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김문수 ‘짜고 치는 고스톱’?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8-10-30 13: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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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이명박 대통령과의 한판 싸움에서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승리했다.

김문수 지사가 그토록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수도권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역설했고, 결국 그의 뜻대로 그동안 수도권에서 산업단지 안에 들어설 수 없도록 제한돼있던 규제가 풀려 대기업도 산업단지 안에 공장을 지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수도권 공장총량제 적용대상도 대폭 축소된다.

수도권 내 기업에 부과하는 취득·등록세 중과제도도 개선할 계획이라고 한다.

실제 국토해양부는 3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제8차 회의에서 확정된 이같은 내용의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토이용의 효율화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김문수 지사는 경기도 지역의 기업인들은 물론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 지역 기업인들에게도 영웅이 됐다.

수도권 규제 완화가 서울과 인천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김문수 지사가 한나라당내 차기 대권주자들 가운데 한 걸음 더 앞서 나가게 됐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차기 대권 경선구도는 박근혜-정몽준 양자구도에서 김문수 지사가 포함된 3자구도로 진행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어쩌면 정몽준 최고위원의 세가 급격히 빠지고, 오히려 박근혜-김문수 양자구도로 급속하게 재편될 지도 모른다.

필자는 이미 ‘짜고 치는 고스톱’ 가능성을 우려한 바 있다.

실제 지난 9월 3일자 칼럼에서 ‘정몽준 보다는 친이(親李, 친이명박-친이재오) 세력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게 될 김문수가 박근혜의 경쟁상대’라는 요지의 칼럼을 쓴 바 있다.

또 7월 24일자 칼럼에서는 그가 대권을 의식한 발언들을 마구잡이로 쏟아놓는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김 지사의 이명박 정부를 향한 비판은 도(度)를 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만큼 거칠었다.

그의 입에서 이명박 정부를 향해 ‘배은망덕’이라느니, ‘미친 짓’이라느니, ‘국가전체의 틀에서 보는 안목이 결여된 정부’라는 등의 용어들이 거침없이 튀어 나왔었다.

물론 김 지사는 <시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청와대가 아니라 정책에 대한 표현”이라고 선을 그었으나, 사실은 그게 그거다.

왜냐하면 김 지사는 당시 한 회의에서 “대통령께서 데모하는 사람 봐주기를 한다면 우리도 촛불집회를 해야겠다”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는가하면, “경기도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해도 부족한데 정부의 경기도에 대한 정책은 배은망덕”이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었다.

그는 다음 날에도 “(이명박 정부가)이 눈치 저 눈치를 보면 경제의 가장 중심인 국가성장 동력을 크게 떨어뜨리는 우를 범하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었다.

뿐만 아니라 김 지사는 수도권 규제완화 후퇴반대와 비수도권에 치우친 지역발전추진전략 반대에 대한 1000만인 서명운동에 들어가는 등 직접 실력행사에도 나설 예정라고 으름장을 놓기까지 했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김 지사는 같은 민중당 출신의 이재오 전 의원과 함께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혁혁한 공을 세운 사람이다.

그런 그가 비록 이명박 대통령이 아니라 정책을 향해서라고 하지만 ‘배은망덕’이니, ‘미친 짓’이니 하는 격한 표현을 사용했다니 이상하지 않는가?

물론 이명박 정부가 너무 인기가 없으니까 정부와 거리두기를 통해 자신을 보호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아무래도 2%가 부족한 느낌이다.

그래서 필자는 혹시 이명박 대통령과 암묵적인 거래가 있지 않았느냐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즉 인기 없는 노무현 정권 당시 노 전 대통령이 민주당 대권주자들에게 ‘나를 밟고 넘어가라’고 제스처를 쓴 것처럼, 이 대통령이 자신의 후임자로 생각하는 김 전 지사에게 넌지시 ‘자신을 밟고서라도 올라가라’는 뜻을 전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이다.

물론 당시 김 지사는 <시민일보> 정치부 기자에게 “헛다리짚은 것”이라며 이 같은 의구심을 일축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이명박 정부로부터 수도권 규제완화라는 결실을 따 내었다.

인기 없는 이명박 대통령과 대립하면서 자신의 인기도 얻고, 규제완화라는 소기의 성과까지 얻어냈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 아니겠는가.

이 일로 그는 단숨에 차기 유력대권주자 반열에 오르게 될지도 모른다.

보수논객 조갑제씨가 최근 김문수 지사에게 일종의 추파 형식의 글을 쓴 것도, 그를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 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나저나 이재오 전 의원의 조기복귀설과 김문수 지사의 대권행보가 서로 연계돼 있는 것은 아닐까? 둘 다 민중당 출신이니 ‘박근혜 죽이기’라면 이심전심일 것 같은데...

만에 하나 그렇다면 갈수록 태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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