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포기는 국민의 직무유기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7-10-11 12:3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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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오늘 <독야청청>이라는 필명의 한 논객이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향해 “방관도 직무유기라는 걸 이제야 아셨습니까?”라고 뼈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필자가 하고픈 말을 대신 해 준 것 같아 속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이 앞선다. 정말 이러다 우리나라가 어찌되려는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지난 10일 이명박 후보를 향해 ""대통령이 될 사람이 거짓말을 하면 되겠느냐""며 매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사건의 발단은 대략 이렇다.

이 후보가 이 날짜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전 총재에게 고문직을 맡아달라고 부탁한 적이 없다""며 ""두 번이나 대선에 출마한 분에게 고문직을 맡기기에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 난 그런 (무리한) 제안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서 이 후보는 지난 8일 시내 모처에서 이 전 총재와 단둘이 만나 오찬을 하는 자리에서 이 전 총재에게 명예직인 선대위 상임고문을 맡아달라고 직접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불과 이틀 만에 말바꾸기를 한 셈이다.

실제 이 전 총재는 이날 한 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지난 8일 이 후보와 회동 사실을 밝히면서 ""(이 후보가 당시) 선대위 상임고문에 박근혜 전 대표도 함께하게 됐으니 참여해 달라고 분명히 여러 차례 말했다""며 ""나는 ‘그동안 현실정치에서 떠나 있었는데 새삼스럽게 직책을 맡는 것은 좀 그렇지 않으냐. 정권교체를 위해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돕겠으니 당의 조직에 들어가서 역할 하는 것은 사양하겠다’고 말했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전 총재는 ""대통령이 될 사람이 이런 거짓말을 하면 되겠느냐""며 ""국가 지도자가 될 사람은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한데 이렇게 행동해서는 신뢰를 받을 수가 없다""고 직격탄을 날린 것.

이 전 총재와 이 후보의 이 같은 공방을 지켜본 <독야청청>이라는 네티즌이 “이제야 그가 거짓말을 밥 먹듯 한다는 위인임을 아셨습니까? 이제야 그가 그런 자임을 깨달으셨습니까? 그런데 왜 지난날 경선에선 박근혜 측의 검증공세를 탐탁지 않게 여기고 뒷전에서 팔짱만 끼고 계셨습니까?”라고 반문하면서 “방관도 직무유기라는 걸 이제야 아셨습니까?”하고 질타한 것이다.

이 글에 많은 네티즌들이 추천하는 방식으로 공감을 표시했다.

같은 날 대통합민주신당의 손학규 후보는 “이명박이 대통령 되면 이 나라 어떻게 될 것인가?”라며 “이명박 후보는 미국의 부시 대통령 만나겠다고 거짓말을 해서 우리 대한민국의 국가위신을 땅에 떨어뜨린 사람”이라고 몰아붙였다.

최재성 공보부대표는 “이명박 후보의 거짓말 퍼레이드가 만만치 않았다.

'차명으로 소유한 땅이 한 평도 없다'는 이명박 후보의 말은 국민들의 60% 이상이 믿지 않는다. 'BBK와 아무 상관없다'는 말 역시 국민들이 믿지 않는다.

심지어는 새벽 청소까지 위장으로 연출하는 거짓말의 절정을 보여주었다”고 비판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내일신문>이 창간 특집으로 거짓말을 많이 할 것으로 생각되는 대선후보가 누구인지를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그 결과 거짓말 많이 할 대선후보 1위에 이명박 후보가 뽑히기도 했다.

그런데도 그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전히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그의 지지율은 무려 50%나 된다. 물론 응답률은 극히 저조하다. 10%대에 불과할 뿐이다.

100명에게 물었더니 불과 10여명이 응답했고, 그중에 대여섯명만이 이명박을 지지한다고 말했다는 뜻이다.

즉 100명중 대여섯명만 이명박을 지지한 셈이다.

그래도 어쨌거나 1위는 1위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유권자들의 방관 때문이다. 특히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했던 사람들이 팔짱을 끼고 수수방관하고 있다.

물론 정권교체를 위해 이명박 후보를 찍어야 한다는 사람도 있지만, 그를 반대하는 다른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가 “이번에 찍을 사람이 없어서 차라리 기권하겠다”며 투표포기의사를 밝히고 있다.

마치 이회창 전 총재가 경선 과정에서 수수방관하다가 뒤통수를 맞은 것과 똑같은 우(愚)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이번 선거를 기권하겠다는 사람들을 향해 이렇게 외치고 싶다.

“방관도 직무유기라는 걸 아직도 깨닫지 못하십니까?”

훗날, 머지않아 곧바로 다가올 12월 19일에 필자로 하여금 <독야청청>이 쓴 글처럼, 유권자들을 향해 “참으로 딱하십니다. 이제야 후회가 되십니까? 그러기에 진작 잘하지 그랬습니까?”라는 말이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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