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고 하 승 최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출마설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지지하는 팬클럽 ‘박사모’와 이 전 총재를 지지하는 팬클럽 ‘창사랑’이 서로 손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참 재미있는 현상이다.

실제 박사모의 정광용 회장은 최근 포털 사이트 다음의 ‘박사모 카페’에 올린 글을 통해 “이 전 총재의 출마는 또 다른 희망이 될 것”이라며 “이 전 총재의 등장은 박 전 대표를 살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다만 정 회장은 필자와의 통화에서 “아직 이 전 총재를 지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의 출마선언 시기에 따라 입장을 표명하겠다는 것이다.

즉 이 전 총재가 10월 안에 출마선언을 할 경우에는 그를 지지할 수 있지만, 그 이후에 여기 저기 눈치를 보다가 출마 선언한다면 그를 지지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일종의 조건부 지지인 셈이다.

반면 이회창 팬클럽연합회 이기권 사무총장은 25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박사모’와의 향후 연대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우선 박사모와 저희 이회창 팬클럽연합이 추구하는 가치는 대한민국을 정말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드는 것""이라며 ""훌륭한 대통령을 만들고 싶은 똑같은 생각이고 그러다보니 많은 부분에서 공감대를 갖고 있고, 앞으로 좋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사모의 생각과는 상당한 괴리감이 느껴지는 발언이다.

사실 정치 팬클럽은 대체로 지지하는 정치인의 뜻을 따르지만, 때로는 읍소 형태로 지지하는 정치인의 뜻을 꺾는 무례(?)를 범하기도 한다.

실제 창사랑 등 일부 지지자들은 '단식'과 '연좌농성'까지 벌이며 이 전 총재의 출마선언을 재촉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사모는 ‘백의종군’을 선언한 박 전대표의 뜻과 상관없이 후보교체를 위하여 뛰고 있다.

그러면서 두 팬클럽 모두,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을 위한 행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 필자는 잘 모르겠다.

과연 이 같은 행보가 정말 정치인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오히려 그들에게 누를 끼치는 행위가 될지는 시간이 좀 더 흐른 뒤에나 판가름 날 것이다.

하지만, 정치인들만 연대하는 것이 아니라 팬클럽까지도 연대논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는 무척 흥미로운 사안이 아닐 수 없다.

그 결과 여하에 따라 이 전 총재의 출마설에 무게가 더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이런 생각을 해본다.

대체로 정치세계는 ‘승자독식’현상이 나타나기 십상이다. 한나라당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승리한 이후, 서울시당위원장과 경기도당위원장 같은 중요한 자리를 이명박 후보 측에서 독식한 것이 그 단적인 사례다.

반면 박근혜 측 사람들은 대부분 한직으로 내몰리고 있다.

오죽하면 박근혜 전 대표가 측근들을 향해 “꼭 살아남아 달라”는 말을 했을까?

심지어 박 전 대표 지지 의원들 사이에선 ""뭉쳐 있어야 내년 18대 총선에서 살아남는다""는 말이 공공연히 오갈 정도다.

이게 정치세상이다.

그렇다면 정치팬클럽이라도 이를 뒤집는 모습을 보이면 어떨까?

예를 들면 박사모와 창사랑이 연대하면서 모든 주도권을 박사모에게 넘겨주는 것이다.

즉 승자 독식이 아니라 패자에게 양보하는 모습을 후보를 내는 측에서 먼저 보이라는 말이다.

만일 이명박 후보 측에서 이후가 한나라당 후보로 나서는 것에 만족하고, 당을 박근혜 전 대표에게 넘겨주었다면 지금과 같은 현상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박사모와 창사랑이 연대하되, 창사랑은 이회창 전 총재가 출마하는 것에 만족하고, 박사모에 팬클럽의 전권을 위임하는 모습을 보이면 좋겠다는 말이다.

어쩌면 양 팬클럽의 이런 모습이 우리나라 정치인들에게는 귀감이 될 지도 모른다.

즉 ‘승자독식’현상이 사라지고, 승자와 패자가 어우러져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에 함께 하는 그런 정치를 하는 꿈꾸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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