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사 박근혜, ‘투사 박근혜’로 귀국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8-01-20 11:4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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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했던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지난 19일 ‘투사 박근혜’가 되어 귀국했다.

실제 박 전 대표는 귀국을 하루 앞둔 전날 중국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분챙기기 식으로 정치하는 사람이 아니다""면서 ""공천과 관련해서 원칙을 지켜 공정하고 투명하게 민주적 절차에 따라 해야 한다고 이야기한 것을 지분챙기기라는 식으로 나쁘게 모는 것은 옳지 않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는 이 당선자의 핵심측근인 이재오 의원이 이날 라디오에 나와 ""`내 계보', `네 계보' 챙기고 언제까지 뭘 해라, 좌시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국민 눈에 곱게 비치겠느냐""며 박 전 대표를 겨냥, 직접적으로 비판한 데 대한 강경대응인 것이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표의 중국 방문 기간 소강국면을 보였던 한나라당내 `공천전쟁'이 그의 귀국을 계기로 확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른바 `공천전쟁'이 한나라당 내에서 재점화 되는 것이다.

‘투사 박근혜’를 위한 지지단체들의 각오도 대단하다.

이미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하는 녹색회. 박사모. 한사평 등 26개의 단체가 최근 성명서를 통해 “박근혜 대표 시절 오랜 산고(産苦) 끝에 탄생한 개혁적 당헌.당규를 유린, 밀실공천을 통한 이른바 ′이명박당′의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이 당선자가 당내 공천과 관련한 지침서적 발언을 함으로써, 소위 ‘이명박 정부’의 제왕적 통치기반을 다지기 위한 ‘자기사람 심기’가 노골적으로 엿 보인다”고 직격탄을 날린 상태다.

즉 이명박 당선자의 ′제왕적 통치행태′는 이미 예견되고 있으며, 이명박 당선자의 이같은 독주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사람은 ‘박근혜’ 한 사람 뿐이라는 것. 따라서 ‘이명박 정부’의 견제를 위해서라도 당은 박 대표 위주가 돼야한다는 게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특히 이들은 당 지도부가 당당하게 박근혜 전 대표 측의 요구를 들어 주든지 결별을 선언하든지 선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물론 이들은 박 전 대표가 결별을 선언할 경우, 기꺼이 박 전 대표를 따를 것이다.

실제 박근혜 전 대표의 외곽지원단체를 이끌고 있는 ‘자유수호국민연합’ 박준홍 총재는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www.juno2007.co.kr)에 올린 글을 통해 “우리의 가슴을 폭발시킬 폭탄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우리 님이신 근혜님을 가슴에 안고 장렬하게 산화하는 것”이라고 각오를 밝힌 바 있다.

그러면 ‘투사 박근혜’는 과연 이들을 혁명군으로 하는 당내 혁명을 일으킬 수 있을까?

그리고 만일 혁명을 한다면, 그 시기는 언제쯤일까?

한나라당 총선기획단이 공천 심사위원회를 구성하는 이번 주가 최대 고비다.

친 이명박 진영의 이방호 사무총장이 이끄는 총선기획단이 과반 이상이 외부인사인 공천심사위를 24일 구성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는 늦어도 21일전에, 내부 인사 위주로 짜야 한다는 '친박(親朴) 그룹의 입장과는 전면 배치되는 것이다.

따라서 ‘투사 박근혜’는 21일 이전, 공천심사위원회를 당내 인사로 구성하지 않을 경우, 혁명의 횃불을 치켜 들 것이란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내 혁명의 성공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대통령에 취임하더라도 정치문제에 직접 관여하겠다는 이명박 당선자의 의중이 너무나 확고하기 때문이다. 실제 인수위는 청와대에 정무직을 신설하고, ‘특임장관’이라는 명칭으로 정무장관직까지 신설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마디로 행정부뿐만 아니라, 정치까지 대통령이 직접 틀어쥐겠다는 뜻이다. 그러자면 정치적으로 막강한 힘을 지니고 있는 박 전대표의 손발을 모두 잘라내야만 한다.

결코 박 전대표의 요구를 들어줄 사람들이 아니다.

따라서 박 전대표의 혁명이 성공하려면 불가피하게 당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물론 그 시기 역시 다음 주 쯤이 될 것이다.

박 전 대표는 ‘경선승복’에 이어 ‘지원유세’ 및 ‘중국특사’라는 형식으로 경선패자로서의 역할은 모두 감당해 냈다. 국민들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더 이상 승자의 독식을 인내해야 할 이유가 없어진 것 아니겠는가.

물론 박 전 대표는 그간 이명박 당선자가 준비해 놓은 매뉴얼에 따라 움직여 왔고, 그로 인해 운신의 폭이 좁아 진 것은 사실이다. 이 당선자 진영에서 노골적으로 그를 무시하는 것도 이런 사실을 간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그의 ‘원칙’을 사랑하는 지지자들이 그의 곁을 지키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특사 박근혜’의 역할을 마지막으로 이제 공은 이명박 당선자 측으로 넘어갔다. 이 당선자가 그 공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투사 박근혜’가 혁명을 시도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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