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이 박근혜를 선택한 진짜 이유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7-04-05 19:4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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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하 승 편집국장 {ILINK:1}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가 당내 대권후보 경선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지원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 박 전 대표는 지난 3일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의 자택을 찾아 당내 경선에 서전 대표의 도움을 요청했고 그가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같은 소식은 너무나 뜻밖이다.

YS(김영삼 전 대통령)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상황에서 YS계보로 알려진 서청원이 박근혜를 지지한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기 때문이다.

서청원 전 대표가 누구인가.

그는 김덕룡, 김무성 의원과 함께 당내 민주계의 ‘삼두마차’로 막강한 파워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특히 서울 지역에서 그가 차지하는 영향력은 실로 대단하다.

현재 서울은 ‘이명박 아성’이라고 할 정도로 이 전 시장에 대한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 당내 표심을 일시에 뒤흔들 수 있는 서청원이 박근혜 쪽으로 간다는 것은 단순히 당내 중진급 인사 한 사람이 박근혜를 지지하는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이다.

더구나 서청원은 충청권의 표심을 단단하게 붙잡고 있는 인물이다.

이런 서청원 대표의 힘은 지난 달 24일 오전 계룡산 동학사 주차장에서 열린 ‘청산회 시산제’를 보면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청산회는 전국 조직으로 서 전 대표가 명예회장, 서 전 대표의 핵심측근인 노철래 전 한나라당 충남도당 사무처장이 회장을 맡고 있고 있는 산악회다. 그런데 이날 무려 5000여명의 회원들이 참석했다고 한다. 물론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한나라당 당원이거나 대의원들이다.

누구의 출판기념회처럼 군중동원을 한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모인 인원이 이 정도라면 대단한 것이다. 그런 ‘파워맨’이 박근혜를 지지한다는 것은 ‘이명박 대세론’인 현재 판세를 뒤흔들만한 주요변수임에 틀림이 없다.

그렇다면 서청원은 왜 YS가 지지하는 이명박이 아니라 박근혜를 선택했을까?

그 사실을 논하기에 앞서 먼저 서청원이 개인적으로 어떤 정치인인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치전문기자 이연홍씨는 서청원에 대해 “본인은 부인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 그는 단순한 사람이다. 그는 속을 못 감춘다. 좋으면 좋은 대로 싫으면 싫은 대로 그대로 쏟아낸다. 보이는 그대로가 그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실제 필자가 알고 있는 서청원은 자신의 진솔함으로 상대의 마음을 사는 정치인이었다.

여당 원내총무시절, 야당 원내총무에게 상석을 양보한 것도 그 같은 진솔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YS 대통령 재임시절, 모두가 김현철의 눈치를 볼 때 현철의 멱살을 잡아 흔들며 고래고래 고함을 친 일화는 너무나 유명하다. 속을 감추지 못하는 그의 올곧은 심성 탓이다. 따라서 그가 박근혜를 지지하는 데 어떤 복선이 깔려 있을 것이라고 예단하는 것이나, 어떤 꿍꿍이가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은 매우 잘못된 판단이다.

그런 그가 박근혜를 선택한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서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서 전 대표는 박 전 대표에게 정치적 멘토(조언자)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즉 박 전 대표와의 인연으로 인해 그의 지원을 결정하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98년 박 전 대표가 재보궐 선거로 정계에 입문할 당시 서 전 대표는 사무총장을 맡고 있었고 이때 박 전 대표의 공천에 서 전 대표가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또 박 전 대표가 2002년 이회창 당시 총재와 당권-대권 분리 문제를 두고 탈당을 한 뒤 복당할 당시에도 서 전 대표는 당 대표를 맡아 박 전 대표의 복당에 역할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단순히 이런 인연 때문에 서청원이 박근혜를 선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결정적인 원인은 이명박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즉 후보검증 과정에서 이명박 전 시장이 추락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는 말이다. 실제 서 전 대표는 지난해 “한나라당은 후보에 대한 검증을 더욱 확실하게 해 깨끗한 대선주자를 내세워야 한다”고 ‘필승비결’을 제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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