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운하가 경부고속도로 수준?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7-12-25 13:2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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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핵심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가 과연 탄생하게 될 것인가.

현재 여론은 반대가 우세하다. 주무 부처인 환경부도 한반도 대운하를 반대한다는 분명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특히 네티즌들은 '환경 파괴', '생태계훼손'이라며 '한반도 대운하만 제발 하지 말라'고 연일 반대하고 있다. 한반도 대운하를 반대하는 청원과 서명도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서해안처럼 기름이라도 유출되면 어쩌려고 그러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당선자의 성격에 비추어 볼 때 결국 한반도 대운하는 강행될 확률이 높다.

실제 이 당선자의 홈페이지에는 “대한민국을 운하로 모두 잇겠다”는 공약이 대문짝처럼 걸려있다.

그 글에는 대운하를 그저 ‘지상에 있는 경부고속도로’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고 있음이 잘 나타나 있다.

이와 관련 이 당선자는 “한반도 대운하의 핵심은 경부운하에 있다. 지상에 있는 경부고속도로를 생각하면 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한반도 대운하 건설로 국토 균형 발전과 수자원 보존 및 물류비용 절감과 관광 산업 발달에 엄청난 파급효과가 일어날 것이라 강조했다.

물론 이 당선자 입장에서는 한반도 대운하 공약을 추진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는 것을 잘 안다.

자신을 둘러싼 각종 검증과 의혹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선거에서 2위와 최다 득표차를 기록할 정도로 과반수에 육박한 지지율을 얻었고, 이는 자연스럽게 이 당선자의 공약에 공감한 유권자들이 많았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견되는 환경문제에 비해 경제적 효과가 극히 미미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뿐만 아니라, 노무현 정부가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미명 하에 전국 부동산값을 폭등시켜,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았던 것처럼, 이명박 정부 역시 대운하 건설로 전국을 부동산 투기 열풍으로 몰아넣어 국민의 외면을 받는 상황을 초래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제 이 당선자의 전형적인 '보여주기' 식 건설 이데올로기는 청계천 복원으로 그쳐야 한다. 청계천 역시 언젠가는 강바닥에 깔아놓은 시멘트를 다시 뜯어내고 ‘진짜 복원’ 작업을 새롭게 시도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이 당선자 자신도 잘 알고 있지 않는가.
따라서 대운하는 국민의 의견을 묻고, 그 결과에 따라 추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물론 이 당선자의 성격으로 볼 때 대운하 추진과 관련, 국민들의 의견을 묻는 일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이제 이 당선자는 머지않아 ‘대통령’이라는 중차대한 위치에 서 있게 될 사람이다. 일개 건설회사의 사장이나 서울시장과는 확연히 다른 위치다. 즉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위해 자신의 ‘불도저’ 같은 성격을 자제해야 하는 위치에 서 있다는 뜻이다.

한반도 대운하는 일반 여론의 관심이 매우 높은 사안이다. 그래서 국민들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떤 득(得)이 있으며, 어떤 실(失)이 있는지 개략적으로나 파악할 수 있는 정도의 정보는 가지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정말 이 당선자의 생각처럼 한반도 대운하가 ‘경부고속도로’처럼 간단한 문제이라면, 국민을 상대로 이를 설득해 나가면 된다. 하지만 이 당선자의 생각이 틀린 것이라면 마땅히 대운하 공약은 취소돼야 한다.

인공 청계천 건설처럼 간단하게 생각하고, 일을 추진했다가는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공산이 크다. 그로 인해 내년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대패할 지도 모른다.

어렵게 찾은 보수정당의 권력을 총선패배로 다시 얼치기 좌파들이 득세하도록 만들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한나라당 내 한반도대운하위원회 공동위원장인 박승환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 1주년인 2009년 2월부터 착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이 당선자가 서울시장 재임 당시 취임 1주년에 맞춰 청계천 복원사업을 착공한 것과 비슷하다. 그래서 더욱 걱정이다.

당시 이 당선자는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노라고 약속했지만, 청계천복원시민위원들의 의견조차 듣지 않았고, 결국 시민위원들 가운데 상당수가 사퇴하는 일까지 발생하지 않았는가.
이런 과오가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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