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지간 축구경기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8-04-01 18:4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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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용 선 (의정부 주재) 의정부 발곡중학교 선생님들과 학생들은 매주 사제(師弟)간 축구 경기를 펼친다.

소위 문제아(?)라는 학생들과 펼치는 축구경기인데, 생활지도를 위함이 그 목적이라고 한다.

원래 축구경기가 가지고 있는 달리고 부딪히는 격렬함 때문인지 경기시작에 보여줬던 서먹서먹한 몸놀림은 채 5분도 가기 전에 동료들과의 경기인양, 한 치의 양보가 없다.

물론 경기가 끝나면 사제지간은 빵과 음료수를 마시며 격 없는 대화를 펼친다.

학교생활의 어려운 점이나 애로사항 등 사소한 일상생활 얘기까지 허심탄회하고 진솔한 대화가 이어진다.

공이라는 매개체를 놓고 사제지간의 두꺼운 벽이 조금씩 허물어지는 순간이었다.

요즘 우리사회는 기성세대와 청소년세대가 서로 다른 문화 속에서 서로 다른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세대를 넘어 사이버세대로 접어들면서 그 벌어지는 격차는 더욱 심화돼, 결국 치유될 수 없는 그야말로 ‘따로국밥’과 같은 사이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누구 책임이라고는 말할 수는 없지만 사실 기성세대들은 지금껏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문제점에 대해 무조건적인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며 해결에 소극적이었던 것만은 사실이다.

부딪치길 두려워하며 이내 자리를 피해왔다.

외국 영화에는 종종 학교나 청소년 교육에 관한 내용이 소재가 되는데, 선진국에서는 이미 철저하게 계획을 짜서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인양, 끈기 있게 참고 인내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어땠는가.

기껏 하는 말이 있다면 “원 말이 통해야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건방진 것들” “우리자랄 땐 안
그랬는데” 등 대화를 포기하려는 투의 투덜거림이 전부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일주일에 한 번 씩 사제기간 축구경기를 통해 서로의 단절된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고 있다고 하니 발곡중학교의 적극적인 교육방법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우리사회는 자고 나면 변해 있다고 한다.

주로 급변하는 국제정세 혹은 격변하는 사회로 표현되고 있는데, 가치체계의 변화와 더불어 문화와 생활이 변하고 있다.

변한 것 중 두드러진 것을 꼽는다면 수없이 많겠지만 선생님과 학생들 사이에 이뤄지는 사제지간의 관계를 들을 수 있다.

과거에는 “선생님 그림자도 못 밟는다.”는 말이 있었지만 요즘 그런 존경심은 사라진지 오래다. 전통적으로 이어온 예의범절이 없어 졌다고도 말할 수 있는데, 한마디로 ‘신뢰감의 붕괴’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청소년교육의 위기의식 속에서 사제기간 멀어진, 기성세대와의 단절된 분위기속에서 그나마 스포츠를 통해 위기탈출을 시도해보려는 발곡 중학교의 장외교육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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