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은 결정… ‘명분’ 때문에 시기 늦춰’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7-05-08 19: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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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하승 편집국장 {ILINK:1}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사실상 ‘분당’이 결정된 상태다.

지금은 다만 ‘누가 먼저 당을 깼느냐’하는 책임소재를 따질 때, 상대방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서로가 ‘명분 쌓기’에 들어갔을 뿐이다.

우선 열린우리당의 현재 모습을 보자.

17대 총선 직후 과반의석의 당당하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을 만큼 초라하다.

한 무리는 이미 당을 뛰쳐나가 ‘중도개혁통합신당’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정당을 창당했고, 또 한 무리는 ‘민생정치모임’이라는 것을 만들어 대통합을 모색하고 있다.

이렇게 당을 떠난 의원들이 부지기수다.

여기에 노무현 대통령과 정동영·김근태 전 의장의 충돌로 추가 탈당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결국 열린우리당은 친노세력인 당 사수파 의원들만 남는 ‘꼬마 노무현당’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만큼,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세를 과시하게 될 것이다. 특히 비례대표의원들은 금배지를 떼어내겠다는 결심이 서지 않는 한 탈당대열에 합류할 수도 없게 돼 있다는 점도 ‘꼬마 노무현당’에게는 큰 힘이 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대통령 후보를 낼 것이다.

현재 거론되는 대통령 후보감으로는 김혁규 전 경남도지사가 유력한 가운데, 유시민, 이해찬, 한명숙 의원 등도 거론되고 있다.

이에 맞서 탈당파 의원들은 민주당과 함께 소통합이라도 이루려고 안간힘을 쓸 것이다.

여기에 국민중심당이나 뉴라이트 진영이 동참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따라서 소통합을 이루더라도 그 세는 그다지 위력적인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소통합 범여권 후보로는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정동영·김근태 전 의장과 천정배의원 및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처럼 범여권 진영이 양분되면, 당장 한나라당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우선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측은 현재 ‘경선룰’ 문제로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으며, 이 파고를 넘더라도 ‘후보검증’ 문제로 양측은 결국 파국을 맞게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렇지 않아도 ‘박-이’ 두 사람이 각각 다른 정당 후보로 나서더라도 ‘둘 중 한명’이 당선된다는 여론조사결과까지 나온 마당이다. 게다가 범여권이 하나로 합치지 못하고 쪼개지는 것이 확실하다면,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는 것이다.

다만 ‘누가 그 책임을 지느냐’하는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우리당이나 한나라당이 사실상 두 동강났음에도 불구하고 형식상으로나마 붙어있는 것은 그 ‘주홍글씨’를 자신의 가슴에 새겨 넣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열린우리당 사수파나 탈당파 모두 ‘대통합’을 외치고 있다.

하지만 사수파의 목소리는 어디까지나 ‘명분’을 위한 ‘대통합’일 뿐이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실제로는 대통합을 결코 바라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한나라당도 다를 바 없다.

이명박 전 시장 측이나 박근혜 전 대표 측 모두 겉으로는 화합을 외치고 있다.

하지만 이 전 시장 측의 이같은 목소리는 아무래도 ‘탈당 명분 쌓기용’이라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이미 합의된 ‘경선룰’ 문제를 새삼스럽게 들고 나와 시빗거리를 만드는가하면, 당연히 거쳐야 할 ‘후보검증’ 문제를 ‘네거티브 방지’라는 명분으로 피해가려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전 시장은 ‘뉴라이트 신당’에 대한 구상이 모두 끝났는지도 모른다.

따라서 강대표가 어떤 안을 내놓더라도 합의는 불가능할 것이다. 오히려 또 다른 논쟁의 불씨만 제공하는 꼴이 될 것이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그럴 바에야 강 대표는 원칙을 소신 있게 지켜나가는 편이 나을 것이다.

아무튼 이번 선거는 ‘꼬마 노무현당’ 후보, ‘소통합 신당’ 후보, 한나라당 후보, ‘뉴라이트 당’ 후보에 민주노동당 후보가 가세하는 다자구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면 누가 승리할까?

지지자의 충성도가 가장 높은 후보라면 그가 어느 당 후보이든 관계없이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즉 고정표를 많이 가지고 있는 후보가 승리할 것이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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