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 내부, 自淨의 소리도 있다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8-09-04 15:02:22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편집국장 고 하 승 이명박 정부의 종교편향 문제가 연일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특히 불교계는 정부의 종교편향정책으로 인해 분노가 극에 당한 상황이다.

실제 지난 달 27일 서울광장에서 10만여 불자들이 모여 ‘헌법 파괴·종교 차별 이명박 정부 규탄 범불교도대회’를 여는 일까지 발생했다.

그런데도 한승수 총리가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의 종교편향적 정책은 없으며, 앞으로도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종교편향 정책이 없는데도 스님들이 떼를 쓰고 있다는 뜻이다.

과연 그런가.

아니다.

지난 6개월 동안 이명박 정권의 종교편향 사례는 무수히 많았다.

우선 2월 22일 이른바 ‘고소영’ 내각이라는 편중인사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고’는 고려대, ‘소’는 소망교회, ‘영’은 영남지역 출신이라는 점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3월 16일에는 뉴라이트 김진홍 목사를 청와대로 불러 예배를 들였고, 5월 15일에는 순복음교회 50주년 동영상 축하메시지를 보내면서 부처님오신 날에는 축전조차 보내지 않았다.

심지어 6월 20일에는 국토해양부 '알고가' 교통정보에 사찰 표시를 삭제해 물의를 빚었고, 같은 달 24일에는 어청수 경찰청장이 '제4회 전국경찰복음화 금식 대성회' 광고포스터에 사진을 게재하는 일까지 있었다.

또한 8월 7일, 교육과학기술부의 교육지리정보서비스 학교현황 서비스에 사찰이 누락 됐는가 하면, 불교계가 정부규탄 대규모 집회를 가진 다음날인 28일에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김진홍 상임의장 등 뉴라이트 전국연합 회원 250여명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가진 일도 있었다.

그런데 총리라는 사람이 '종교편향은 없다'며 잡아떼고 있으니, 얼마나 한심한 노릇인가.

마치 ‘눈 가리고 아옹’ 하는 격이다.

지금 정부의 이런 종교편향적 태도에 대해서는 개신교 내부에서도 자정의 목소리가 흘러나올 정도다.

실제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는 지난 2일 이명박 정부의 종교 편향 논란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종교간 화합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협의회는 이날 “이명박 대통령은 기독교 편중적인 사고를 갖고 정치와 국정을 수행하고 있으며 정부 주요 인사들이 기독교 편중적 언행은 다른 종교인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은 주요 자리에 특정교회 인사들을 임명해 교회권력의 정치세력화를 시켰다”고 강하게 질책했다.

따라서 불교계의 저항과 반발은 당연하다는 것.

이들은 문제의 해결책으로 △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 어청수 경찰청장의 사퇴 △ 보수기독교 정치세력화와 배타적 자세를 금할 것을 주장했다.

특히 협의회는 종교편향의 문제는 대형교회가 중심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대형 교회는 자주 이웃종교들을 비하하고 폄하해 왔다.

강남에 있는 대형교회 장로출신의 이명박 대통령도 이런 영향을 받은 것 같다.

그러나 대형교회의 속을 들여다보면 가관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온갖 비리의혹들이 불거져 나와도 뻔뻔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 대형교회에서 배운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실제 교회 재정의 불투명, 담임목회자 세습, 교회 안의 성차별, 교단 대표 자리싸움과 돈 선거문제 등등 온갖 폐단을 안고 있는 게 대형교회다.

그들이 자신의 부패와 음습한 모습을 감추기 위해 타 종교들을 비방하는 것으로 시선을 딴 방향으로 돌리려는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것은 올바른 종교인의 모습이 아니다.

그래서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는 타 종교들에 대한 독선적이고 배타적인 자세를 금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심지어 보수교단인 인천순복음교회 최성규 목사도 주일예배 설교에서 종교 화합을 강조했다.

그는 “세상에는 많은 종교가 있다. 우리는 건전한 타종교인들을 종교로써는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교계만 분노에 찬 것이 아니라, 개신교 내부에서도 이처럼 이명박 정부의 종교편향적 태도에 문제가 있음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 총리는 ‘종교편향 없다’고 거짓말을 할 게 아니라, 솔직하게 과오를 시인하고 바로 잡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그나저나 이대로 가면 이념 갈등보다 더 무서운 종교 갈등이 우리 국민들을 갈라놓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잠이 오지 않는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