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1일 오전 3시 20분경 경기 수원시 장안구 조원동 이모(56) 씨의 집에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다.
복면을 쓴 괴한이 이 씨를 향해 무자비하게 흉기를 휘둘렀던 것.
그러나 이 씨는 그가 자신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단번에 알아챘다. 이 씨는 아들을 향해 “왜 그래, 이 녀석아”라며 말렸지만, 어머니와 누나 2명을 생명보험에 가입시키고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범행을 저지르기로 작정한 아들의 흉기는 잔혹하기만 했다.
아버지를 흉기로 찌른 아들은 비명을 듣고 나온 달려 나온 어머니에게마저 난폭하게 흉기를 휘둘러 끝내 숨지게 하고 말았다. 이어 잠에서 깬 누나 2명마저 흉기로 찔러 중상을 입혔다.
중상을 입은 아버지 이 씨는 구급차로 옮겨지기 직전 두 딸에게 “절대 너희 동생이 범인이라고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범행 후 도망친 아들 걱정 때문이었다. 물론 그는 병원 응급실에서도 범인에 대해 묻는 경찰의 물음에 고개만 가로저었다. 이 씨는 그렇게 버티다가 끝내 눈을 감고 말았다.
물론 아들 이 씨는 범행 3시간 뒤 친구 집에서 놀다 온 것처럼 하고는 태연히 아버지가 있는 병원을 찾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그런데 이 사건의 재판을 맡은 수원지법 형사11부가 존속살해 및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 씨에게 사형 대신 무기징역을 선고한 것이다.
지난 25일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경제적 곤경을 이유로 부모를 무참히 살해한 피고에 대해 극형의 선고가 불가피하지만 죽어 가면서도 피고의 범행을 덮어 주려 한 아버지의 사랑, 피고가 뒤늦게 참회한 점 등을 참작해 무기징역을 선고한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 눈물겨운 부정(父情)에 감동을 받지 않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그런데 이런 것에 전혀 감동을 받지 않는 불모지가 딱 한 군데 있다. 바로 정치권이다.
우선 범여권의 주류인 대통합신당의 모습을 보자. 신당은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무현 대통령의 그늘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그런데 그 일이 쉽지 않다. 대통합신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을 만들어낸 노 대통령 측이 끈을 놓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꼬락서니는 더욱 가관이다. 이제는 그런 정당이 있었는지조차 가물가물하건만, 지도부는 여전히 설쳐대고 있다.
마치 물에 빠진 아들은 살려고 바동거리는 데, 아버지가 그 아들을 붙잡고 같이 죽자고 덤비는 꼴이다. 전혀 한 가족이라는 모습이 들지 않는다.
불행하게도 이런 모습은 대통령 당선자를 만들어 낸 한나라당도 별반 다를 바 없다.
비록 한 정당의 울타리 내에서 같이 생활하고 있지만, 모두가 동상이몽(同床異夢)이다.
이명박 당선자를 만들어낸(?) 공신(功臣)그룹들은 자신들을 중용해 주기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실제 이명박 당선자를 지지했던 뉴라이트전국연합 소속 인사들은 대부분 내년 총선출마의 부푼 꿈을 키우고 있다.
반면 박근혜 측 인사들은 자신들이 공천에서 배제 당할 거라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어쩌면 그런 불행한 사태를 아예 염두에조차 두지 않고 있는지 모른다.
결국 뉴라이트 측 인사들이나 박근혜 측 인사들 가운데 어느 한 쪽은 버림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도, 그 쪽이 자신이 될 것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하려 들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정치는 냉혹한 것이다. 바로 당신이 버림을 받는 자식이 될지도 모른다.
이와 관련 이명박 당선자는 27일 63빌딩 연찬회장에서 의미심장한 발언했다.
“우리에겐 오늘이 없다. 내일만 있다. 앞만 보고 간다. 대선 승리도 경선 과정도 어제일 뿐이다. 경선 갈등은 다 잊었다. 이 중에 희생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명박 당선자의 한 측근은 “이게 최후의 만찬”이라며 “이 중 절반 이상이 죽을 것”이라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그렇다. 지금은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정치는 약육강식이 본질이다.
패륜아마저 감싸던 부정(父情)따위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 곳이 바로 정치다. 상황에 따라 언제든 버림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또한 정치다.
물론 버림을 당한다고 해서 모두가 죽는 것은 아니다.
버림을 받더라도 좋은 곳으로 입양만 된다면 얼마든지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러자면 유권자들에게 ‘패륜아’라는 낙인이 찍혀서는 안 된다. 패륜아를 입양시킬 정당은 그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 살아남자면, 주군을 잘 모시는 것보다 유권자에게 잘 보이는 길을 택하는 게 백번 낫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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