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운하 공약, ‘용도폐기’ 선언하라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8-03-18 13:55:30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편집국장 고 하 승 한나라당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당의 4.9총선 공약에 넣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용도폐기’를 선언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유권자들의 생각은 다른 것 같다.

당장 총선에서 불리해 지니까 공약에 집어넣지 않는 것일 뿐, 국회 과반의석을 확보한 후에는 어떤 형태로든 대운하 추진을 강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대운하 추진 반대를 목청껏 외치는 인사들이 이번 4.9 총선에서 지지를 받고 있는 반면, 대운하 추진을 강행하려는 인사들은 유권자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있다.

서울 은평을 지역구의 여론조사만 봐도 이 같은 상황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환경운동을 해 온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가 ‘대운하 반대’를 앞세우며, 한나라당에서 대운하 전도사 역할을 해온 이재오 의원을 압박하고 있다.

실제 문 대표가 지역구 관리의 귀재로 알려진 이 의원에게 5~6%포인트 앞서고 있다는 여론조사가 공개됐다.

‘조선일보’와 ‘SBS’가 공동으로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4%p)다. 결과 문 대표는 43.6%의 지지율을 기록, 37.1%를 얻는 데 그친 이 의원을 6.5% 포인트 차로 앞서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중앙 SUNDAY>가 지난 15일 발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8~4.9%p)에서도 문 대표는 32.6%를 얻어 32.5%인 이 의원을 0.1% 포인트 차로 이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통합민주당에서 송미화 씨를 후보로 내세워 개혁 성향의 표가 양분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과가 나타났다는 것은 ‘대운하’에 대해 유권자들이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 아니겠는가.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고진화 의원도 1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운하 반대 전도사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고 의원은 이날 “저 자신에 대한 정치 보복은 용서할 수 있다 하더라도 민주주의와 아름다운 금수강산에 대한 생명파괴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며 “모든 정파를 초원해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한반도 대운하 저지를 위한 국민연대'의 조속한 건설과 1000만 서명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 의원의 이 같은 선언은 즉시 효력이 나타나고 있다.

그의 출마 예정지인 영등포 지역에서 고 의원의 인기가 점차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다급하게 ‘대운하 추진’을 총선 공약으로 내걸지 않겠다고 ‘극약처방’을 내놓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 같은 처사가 ‘눈 가리고 아옹’에 불과하다는 점을 유권자들이 모를 리 없다.
단지 총선 공약으로 내세우지 않겠다는 것과 ‘용도폐기’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은 현격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 이명박 정부의 대운하 정책을 뒷받침하는 중앙 부처의 최일선 조직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모르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최근 국토해양부는 조직개편을 통해 건설수자원정책실 산하에 ‘운하지원팀’을 신설 운하건설의 의지를 구체화했다

운하지원팀은 1차관-건설수자원정책실-수자원정책관 지휘를 받으며 일단 5명 정도로 출발한다. 팀의 업무는 모두 10가지. 이 중 9가지는 경인운하와 굴포천 방수로 사업 등 모두 운하관련 사항이다.

앞서 지난 11일 단행한 과장급 인사에서는 안정훈 전 부산국토관리청 포항국도관리사무소장을 운하지원팀장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향후 운하지원팀은 내륙주운에 관한 ▷법령 입안 및 연구 ▷운하 개발계획 수립과 시행 ▷운하시설 설계 기준에 관한 정비 및 연구 ▷주변지역 지원 ▷선박 설계와 운항 조건 ▷운하 건설에 따른 민간 자본 유치 등을 주 업무로 하게 된다고 한다.

한마디로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이미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대운하를 은밀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말이다.

국가적 재앙이 예고되는 대운하 건설만큼은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그러자면 오직 국회에서 견제하는 방법밖에 없다. 유권자들이 하나 둘 한나라당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양당의 ‘견제론’에 힘을 실어주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한나라당이 정녕 떠나가는 표심을 잡고자 한다면, 단순히 ‘대운하 공약을 넣지 않겠다’는 꼼수 대신 ‘대운하를 포기하겠다’는 진심어린 선언을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