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층 도덕 상실의 사회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8-11-17 15:3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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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아! 미치겠다.”

“정말 열불난다.”

쌀 소득보전 직불금을 고위 공직자 등 사회지도층이 도적질 해먹은 사건이 터진 데 이어, 이번에는 공기업 비리에 정치인과 공무원 등 역시 사회지도층들이 줄줄이 연루됐다는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의 반응이다.

실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론스타 사건 이후 2년 만에 직접 칼을 빼들고 석유공사와 강원랜드에 대해 전면적인 수사를 벌였고, 그 결과 `케너텍 비리', `최규선 로비' 등으로 확대되면서 정치인과 공기업 사장, 공무원 등이 줄줄이 얽혀들고 말았다.

우리나라 지도층의 '모럴해저드(도덕불감증)'가 용인의 수준을 이미 넘어섰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17일 중수부 발표에 따르면 공기업 및 국가보조금 비리 수사로 구속된 인사는 강경호 코레일 사장과 김상현 전 새천년민주당 의원, 정웅교 전 한나라당 부대변인, 김승광 전 군인공제회 이사장을 비롯 강원랜드ㆍ토지공사ㆍ강원개발공사ㆍ지식경제부 간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석유공사 수사를 통해 김재윤 민주당 의원의 `제주도 병원 인허가 로비' 혐의가 포착됐다는 소식도 들린다. 김현미 전 민주당 의원도 ‘한보철강 로비’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15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또 업체로부터 ""강원랜드 공사를 맡게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1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조일현 전 민주당 의원을 불구속 기소했는가하면, 강원랜드 상임감사를 지낸 무소속 최욱철 의원에게도 비슷한 혐의로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도록 통보한 상태라고 한다.

한마디로 전.현직 국회의원은 물론 공기업 대표부터 정부부처 간부에 이르기까지 도대체 썩지 않은 곳이 없다는 말이다.

어쩌면 이는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른다.

감사원은 이날 쌀 직불금 수령자 28만여 명의 명단을 국회 쌀 직불금 국정조사 특위에 제출했다.

그 명단에는 또 어떤 사람들이 들어 있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이들은 2006년 직불금을 수령했지만 비료구매 및 추곡수매 실적이 없어 부당수령자로 추정되는 사람이다. 19일에는 행정자치부와 농수산식품부 등도 직불금을 수령했다고 자진신고한 공무원 명단 등을 공개한다.

그 파문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사상 초유의 ‘무더기 징계’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전문가들은 “직불금을 부당 수령한 사실이 드러나는 공직자에 대해서는 수령액 전부에 대한 환수 조치는 물론 사회적 비난 여론 등을 감안해 중징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어쩌다 우리 사회 지도층의 ‘모럴해저드’가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것일까?

물론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바로 ‘이명박 정부의 도덕성’ 때문이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굳이 이명박 대통령 개인의 도덕성 문제가 아니더라도 각종 정책을 보면, 이건 ‘도덕성’이라는 걸 아예 내던져 버린 게 아닌 지 헷갈릴 정도다.

단적인 예를 하나만 들어보자.

올 들어 법원에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를 신청한 회사들은 200여개에 이르고, 연말이면 500개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태에서 대통령은 물론 기획재정부 장관, 금융위원장 등이 나서 기업의 연쇄도산을 막기 위해 은행 등 금융권 전체가 기업의 유동성을 지원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정작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들마저 정부에 자금지원을 호소하는 모럴 해저드까지 나타나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정부가 건설업체의 미분양 주택매입, 대출보증 등 각종 지원책만 먼저 쏟아내 모럴 해저드를 심화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이로 인해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금융권과 기업의 잠재 부실과 모럴해저드가 심화되면서 결국 우리나라 경제 전체가 어려워질 지도 모른다.

정부 정책이라는 것들이 이처럼 ‘모럴해저드’를 부채질하고 있으니, 사회지도층들이 덩달아 ‘도덕성’ 따위는 아예 내 팽개쳐 버리고 제 욕심만 부리는 것 아니겠는가.

정부 정책에 있어서 ‘도덕성’은 매우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걸 이명박 정부가 깨달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나저나 우리는 언제쯤 이런 도덕 상실의 사회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참으로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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