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絶筆을 선언합니다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7-09-16 11:4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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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그동안 필자의 글을 아끼고 사랑해 주신 애독자 제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오늘부터 당분간 절필(絶筆)을 선언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이해하시고, 시민일보에 대해서는 변함없는 애정을 당부 드립니다.

그동안 참으로 고민이 많았습니다.

한 여성의 남편이자 두 아이의 아버지라는 가장의 위치도 그러하거니와 60여명의 기자들을 이끌어야 하는 편집국장이라는 직책이 개인 ‘고하승’의 신념으로 인해 무너지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입니다.

필자를 아끼고 사랑하는 많은 분들이 제게 ‘중립’이라는 미명하에 ‘양비론’을 전개할 것을 권했습니다.

사실 잘 나간다는 조.중.동을 비롯한 대부분의 언론이 ‘중립’과 ‘양비론’을 혼동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중립의 의미는 ‘양비론’이 아니기에 결코 이 같은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입니다.

중립은 불의와 정의가 싸울 때, 그 중간자 위치에 서서 ‘양비론’을 전개하는 게 아닙니다.

그것이야말로 기회주의자들의 행태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진정한 의미에 있어서의 ‘언론의 중립’이란 바로 정의의 편에서 불의를 따끔하게 질타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부터 필자는 그런 역할을 할 수 없게 됐습니다.

물론 조.중.동처럼 적당히 ‘양비론’을 전개하면, 본란(本欄)을 이어 갈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왜곡된 글을 쓰느니 차라리 절필이 낫다는 판단에서 오늘 결단을 내린 것입니다.

이제 끝으로 독자제위께 당부 드립니다.

오는 12.19 대선에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과연 어떤 사람을 대통령으로 선출해야 훗날 ‘내 선택이 옳았다’고 자식들에게 당당하게 말 할 수 있는지, 지금부터 고민하셔야 합니다.

우리 국가의 미래는 물론, 우리 자녀들의 미래를 맡겨도 좋을 만큼 믿음이 가는 성실한 후보가 누구인지 눈여겨보셔야 합니다.

그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오직 자신만을 위해 삶을 살아온 이기적인 후보인지, 아니면 모두를 아우르는 포용력을 가진 후보인지를 모두가 검증해야 합니다.

좌우 또 다시 이념논쟁에 휘말려 극단적인 편가르기를 실시할 후보인지, 아니면 그 이념을 뛰어넘는 창조적인 시대를 열어갈 개척자인지를 면밀하게 검토하셔야 합니다.

만일 여러분 가운데 어느 한 분이라도 불의한 자의 편에 서 있다면, 자신을 되돌아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왜 내가 지금 여기에 서 있는가?’하고 한번 쯤 질문을 던져 보시기 바랍니다.

내년 총선에서의 공천 때문입니까?

아니면 한 정당에서 중책을 맡으려는 욕심 때문입니까?

이도저도 아니면 인터넷에서 흔히 떠도는 것처럼 어떤 ‘궁물’을 기대하는 것입니까?

멀리 바라보십시오.

12.19 이후에도 남아있는 날은 많습니다.

그 숱한 날들을 욕되게 사느니 차라리 절필을 선언한 필자처럼, 당당한 삶을 사시기 바랍니다.

그래야 훗날, 머지않은 장래에 여러분들의 선택이 옳았음을 국민이 인정해 줄 것입니다.

국민으로부터 인정받는 정치인이 진정한 정치인입니다.

만일 여러분이 진정 애국정치인이라면 불의한 권력자, 혹은 그런 대통령 후보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안달할 이유가 없습니다.

모쪼록 필자가 다시 펜을 잡고, 여러분 앞에 서는 날까지 건승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내일부터는 필자를 대신하여 이영란 정치행정부장의 ‘세상사는 이야기’가 연재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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