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마케팅’ 지고 ‘근혜마케팅’ 뜬다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8-03-28 11:2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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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MB마케팅’ 지고 ‘근혜마케팅’ 뜬다
고하승 편집국장

4.9 총선을 앞두고 친박연대 후보는 물론 무소속 후보에 자유선진당 후보들까지도 홍보물에 ‘박·근·혜’ 이름 석 자를 집어넣은 홍보물이 넘쳐나고 있다.

반면 ‘MB’ 이름을 박아 넣은 홍보물들은 모조리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는 모습이다.

MB 마케팅은 감표요인이지만 근혜 마케팅은 득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 18대 총선 선거전에서 ‘박근혜 마케팅’이 본격화되고 있다.

무소속연대의 김무성 의원은 최근 모든 공보물에 들어갈 구호를 ‘박근혜를 지키고 부산 남구를 발전시키겠습니다’로 통일했다. 유기준 의원과 유재중·이진복·강동훈 후보들의 홍보 문구도 일제히 ‘박근혜를 지키고’로 시작한다.

지난해 말 대선 직전 한나라당을 탈당한 자유선진당 곽성문 의원 역시 최근 ‘박근혜 지킴이 곽성문’이라고 적힌 홍보용 명함을 제작했다.

선진당의 정인봉 의원은 아예 모든 홍보물에 박근혜 사진을 담았을 정도다.

심지어 무소속 연대의 이해봉 의원의 선거 차량은 박근혜와 함께 찍은 사진으로 도배됐을 뿐만 아니라, ‘살아서 돌아오라-박근혜’라는 글귀를 선명하게 박아 넣었다.

한선교 의원은 공보물 맨 뒷장에 박 전 대표가 공천을 비판한 “저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는 구절을 집어넣었다.
특히 친박연대는 이번 총선의 핵심 구호를 박 전 대표가 탈락 의원들에게 언급한 ‘살아서 돌아오라’로 확정할 정도다.

한나라당 공천에서 살아남은 친박계도 요즘 ‘싱글벙글’이다. 단지 박근혜 측근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지역에서 호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이명박 측근 인사들은 죽을 맛이다.

MB 마케팅이 감표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한나라당 출마자들, 심지어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들마저 ‘이명박 탈색’을 노골화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공약인 대운하 반대 여론이 확산되고, 이른바 ‘강부자-고소영’이라 불리는 초대 내각인사파동에 최근에는 ‘통일정책 부재’라는 비판까지 겹치면서 MB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MB 측근 강승규 전 인수위 부대변인은 최근까지 홍보 현수막에 ‘마포 MB’라는 글자를 넣어 부각시켰지만 3월 중순 선거사무소를 옮기면서 다시 내건 현수막엔 이 문구가 사라지고 없었다.

심지어 이명박 대통령의 팬 클럽 ‘MB연대’ 대표를 지낸 박명환 후보마저 ‘탈 MB 마케팅’을 구사할 정도다.

실제 그는 최근까지 ‘새로운 출발, 이명박, 박명환과 함께’라고 적힌 명함을 돌렸지만 요즘엔 ‘4월9일 광진이 확 바뀝니다’라고 적힌 명함으로 바꿔버렸다.

그러나 이들은 ‘MB맨’이라는 굴레로 인해 민주당의 노웅래 후보와 추미애 의원에게 밀리고 있다.

민주당의 정동영 후보와 맞붙은 정몽준 의원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한나라당 경선 당시 MB의 손을 들어준 탓에 ‘MB맨’이라는 달갑지 않은 호칭을 얻게 된 그는 높은 한나라당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정동영 후보와 오차범위 내에서 박빙의 접전을 벌일 만큼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그래서 어떻게든 ‘박근혜 마케팅’을 도입해 보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그가 ‘MB맨’으로 각인돼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가 7월 전당대회에서 박근혜 대표와 당권경쟁을 벌일 잠재적 ‘반박(反朴)리더’라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한나라당 지지자들 가운데 박근혜 지지자들이 그를 지지하기보다는 차라리 정동영 후보를 지지하는 쪽을 선택하고 있다는 말이다.

실제 박근혜 전 대표가 한나라당 공천을 비판하기 이전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그가 정동영 후보를 무려 20% 이상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박 전 대표의 비판이 나오자마자 지지율이 급락해 이제는 오차범위 내에서 서로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필자와 가까운 한나라당의 모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총선에서 근혜 이름을 팔면 살아남지만, MB의 ‘M’자만 들먹여도 죽을 수밖에 없는 게 현재의 지역 민심이다. 따라서 총선이 끝나면 우리는 다시 근혜의 위력을 실감하게 되고, 결국 그를 당대표로 모시는 상황이 될 것이다. 어쩌면 서청원 홍사덕 김무성 등 친박 인사들이 개선장군이 되어 당을 접수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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