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공천 원칙은 무엇인가?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8-03-10 14:5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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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어느 정당이건 공천을 하는 데에는 나름대로 원칙과 잣대라는 게 있을 것이다.

가령 당선 가능성을 제일순위로 한다든가, 당성을 최우선으로 한다든가, 아니면 도덕성을 가장 우선순위에 둔다든가 하는 원칙 같은 게 있을 것이란 말이다.

그런데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나라당 공천모습을 바라보노라면, 과연 이 원칙과 잣대라는 게 있기나 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비윤리공천’ ‘철새공천’ 등 자신들이 스스로 고백하는 말처럼 공천에 감동을 주는 요소가 부족하다. 그것도 아주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우선 한나라당의 비리 전력 후보자 공천 배제와 관련,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일고 있다. 실제 한나라당은 지난 2월 비리 혐의로 사법처리를 받은 사람에 대한 공천 여부를 두고 논란을 빚은 끝에 벌금형 이하는 공천 배제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었다.

당초 공천심사위는 '뇌물과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로 형이 확정된 경우 공천 신청을 못하게 한' 당규 3조 2항 적용을 둘러싸고 논란 끝에, 금고(禁錮) 이상의 형을 받은 사람에 대해서는 공천에서 배제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던 것.

그러나 최근 발표된 한나라당 공천 내정자 중에는 '금고형 이상' 선고자가 당당하게(?) 포함돼 있었다.

바로 한나라당 강원도 태백·영월·평창·정선 지역에 공천이 내정된 김택기 전 의원이다.
그는 1993년 이른바 '국회 노동위 돈봉투 사건'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던 인물이다.

인천 서·강화갑 공천내정자인 이학재 전 인천 서구청장 역시 1995년 구의원 선거 당시 금품제공 혐의로 역시 집행유예를 받았던 사람이다.

한마디로 원칙이 없는 것이다. 아니 자신들이 정해 놓은 그 알량한 원칙마저 스스로 깨뜨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례는 이 외에도 부지기수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철새공천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강재섭 대표는 지난달 13일 “철새 정치인과 정당을 이번 총선을 통해 반드시 심판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는 ‘철새공천’을 하지 않겠다고 당 대표가 직접 국민들 앞에 ‘원칙’을 제시한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불과 한 달 만에 이 원칙은 여지없이 깨지고 말았다.

실제 한나라당은 최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지난 3일 당 공천심사위원 회의에서 충남 당진 공천이 내정된 정덕구 전 열린우리당 의원에 대한 공천을 인준하고 말았다.

정 전 의원은 김대중 정부 시절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냈고, 열린우리당 비례대표로 17대 국회에 입성했던 사람이다.

오죽하면 인명진 당 윤리위원장이 “사람이 아닌 새를 공천하느냐”고 당 지도부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겠는가.

이 같은 한나라당의 공천 모습은 통합민주당의 공천 원칙과 확연하게 대비되는 대목이다.
민주당은 비리·부정 관련자 일괄 공천배제 방침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

물론 철새에 대해서는 아예 복당신청마저 불허하고 있다.

강운태 전 내무부 장관과 김선미 의원, 김영환 전 의원의 복당 신청을 거부한 것이 그 단적인 사례다.

그런데 한나라당 공천에는 이런 원칙이 전혀 없다. 그러니 탈락자들의 반발이 거세지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오죽하면 ‘표적공천’이니 ‘박근혜파 대량학살 공천’이니 하는 소리가 나오겠는가.
실제 경기도에서 박근혜계의 이규택 의원과 한선교 의원이 공천을 받지 못한 것을 두고 말들이 많다.

오래전부터 당내에 돌던 ‘살생부’가 현실화했다는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월등히 앞선 현역의원을 배제한다는 것은 분명한 표적에 의한 학살이라는 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는 정말 4.9 총선에서 국민의 지지를 받기 원한다면, 명확한 공천 기준을 공개해야 한다.

즉 김택기.이학재.정덕구 같은 사람이 어떻게 해서 공천을 받게 됐으며, 이규택,한선교 같은 사람이 왜 공천을 받지 못하게 됐는지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상세하게 설명해 줘야 한다는 말이다.

만일 이 같은 설명이 없다면, 국민은 기꺼이 한나라당 지지를 철회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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