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고 하 승 “영어 때문에 4.9 총선표가 다 날아가게 생겼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영어몰입교육’ 정책에 대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푸념이다.

인수위에서 추진 중인 '영어 공교육 강화 방안'은 학교에서 전체 과목을 영어로 교육한다는 것으로 일명 ‘영어몰입교육’이라고 불린다.

이와 관련, 인수위 사회교육문화 분과 간사인 이주호 의원은 최근 브리핑을 통해 “농어촌 지역에서 영어 이외 과목도 영어로 수업하는 '영어몰입교육'을 이르면 올해부터 시범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기적으로는 초.중.고등학교에서도 '영어몰입교육'을 실시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

이로 인해 학부모와 학생, 학교 등 교육주체들이 혼란에 빠졌다. 심지어 인터넷 상에서는 “인수위가 미쳤다”는 식의 격한 목소리가 네티즌들로부터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우선 영어몰입식 교육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는 것이다.

또한 이로 인해 영어 과외가 더 극성을 부릴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우리 차분하게 생각해 보자.

물론 영어가 생활화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효과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은 필요하다. 영어는 이제 국제사회에서 살아남는 데 꼭 필요한 기능어로서 생활화돼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모든 국민이 영어를 잘해야만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사실 대부분의 국민은 일상에서 영어와 전혀 관련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영어교육에 매달리고 있다. 회사나 학교에서 무조건 의미 없는 영어 성적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어몰입교육을 실시할 경우, 이 같은 현상이 더욱 심화되지 않겠는가?
그리고 영어를 못 따라가는 사람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특히 영어를 못한다고 해서 이 사회로부터 ‘낙오자’라는 낙인이 찍히는 게 과연 온당하기나 한 것인가?

인수위 측은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제도를 도입한다고 하는데 그러면 교사의 영어수업을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들은 결국 또 다른 사교육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이로 인해 사교육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 아니겠는가?

물론 돈이 없는 서민들은 자녀들에게 사교육을 제대로 시킬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서민의 자녀들은 당연히 낙오자가 될 수밖에 없다.

결국 가난의 대물림이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할 뿐이다.

즉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학교 만족 두 배, 사교육비 절반’을 모토로 내세우고 있으나, 평준화 체제를 전면적으로 해체해 교육의 양극화를 가속화 시킬 것이란 뜻이다.

국민들의 생각도 필자의 이런 견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 전교조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진행한 국민여론조사에서 국민의 76%가 인수위의 교육정책이 “사교육비 부담을 늘릴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교육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답한 국민도 75.6%에 달했다. 국민 10명 중 8명 정도가 이명박 정부의 교육 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많은 사람들이 “인수위의 영어 광풍 교육정책은 초중등 학교 현장을 영어 사교육으로 초토화시킬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인수위는 당연히 ‘영어몰입식’교육을 재고해야 한다.

그런데도 인수위는 공청회에 반대의견을 가진 단체들을 배제하는 식으로 자신들의 견해를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

실제 인수위는 “아이들의 심성과 인성을 파괴하고, 특정 계층만이 교육을 독점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반대 목소리는 아예 들으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더욱 걱정이다.

모든 정책을 결정하기 이전에 먼저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절차가 반드시 따라야 한다. 그래야만 예상되는 과오를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이런 절차를 무시하면, ‘인공 청계천’ 꼴이 되기 십상이다.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와 달리 제발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정부가 되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