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 慘火…대운하로 재연될까?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8-02-11 14:4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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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대한민국이 무너져 내렸다""

""비참하다, 참담하다""

""어떻게 이럴 수가!""

11일 새벽 0시40분쯤 화마(火魔)가 삼켜버린 국보 1호 숭례문(崇禮門) 2층이 불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는 현장을 지켜 본 시민들의 탄식이다.

어쩌다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된 것일까?

아직 구체적인 화재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으나, 둘 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첫째는 누전에 의한 화재 가능성이고, 둘째는 누군가에 의한 방화 가능성이다.

그렇다면 누전이나 방화 요인을 제공한 사람은 누구일까?

알고 봤더니 바로 이명박 당선자였다.

실제 그는 서울시장으로 재임하던 지난 2004년에 숭례문 광장조성 결정 당시 ‘서울시장 주관 국보1호숭례문주변조경시설설치안’행정회의에서 “숭례문은 국보 1호의 명성에 걸맞지 않게 조명시설도 낙후되어 있고 관광객의 접근도 용이하지 못하다”며 “이는 대한민국과 우리 서울시의 문화행정에 부끄러움을 더하는 먹칠이나 다름없다”고 목에 핏대를 세우며 연설했다.

당시 문화재청이 ""문루 근처에 조명시설을 설치하거나 광장을 조성하는 것은 자칫 방화나 누전, 낙서 등의 훼손을 초래할 수 있어 보류해야한다""며 강력히 반대 했으나, 이 당선자는 그런 의견을 아예 귀담아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오늘과 같은 참담한 화재 사건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지금 필자는 이명박 당선자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이런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이미 엎지른 물이다.

어차피 다시 주워 담을 수도 없는데, 굳이 누구의 잘잘못을 따져 무엇 하겠는가.

다만 같은 과오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그런데 이명박 당선자는 이른바 ‘한반도 운하’건설 공약을 추진하기 위해 무리수를 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실제 환경단체와 학계 등 관계 전문가들이 “고려하라”고 그토록 외치고 있지만, 우이독경(牛耳讀經)이다.

숭례문 광장을 조성하고, 조명을 설치할 때 “누전과 방화가 우려된다”는 문화재청의 조언을 외면했던 모습과 너무나 흡사하다.

그래서 걱정이다. 이러다 숭례문 참화와 같은 불상사가 대운하에서 재연되는 것 아닌가 하고 걱정된다는 말이다.

물론 일단 공사가 시작되면 경기는 살아난다. 시멘트, 철근, 중장비, 물류, 시공, 전기, 전자 등 대운하 건설과 관련된 산업도 살아나고 건설일용근로자가 늘어나니 고용도 늘 것이다.

하지만 대운하 건설이 끝나면 그 많은 인원들은 다시 실업자가 될 수밖에 없다. 그에 따른 모든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남게 된다.

즉 단기적 경기부양책은 될지 모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엄청난 유지관리비용과 건설로 쏟아 부은 엄청난 국고를 충당하기 위해 국민들의 주머니를 강탈하는 정책을 펴게 될 것이란 뜻이다. 한마디로 경제성이 없는 대운하라는 말이다.

특히 환경과 생태계에는 치명적이다.

노령산맥과 소백산맥에 구멍을 뚫고 수십개의 다리를 다시 설계하고 심지어 일부지역은 도로구조도 개편해야 한다.

이에 따라 안병옥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5000t급 대형 컨테이너선을 띄우기 위해서는 강바닥을 깊이 파내야 하고 심지어 모래층이 얕은 곳은 암반층 굴착도 불가피하다”며 “이는 물고기들의 산란 장소를 파괴하고 물의 자정능력을 빼앗아 가는 등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파괴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생태지평연구소의 박진섭 부소장은 선박 사고와 홍수 피해의 증가 가능성을 제기했다. 불교계 역시 “대운하 건설은 주변 습지를 파괴해 동식물들의 안식처를 사라지게 하고 대대적인 지질학적 변형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환경재앙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마치 숭례문 광장을 조성하고, 조명을 설치할 당시 문화재청이 이명박 시장에게 “누전과 방화가 우려된다”는 경고메시지를 보낸 것과 흡사하지 않는가.

당시 서울시장이던 이명박 당선자는 그런 경고를 무시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제발 전문가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여 주기 바란다.

국민들은 ‘제2의 숭례문 참화’가 대운하 건설로 재연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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