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탄과 고철’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8-08-25 19:2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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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용선 (의정부 주재) 전쟁으로 헐벗고 굶주림에 지쳐 있는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총탄이나 포탄도 생계 수단이라고 한다.

전투가 한창인 가운데에서도, 잠깐 틈만 나면 아이들은 포탄과 탄피를 주우려 이리 뛰고 저리 뛴다고 하니 참으로 기가 막힐 따름이다.

하기야 우리도 지난 1960~70년대쯤만 해도 경기북부나 강원도 3.8선 부근의 마을에서는 포 사격장에서 포탄이나 탄피 줍기에 여념이 없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이 어떤 시댄가.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13개를 획득, 출전 204개국 중 7위를 하지 않았던가.

이 정도면 누가 뭐래도 명실 공히 스포츠 강국이 분명하고 선진국이라고 자부해도 되지 않겠는가.

그런데, 요즘 군 훈련장이나 사격장에 몰래 들어와 포탄이나 고철을 주어 가는 간 큰 민간인들 때문에 군부대에선 보통 골치 아픈 일이 아니라고 한다.

참다못한 군은 훈련장 무단출입 행위에 대해 형사 처분 등 강력대처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잘될지 의문이다.

문제는 고철 때문인데, 고철 값이 한 달 새 20%이상 올라 지난 2월 중순에 비해 철 스크랩 입고물량이 70%가지 떨어지는가 하면, 평균 37만 4천원 수준이던 국내 고철 값이 40만원 대 까지 육박했다고 한다.

중국이나 인도 등 개발도상국들의 무작위 고철 빨아들이기가 그 원인이라고 하는데, 돈 좀 된다는 사실이 퍼지자 고철 사재기 상이 엄청 늘어나 국내 건설경기까지 여파가 미처 휘청거리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유통 상인들을 대상으로 단속의 고삐를 옥죄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원재료인 고철의 매점매석은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하니 보통문제가 아니다.

일이 이쯤 되자 ‘돈 되는 장사’로 부상한 고철수집에 조폭들까지 기웃거리는 현상이 일어나는 가하면 길거리의 소화전이나 전선, 맨홀뚜껑, 심지어 교통표지판 등 고철로 만들어진 것이라 하면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뜯겨져 있는데, 어느 집은 자고나니 철제 대문이 없어 졌다고 하니 가히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이런저런 사정을 살펴보다 보니 군부대 훈련장 고철사건은 별 사건도 아닌 것처럼 느끼는 건 왜일까.

어쨌든 현행법에는 “허가 없이 군부대나 훈련장을 출입할 경우, 군사시설보호법 (7조, 11조)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이하의 벌금”으로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고철이 돈 좀 된다고 포탄 훈련에 여념이 없는 군부대 마당 안까지 들어갔다고 하니 아프가니스탄의 어린이들과 조금도 다를 바 없지 않은가.

하루빨리 고철 문제가 매듭질 수 있도록 정부에서는 단속반원을 배로 늘려서라도 ‘고철과의 전쟁’을 선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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