己丑年 새해를 맞이하며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8-12-30 16: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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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10년 만에 정권이 교체된 무자(戊子)년은 희망보다 절망이 앞섰던 한해였다.

세계가 경제 불황에 휩싸이면서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하나 둘 도산의 위기를 맞고 있고,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어 국민들의 삶이 여간 고단한 게 아니다.

특히 그 와중에 이른바 ‘광우병’ 파동으로 또 국민들의 분노가 얼마나 컸었는가.

그렇게 참담했던 무자년을 보내면서 우리는 기축(己丑)년 새해를 맞이하고 있다.

그런데 광우병 소로 인해 시끄러웠던 한해를 보내면서 다시 소띠 해를 맞이하는 기분이 참으로 묘하다.

2008년 ‘촛불시위’ 당시 소와 관련 네티즌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말이 있다.

전직 대통령들과 현직 대통령이 한 마리의 소를 본다면 무슨 말을 할까?

네티즌들이 예상하는 답변이 참으로 걸작이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이 소, 미국서 보냈구나?"", 박정희 전 대통령은 ""잘 키워서 새마을 운동에 쓰면 좋겠구만...."", 전두환 전 대통령은 "" 술 안주로 좋겠는데 잡아묵자(먹자)"", 노태우 전 대통령 "" 묵지(먹지)말고 어디다 꽁추쟈(감춰놓자)~"", 김영삼 전 대통령 "" 이 거 현철이 주자"", 김대중 전 대통령 "" 정일이 갖다 주게, 한마리만 더 주면 쓰갓는디(좋겠는데) "", 노무현 전 대통령 ""니, 쌍거플 어데서 했노? ""라고 말할지도 모른다는 것.

그런데 더더욱 걸작인 것은 ""니는 미친소?? 나는 미쳤소!!""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예상답변이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우스개다. 그런데도 마음 한구석 찡해 오는 것은 이 우스개가 전하는 강력한 메시지 때문일 것이다.

특히 ‘광우병’ 파동은 ‘촛불시위’와 함께 막을 내린 게 아니라,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이 가슴 아프다.

실제 법무부와 대검찰청 홈페이지에는 지난 연말부터 임수빈(47)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을 응원하는 네티즌의 글이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광우병 파동 문제를 다룬 MBC ‘PD수첩’ 제작진 수사를 담당한 임 부장검사는 최근 수사 방향을 둘러싼 검찰 수뇌부와의 이견을 이유로 사의를 밝혔다.

아마도 ‘PD수첩’ 제작진에 대해 처벌할 수 없다는 소신을 밝힌 데 따른 정치검찰의 압력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법무부 홈페이지에는 임부장을 응원하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권력에 맞서는 당신 임 부장님은 대한민국의 영웅”이라며 그를 치켜세웠고, 다른 네티즌은 “임수빈, 그대야말로 이 시대의 마지막 희망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응원한다”는 글을 올렸다.

또한 “끝까지 양심을 지키고 언론 자유를 보장하려 애써주셔서 존경한다. 당신 같은 분이 있어 갈수록 어두워지는 세상에 한줄기 빛이라도 보이는 것 같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네티즌도 있다.

물론 ‘PD수첩’에 반대하는 일부 시민들이 임 부장검사를 비난하는 글을 올리기는 했으나,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소띠해인 기축년 새해 역시 소 문제로 시끄러운 한 해가 될지도 모른다는 안타까운 생각이다.

이제는 이런 불필요한 갈등의 시대를 끝장내야만 한다.

대통령이 못하면, 그리고 정치 지도자들이 못하면, 우리 국민들이라도 나서서 더 이상 정치권이 국민갈등을 부채질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하여 소띠 해인 새해에는 번영의 상징인 소처럼, 우리나라의 경제가 융성하게 일어서고 국민 모두가 절망을 딛고 새로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기축년 새해에 ‘촛불시위’를 다시 할 수도 있다.

물론 그런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명박 대통령과 정치권이 잘 해주기를 바라지만, 큰 기대를 하지는 않는다. 그만큼 정치권이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제발 새해에는 정치권이 대오 각성해 국민들을 더 이상 실망시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리하여 국민 모두가 절망을 딛고 일어서서, 새로운 희망의 나래를 활짝 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모쪼록 기축년 새해 독자 여러분들의 가정에 만복이 깃들기를 기원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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