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분열, 네티즌이 막았다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7-05-02 20: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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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하승 편집국장 {ILINK:1} ‘분당 위기’로까지 치닫던 한나라당의 내홍 사태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강재섭 쇄신안’ 수용으로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각 언론은 일제히 “이명박 전 시장의 ‘화해 제스처’가 한나라의 분당을 막았다”는 식으로 보도하고 있다.

물론 형식상으로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

실제 이 전 시장은 2일 서울 안국포럼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직 대통령과 소속 의원 등 당내외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고심한 끝에개혁과 화합을 조화하는 어려운 길을 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재오 최고위원도 강재섭 대표를 중심으로 다시 한 번 힘을 모아 개혁과 화합을 이루자는 자신의 요청을 수용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대선주자간 반목에 대한 당 안팎의 우려와 관련해 “박근혜 전 대표와 조건없이 만나 대화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뿐만 아니라 이 전 시장은 기자회견을 마친 즉시 염창동 한나라당 중앙당사로 향해 강 대표를 만나며 적극적인 ‘협력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 전 시장이 당내 갈등 ‘봉합’을 위해 마치 대단한 결단을 내린 것처럼 비쳐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전 시장으로 하여금 이 같은 결단을 이끌어 낸 것은 바로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네티즌들의 힘이었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우선 당내 갈등을 야기 시킨 쪽이 어디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4·25 재·보선이 한나라당의 실패로 끝난 후, 강재섭 당 대표의 사퇴문제를 제기하며 당을 혼란국면으로 내몰아간 쪽은 바로 이명박 계로 분류된 의원들이었다.

사실 강 대표는 이번 재·보선에서 실제적인 책임이 없는 사람이다. 오히려 화성 국회의원 공천과정에서 물의를 일으킨 남경필 경기도당위원장과 가평·양평군 공천 실패로 두 곳 모두 패하도록 원인을 제공한 정병국 의원 등 친 이명박 성향의 소장파 의원들에게 큰 책임이 있다. 특히 이명박-박근혜 두 주자간의 갈등으로 인한 책임은 더 크다.

그런데도 친이 성향의 의원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강 대표 퇴진론을 들고 나왔다.

이런 와중에 강 대표가 쇄신안을 발표하면서 당당하게 책임지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박근혜 전 대표는 즉시 ‘수용’의사를 밝히며, 격려했다. 그런데 이 전 시장은 즉각적인 답변을 회피했다.

그러면서 정두언 의원 등 자신의 측근들이 강 대표 퇴진론을 강하게 제기하는 모습을 지켜보고만 있다.

왜 그랬을까?

잘만 되면, 이번 기회에 강재섭 대표를 사퇴시켜 자신이 경선에 유리한 고지를 점유할 수도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잠시 주변 상황이 그에게 유리하게 흘러들어가는 듯이 보였다. 그동안 한나라당을 지지했던 뉴라이트전국연합이 한나라당을 비판하고 돌아서는가하면, 정작 책임을 져야할 당사자격인 소장파 의원들마저 강 대표 퇴진론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네티즌들의 생각은 달랐다.

이 전 시장의 침묵은 ‘당 장악 음모’나 ‘탈당명분 쌓기’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강하게 이 전 시장을 압박해 들어갔다.

아이디 ‘대박사랑’은 “이재오 최고위원의 동반사퇴 주장은 이전 시장의 ‘당 장악 음모’”라며 “한나라당을 와해시키거나 당 장악을 위한 계획은 이처럼 일반적인 상황에서 나온 행동이 아니라 이미 사전에 철저히 계획된 것으로 본다”고 맹렬히 비난했다.

또 ‘천막당사’는 “이 전 시장은 이번 재보선 참패와 함께 나타난 당 내분 사태를 통해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다고 본 것 같다. 그러나 이후 당내 움직임이 계속 이 전 시장 측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며 “따라서 지금은 당 내분 사태가 장기적으로 수습되지 않고 당이 쪼개지는 사태가 전개된다면 그 책임을 홀로 뒤집어쓸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게 되었다. 당을 장악하려는 계획보다는 분당에 대한 책임까지 우려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린 것”이라는 글을 올려, 이 시장을 압박했다.

결국 이 전 시장은 이런 네티즌들의 지적에 백기를 든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것으로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다. 이명박 측 의원들은 기회가 있으면, 또다시 분열의 틈을 비집고 들어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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