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품은 ‘리콜’이 해법이다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7-11-07 15: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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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한나라당은 지금 벌집을 쑤셔 놓은 듯 난리가 났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7일 오후 한나라당을 공식 탈당하고 무소속 후보 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 전 총재는 이날 오후 2시 남대문로 단암빌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저의 두번의 패배로 10년간이나 좌파정권이 집권하며 국민에게 큰 고통을 안겨드린 데 대해 참회하는 심정""이라며 ""3기 좌파정권 집권을 막기 위해 저의 모든 것을 던진다는 각오로 대선에 출마하려 한다""는 내용의 출사표를 던졌다.

물론 출마는 개인의 자유다.

어떤 면에서는 유능한 지도자들이 많이 출마해 국민으로 하여금 선택의 폭을 넓혀 주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 될 수도 있다.

실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인 ‘판도라TV’와 ‘디시인사이드’가 이 전 총재의 대선출마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를 주제로 지난 2~6일 공동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8384명의 네티즌 가운데 출마 찬성 의견이 79.71%(6683명)로 나타났다.

이 전 총재의 대선 출마를 찬성하는 네티즌들은 ‘지금 후보 중에는 뽑고 싶은 사람이 없었는데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정치 경험이 풍부하다’, ‘이미지가 좋다’ 등을 이유로 꼽았다.

이 전 총재의 출마를 반대한다는 의견은 18.69%에 그쳤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은 그의 출마를 저지하기 위해 아우성이다.

처음에는 초선의원들이 총대를 메고 나섰다.

그래도 안 통하자 재선의원들까지 가세했다.

심지어 나중에는 서울시의원들까지 나서서 이회창 출마 반대 촉구기자회견을 열었다.

왜 이회창 전 총재가 3수를 결심하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아예 생각조차 하려들지 않는다.

사실 한나라당은 이 전 총재의 출마를 막을 아무런 명분이 없다.

그는 자신이 출마하게 된 이유에 대해 “반드시 정권교체를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즉 이번 대선에서 반드시 좌파정권을 바꾸어야 하는 데 이명박 후보로서는 그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

이에 대해 이 전 총재는 “한나라당의 후보가 정권교체를 향한 국민의 열망에 부응해주기를 간절히 바랐으나 한나라당의 경선과정과 그 후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이러한 기대를 접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정직하고 법과 원칙을 존중하는 지도자만이 국민의 신뢰를 얻고 국민의 힘을 모을 수 있는데 현재의 한나라당은 그렇지 못하다는 게 이 전 총재의 생각이다.

그가 출마를 결심하게 된 가장 주요한 요인이 바로 한나라당인 셈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그의 출마를 저지하기에 앞서 먼저 자신의 잘못부터 반성했어야 옳았다.

경선 과정에서 대통령 후보들의 도덕성 검증을 의도적으로 외면한 사람들이 누구인가.

바로 한나라당 검증위원회였다.

그리고 그렇게 되도록 방치한 게 당 지도부였다.

그저 높은 한나라당 지지율만 믿고 아무라도 한나라당 간판만 달고 나가면 대통령에 당선될 것이란 오만한 생각이 그런 엉터리 경선을 만들었을 것이다.

이제는 그 대가를 톡톡히 지불해야만 한다.

‘창풍’은 이제 겨우 시작에 불과하다.

그 시작부터 이렇게 난리인데, ‘창풍’이 본격적으로 정국을 휩쓸기 시작하면 한나라당이 초토화 당할지도 모른다.

그 때가서 땅을 치고 통곡하며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한나라당 지도부와 당원들은 이 점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지난 17대 총선 당시 ‘탄핵역풍’에 의해 망할 지경에 놓인 한나라당을 살려낸 사람이 누구인가?

진정으로 민주화세대와 산업화 세대를 한데 어우를 수 있는 국민통합형 지도자가 누구인가?

정직하고 법과 원칙을 지키는 지도자가 누구인가?

‘한방’ 설이 나도는 불안한 후보가 아니라, 12.19 대선에서 확실하게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

만일 그 해답이 나왔다면, 그를 후보로 교체하면 문제는 간단하게 해결 될 수가 있다.

불량품을 우량품으로 바꾸어 준다는 데 소비자들이 외면할 이유가 뭐 있겠는가?

그러나 불량품인 줄 알면서도 끝까지 리콜을 거부한다면 한나라당은 그 대가를 톡톡하게 치르게 될 것이다.

한 네티즌은 한나라당 경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불량상품에 처음에는 속아도 나중에는 다 안다. 이회창 전 총재를 탓하기 전에, 그를 지지하는 국민들을 탓하기 전에, 이상한 상품을 내놓은 당신들의 가슴을 먼저 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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