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경선 여론조사제 폐지하라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7-08-08 12: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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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지금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과 관련, 여론조사 설문방법을 둘러싸고 논란이 한창이다.

박근혜 후보 측은 ‘지지도’ 조사가 아니면 결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이는 반면, 이명박 후보 측은 ‘선호도’ 조사를 고집하고 있다.

물론 ‘역선택’을 부추기는 ‘선호도’조사보다는 본선에서도 지지할 후보를 뽑는 ‘지지도’를 조사하는 게 올바른 방법이다.

하지만 논의의 핵심은 이것이 아니다.

과연 여론조사 결과를 경선에 반영하는 게 법정신에 맞기나 하는 것인지, 또 그것이 정당정치 정신에 맞는 것인지가 논의의 핵심이 돼야 한다.

우선 여론조사 결과는 위헌의 소지가 다분하다는 판단이다.

단 1%의 오차도 허용되어서는 안 되는 선거에서 최소한 5%정도의 오차가 발생할 것이 뻔히 예견되는 상황에서 그것을 표로 환산하는 것은 법정신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실제 고려대 허명회 교수는 “유권자 전수(全數)가 아닌 소수의 표본을 대상으로 하는 여론조사는 통계적인 표본오차가 반드시 포함되어 있다”며 “오차를 무시하고 조사결과를 표로 계산한다는 것은 난센스”라고 말했다.

이게 무슨 뜻인가?

여론조사가 <신뢰도 95%에 표본오차 ± 3.5%p>라고 가정 할 때에 최소한 7%까지는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나마 100%의 신뢰도도 아닌 상황이다.

따라서 패배한 쪽에서 여론조사 결과 7% 이내의 차이를 인정 할 수 없다며, 이의를 제기할 경우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여론조사 기관들도 이 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한나라당 경선관리위원회가 10개 여론조사회사에 공문을 보내 7일 오후 5시까지 참여의향을 알려줄 것을 요구했으나, 리서치앤리서치와 현대리서치 2개 회사만 참여 뜻을 밝혀왔을 뿐이다.

매출액 상위 10개 조사회사 중에서 8개 회사들이 경선 여론조사를 실시하지 않으려는 가장 큰 이유는 패배한 후보 측에서 여론조사의 공정성과 함께 오차 등에 대해 문제 삼을 것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실제 여론조사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을 걸어 올 경우, 이들 참여회사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상적인 여론조사 기관이라면, 참여를 않는 게 상식적인 선택일 것이다.

더구나 한나라당이 조사결과 검증을 위해 녹음자료까지 요구하고 있는데, 이 역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의 소지가 다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여론조사는 단지 선거결과를 예측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참고자료일 뿐이다.

그 참고나 해야 할 자료를, 단 한 표가 귀중한 선거에서 표로 환산하는 것은 공정하고 엄격해야 할 선거법 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다.

이는 또 정당정치 정신과도 맞지 않는다.

지난 2002년 대선 직전 여론조사로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가 성사된 이후부터 여론조사의 오·남용이 극에 달하고 있다.

과연 당원들이 해야 하는 후보 선출에 여론조사를 활용하는 것이 맞기나 한 것인가?

이는 정당정치를 포기한 얄팍한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 여론조사 결과를 표로 환산해 주는 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고, 오직 우리나라에만 있는 제도다. 우리나라에서도 2002년 여론조사로 후보단일화를 이뤄냈던 정당조차 쓰지 않는 제도로 오직 한나라당에서만 사용하고 있는 제도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여론조사를 제외하고, 현재 구성된 대의원 20%, 당원 30%, 국민경선인단 30%만 가지고 투표를 하도록 경선룰을 바꾸면 된다.

어차피 패배한 진영에서 문제 삼을 것이 불 보듯 빤한 여론조사, 헌법 정신과 정당정치 정신에도 위배되는 여론조사 결과를 굳이 표로 환산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다행스럽게도 이명박 진영에서 대의원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자신들이 30%정도 앞서고 있다고 하니, 이런 제안을 거부할 리 없을 것 같다.

만일 이런 제안을 거부한다면, 그것은 스스로 그 같은 여론조사 결과를 부정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또 박 후보 측에서도 굳이 이를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당 지도부는 지금부터라도 이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합당한 결론을 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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