아이디어를 구정에 반영할 수 있었던 것은, 오직 ‘주민참여 자치’라는 지방자치의 대원칙을 지켜나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물론 성동구가 아직은 다른 구에 비해 뒤떨어진 도시다. 재정자립도도 25개 구청 가운데 중위권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리더형’ 이호조 구청장이 있는 한 성동구가 크게 발전할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이런 면에서 리더형 구청장을 선택한 성동주민들은 일종의 복을 받은 셈이다.
이렇게 잘 나가는 성동구를 바라보는 강북구 주민들의 심정은 지금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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