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정몽준의 ‘유유상종’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8-04-03 15:5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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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이명박 대통령을 만든 일등 공신은 지금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정몽준 후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정 후보는 한나라당 경선 당시, 막판에 이명박 대선 후보의 손을 들어줘 그에게 승리를 안겨 준 사람이기 때문이다.

실제 당시 승자인 이명박 후보와 패자인 박근혜 후보와의 표차는 겨우 오차범위 수준에 불과했다. 따라서 정 의원의 선택이 박근혜 전 대표에게는 치명적이었을 것이며, 매우 가슴 아픈 일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그러면, 정 후보는 왜 이명박 대통령을 선택한 것일까?

물론 거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는 말이 있듯이 두 사람이 어딘가 모르게 서로 닮은 점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우선 두 사람은 선거를 앞두고 ‘TV 토론회’를 회피하려든다는 점에서 서로 닮았다.

정몽준 후보는 정동영 민주당 후보와 함께 3일 오후 3시께 동작 케이블 TV 총선 토론회를 녹화할 예정이었으나, 정몽준 후보의 불참으로 무산되고 말았다.

토론회를 불과 7시간 앞두고 참석을 거부한 것이다.

앞서 정몽준 후보는 TV 토론회에 참석하겠다는 뜻을 표시하면서 스스로 도장도 찍고, 승낙서까지 주최 측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그의 느닷없는 토론회 불참은 유권자인 동작구민들을 우롱하는 행위로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더구나 불참 통보 사유라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정몽준 후보 측은 ""이틀 전 흑색선전물이 살포됐다""며 ""선거가 너무 혼탁해졌다고 판단해 토론회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믿는 유권자가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같은 날 성희롱 사건이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따라서 이 문제가 토론회에서 거론될 것이고, 수세에 밀릴 것을 예상한 정몽준 후보 측이 토론회를 회피한 것으로 생각하는 유권자들이 상당수일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경선 후보 시절에 ‘TV 토론회’를 회피하려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실제 이명박 캠프는 당시 ‘TV 합동토론회 보이콧’을 선언했다가 박근혜 캠프로부터 엄청난 공격을 받았었다.

당시 이혜훈 박근혜 선대위 공동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정책경선을 통해 정책부재가 드러나고 검증청문회 통해 도덕성 부재마저 드러나자 검증 거부, 경선 불참을 사실상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의혹을 덮기 위해 토론회마저 거부하는 것은 국민의 눈과 귀를 막고 대통령되겠다는 것""이라고 맹비난했었다.

그래서 두 사람이 서로 닮았다는 말이다.

이것뿐만 아니라,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는 점에서도 둘은 영락없이 닮은꼴이다.

우선 정몽준 후보는 스스로 ‘TV 토론회’ 참석을 약속했다가 뒤집어 버린 사람이다.

정 후보는 앞서 지난 2002년에도 대통령 선거 하루 전 노무현 당시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 약속을 파기한 적이 있는 사람이다.

그러면 이명박 대통령은 어떤가?

4.9 총선을 불과 며칠 앞둔 시점에 박근혜 전 대표가 “속았다”며 한나라당 지원유세에 나서지 않을 방침을 천명한 것을 보면, 그렇게 약속을 잘 지키는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실제 박 전대표는 지난달 23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한나라당의 18대 총선 공천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는 이날 ""당시 많은 사람들이 제가 속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어쩌면 속을 줄 알면서도 믿고 싶었습니다. 약속과 신뢰가 지켜지기를 바랐습니다. 그러나 결국 저는 속았습니다. 국민도 속았습니다""라면서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어쩌면 이명박 대통령은 꼿꼿하게 ‘원칙’을 지키며 자신을 불편하게 만드는 박근혜 전 대표보다는 그래도 이처럼 자신과 닮은 구석(?)이 있는 정몽준 후보를 더 좋아할지도 모른다.

각 언론보도를 보면 친이(親李, 친 이명박) 세력이 7월 전당대회에서 정 후보를 당대표로 만들기 위해 물밑에서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한다.

그래서 걱정이다. 정말 우리나라에 이런 사람 말고는 진정으로 국민을 사랑하고 아끼는 지도자가 없다는 말인가?

제발 TV 토론회를 두려워하지 않는 떳떳한 지도자, 그리고 국민과의 약속을 철석같이 이행하는 그런 지도자가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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