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호도와 지지도 조사의 차이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7-08-03 14:3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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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하 승 편집국장 {ILINK:1}지금 한나라당 경선과 관련, 강재섭.이재오를 중심으로 한 당 지도부가 노골적으로 이명박 편들기에 나섰다.

특히 여론조사 설문방법으로 “누구를 찍을 것이냐”는 질문 대신, 이명박 후보 진영에서 요구하는 대로 “누구를 선호하느냐”고 묻기로 결정한 것은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그러면 이들 두 개의 질문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당신은 땅 투기꾼이 대통령이 되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을 때, “어차피 정치인들은 전부 다 투기꾼들 같으니까 누가 대통령이 된들 무슨 상관이냐”고 답변했다고 치자.

그러면 “당신은 내일 당장 투표한다면, 그 투기꾼을 찍을 것이냐”고 물었을 때, 그는 ‘펄쩍’뛰면서 “그것은 아니다”라고 답변할 것이다. 그래도 양심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차이다.

“누구를 선호하느냐”는 질문은 전자와 같은 것이고, “누구를 찍을 것이냐”는 질문은 후자와 같은 것으로 현격한 차이가 있다.

즉 “어차피 정치인들 모두가 투기꾼들 같으니까 어쩌랴”하고 말한 사람 가운데서도 정작 자신이 투표를 할 때에는 그런 사람을 찍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뜻이다.

이명박 후보의 입김에 휘둘리는 당내 경선에서야 억지로 그가 원하는 대로 룰을 만들고 선거를 할 수 있겠지만, 본선에서도 그런 게 가능할까?

어림도 없는 일이다.

사실상 특정 주자에게 ‘질질’끌려 다니는 한나라당 지도부는 이제 사망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를 바 없다. 그렇다면 지난 2일 중립을 선언한 중심모임이 시체나 다를 바 없는 당 지도부를 대신해 정상적인 룰을 만들도록 압력을 가할 필요가 있다.

모든 룰은 만인이 생각할 때, 상식적이어야 한다.

그런데 그동안 이명박 진영의 요구는 상식을 벗어난 것이 얼마나 많았었는가.

여론조사 반영비율을 20%로 정해진 경선룰을 변경해 그 수를 ‘4만명’으로 못 박아야 한다고 우겼다가 홍준표 의원과 당중심모임 소속 의원들로부터 질책을 받은 일이 있었다.

또 책임당원의 자격이 엄연히 ‘6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한 당원’으로 규정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완화해야 한다고 생떼를 쓰다가 당 원로들로부터 핀잔을 받은 일까지 있다.

뿐만 아니라,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대의원 추천 몫과 지역구 국회의원 대의원 추천 몫은 각각 3명으로 동일한데도 비례대표 몫을 지역구 의원 몫보다 더 늘려야 한다는 기상천외한 요구를 한 일도 있었다.

심지어 국민경선인단 60세 이상 비율이 너무 많다며 사실상 경선룰 수정을 요구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다가 네티즌들의 비난이 쏟아지자 슬며시 철회한 일까지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분명하게 “누구를 찍을 것이냐”고 묻는 방법대신 대충 “누구를 좋아하느냐”는 질문을 여론자사에 사용하려고 하니, 어찌 비난을 피할 수 있겠는가.

박근혜 캠프에서는 이 같은 어처구니없는 요구를 물리쳐야만 한다. 설사 박 캠프에서 이를 받아들인다고 해도 국민들과 논객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독자 여러분들은 두 가지 질문 가운데 어떤 방식이 합당하다고 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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