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죽었다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8-05-20 19: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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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성 영 (한나라당 국회의원)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일(5월22일)이 불과 며칠 앞으로 다가왔지만, 열기를 찾아볼 수 없다. 지난 2004년 5월 김덕룡, 김문수, 안택수 후보가 치열하게 경쟁하며 보여주었던 활력과 비교해 볼 때 지금은 당 안팎에 열기가 없다. 이런 분위기라면 오는 7월의 전당대회도 흥행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많은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는 말썽 많은 미국산 쇠고기수입 협상문제에 대해서도 당내토론이 실종되고 변명만 부각되고 있다. 그런데도 지금 당은 정국을 수습할 방안조차 제대로 못 내놓고 있다. 한나라당이 도대체 왜 이렇게 되었는가.

지난 18대 총선후보 공천에서 박희태, 김덕룡, 맹형규, 정형근, 권철현, 김무성, 권오을 의원 등을 공천에서 배제한 장본인을, 국민들은 이재오ㆍ이방호 의원으로 알고 있다. 지난 4월9일의 총선 결과가 그것을 거듭 확인시켜 주었다. 그 공천의 후유증을 지금 한나라당이 떠안고 신음하고 있다. 국회의장을 맡을 만한 분은 낙천되었고, 원내대표 선거도 활력을 잃고, 당대표를 할 사람도 마땅하게 없다. 각 상임위원회 위원장 후보군들도 도토리 키 재기를 하고 있다. 안타까운 상황이다.

그런데 얼마前 이재오 의원이 대통령을 만났다는 얘기와 함께 여러 가지 보도가 있었다. 이런 당내상황을 초래한 장본인으로 거론되는 분이, 구차하게 지도부 구성에 관여하려는 의도를 드러낸다면, 이는 당을 위해서나 본인을 위해서나 불행한 일이다. 이재오 의원은 그간 누구보다도 선명한 정치를 해왔다. 추론과 상상이 더 이상 확대되기 전에 선명하게 떠나야 한다. 그래야 반듯하게 돌아올 기회가 주어지는 법이다.

박희태 부의장이 그간 청렴한 정치생활을 해온 분이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특히 18대 총선후보 공천에서 탈락해 억울한 점이 많다는 것도 잘 안다. 그러나 이재오ㆍ이방호 의원의 역할이 사실상 끝났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박희태 부의장의 역할도 다한 것으로 봐야 한다. 한나라당이 18대 국회를 시작하면서 또다시 민정계라는 이력으로부터 출발해야 하겠는가. 흘러간 물로는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다. 민주당 대표가 50대, 원내인사로 논의되고 있는 현실도 직시해야 한다.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박희태 부의장으로 대응하기는 곤란하다. 소위 ‘소장 기회파’들은 그간 어떠하였는가.

이회창 前 총재가 득세하던 시절에는 이회창을 옹호하다 나중에는 당에서 쫓아내다시피 했고, 박근혜 前 대표가 힘을 쓰던 시절에도 이에 동조하다 결국에는 갈라서고, 이제는 이명박 대통령 주변에서 정무기능 개편이라는 지엽적인 노래를 부르며 서성거리고 있다. 국민들은 17대 국회 ‘수요모임’의 끝을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다.

지난 총선후보 공천과정에서 이상득 부의장에 대한 공천반납 요구 파동은 또 어떠한가? 공심위가 이상득 의원을 공천하고 나서 한달 가까이나 침묵하고 있다가, 후보등록을 불과 이틀 앞두고 공천반납을 요구했다. 국민들은 그 소동을 벌인 배후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부겐베리아(Bougainvillea)’는 브라질이 원산지로 뿌리도 없이 푸른 숲에 기생하는 넝쿨과의 붉은 꽃이다. 한
나라당 ‘소장 기회파’들은 생물학적 나이와 선수(選數) 뒤에 숨어서 부겐베리아로 머물지 말고 이제는 전면에 나서야 한다. 당당하게 원내대표 선거에도 나서고 전당대회에도 출마하여 당원들로부터 책임 있는 심판을 받아야
한다. 부겐베리아는 죽어가는 나무에는 살지 않겠다는 것인가?

소위 ‘친박인사’들이 복당한다고 해도, 상처 입은 날개로는 당분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5월22일 열리는 18대국회 첫 의원총회가 공식 데뷔무대가 될 82명의 초선의원들에게 희망을 가진다. 그들이야 말로 未知의 가지 않은 길이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 ‘미완의 희망’이라 하는 까닭은, 그들이 이재오類에 길들여지거나, 박희태 대세론에 편승하거나, 청와대 쪽에 길들여진다면 그건 온전한 희망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이 진정으로 온전한 희망이 되려면, 길들여지지 않은 순수함으로 정확한 민심을 물어와 黨과 청와대에 제대로 작동하는 역할을 해야만 한다. 그래야 한나라당에 진정한 희망이 생기는 것이다.

한나라당이여, 부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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