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박근혜 고사작전’ 중지하라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7-09-03 12: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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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ILINK:1}박근혜 지지자들이 화났다. 이렇게 한 지붕 아래서 서자취급을 받으며 사느니, 차라리 딴 살림을 차리자고 아우성이다.

이명박 후보 측에서 노골적으로 ‘박근혜 고사작전’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오는 8일과 19일, 각각 한나라당 경기도당위원장과 서울시당위원장 선거가 열리는데, 여기에 이명박 후보와 그의 좌장격인 이재오 최고위원이 직접 개입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물론 경선과정에서 대의원과 당원들의 표심을 얻지 못한 이명박 후보의 절박함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한 정당의 후보이면서도 정당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당원들과 대의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가 얼마나 한심하겠는가?

그래서 반드시 당을 장악해, 모든 대의원들을 교체해버리겠다는 생각을 가졌을 법도 하다.

특히 서울시당과 경기도당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당협위원장을 거느리고 있다.

따라서 중앙당을 장악하기에 앞서 먼저 이들 시.도당부터 장악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 대한 결정권은 어디까지나 대의원들에게 있다.

한나라당의 주인은 이명박 후보나 이재오 최고위원이 아니라, ‘탄핵역풍’의 어려움 속에서도 한나라당을 꿋꿋하게 지켜온 당원과 대의원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박근혜 진영의 이규택 의원이 지난 2일 경기도당위원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지자마자 이명박 진영에서는 노골적으로 그에게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실제 경선 막판까지 눈치를 보다가 이명박 후보의 품에 안긴 남경필 의원이 이날 오전 이규택 의원을 만나 자신의 추대를 종용하면서 불출마를 권유하는가하면, 임태희 이명박 후보 비서실장까지 나서 “이명박 후보의 뜻”이라면서 이 의원에게 “사퇴하라”고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

앞서 지난 31일에는 고조흥 도당위원장 직무대행이 불출마를 권유한 일까지 있었다고 한다.

박근혜 진영의 인사들에게는 한 자리도 내어 줄 수 없다는 이명박 후보 진영의 속셈이 그대로 노출된 것이다.

심지어 서울시당위원장 선거에서는 최후까지 중립을 지켜낸 박진 위원장을 몰아내고 이재오 최고위원의 측근인 공성진 의원을 시당위원장 선거에 내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 공성진 의원 측에서 모 시의원이 동료 시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이재오 의원의 지지를 받고 공성진 의원이 시당위원장 선거에 출마했으니, 그를 지지하라”고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박 의원이 경선 과정에서 숱한 유혹을 뿌리치고, 중립을 지켜 냄에 따라 시당의 ‘화합’과 ‘결속’이라는 열매를 맺게 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공 의원 측의 압력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이명박 진영의 생각대로 진행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문제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특히 이명박 진영에서 박근혜 진영의 사람들은 물론 이처럼 중립 진영의 인사들까지 모두 적대시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명박 사당화’의 속셈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한나라당에 남아 있으려면, 무조건 이재오 최고위원 밑에 가서 머리를 조아리고 있어야 한다. 그의 반대편에 서거나, 중립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적(敵)이 될 수밖에 없다.

이명박 후보가 “이재오를 반대하는 사람은 나를 지지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서청원 전 고문이 이명박 후보 진영을 향해 “선거인단에서 왜 졌는가에 반성하고 자성하고 옷깃을 여미고 박 전 대표를 찾아가 ‘도와달라. 당신이 아니면 진다’고 해도 시원찮은데 엉뚱한 얘기를 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상대 후보가 당을 반석 위에 올린 박 후보를 폄하하거나, 앞으로 모든 문제를 사당화해서 독식하거나 이상한 짓거리를 하면 전혀 정권을 되찾지 못한다는 것을 경고한다`고 분노를 표출한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이 후보가 진정으로 당의 화합과 정권교체의 열망을 가지고 있다면, 오히려 ‘1년만 하고 그만두겠다’는 남경필 의원에게 “약속을 지키라”며 그의 사퇴를 종용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그리고 대의원과 당원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한 몸에 받는 박진 의원을 지지하지는 못망정, 단지 그가 ‘이재오 의원의 주구’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다른 사람을 내보내려 하는 모습은 누가 보아도 아름답지 못하다.

만일 박근혜 없는 ‘근혜신당’이 만들어 진다면, 그에 따른 책임은 전적으로 ‘사당화’움직임을 노골화한 이명박 후보 진영에 있음을 경고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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