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여, 이제 잠에서 깨어나라

고하승 / / 기사승인 : 2009-06-15 1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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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요즘 각 인터넷 사이트에는 20대 청년들을 비하하는 글들이 여기저기 올라와 있다.

물론 특정 연령대를 지목해 일괄적으로 그들을 한 울타리에 넣고 싸잡아 비판하는 방식은 옳지 않지만, 나름대로 상당히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자신을 ‘29세 청년’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대학생들을 향해 “취업 준비에 바빠서 다른 일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다. 나라가 지금 혼탁하지만 내 앞가림도 힘들다. 맞습니다. 다 맞는 이야기입니다.”라고 전제 한 후, “하지만 왜 그렇게 됐는지 문제의 본질을 바로 보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명박 정부가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는 4대강 정비 사업에 들어갈 예산이 무려 20조에 육박하는 반면, 대학교 인재 육성사업인 BK21이나 누리 사업 등은 대폭 축소하고 있는데도 왜 청년들이 입을 다물고 있느냐는 것.

사실 그의 지적은 맞다.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21세기, 그것도 첨단 디지털 시대에 토목공사를 위해 무려 20조원의 혈세를 ‘펑펑’ 물 쓰듯 낭비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만일 그 예산을 대학생들의 취업문을 넓히는 곳에 사용하거나, 등록금 인하를 위한 예산으로 사용 한다면 20대 청년들의 고통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수가 있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일방적으로 4대강정비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렇다면 청년들이 들고 일어나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사실 국민이 낸 세금의 용처(用處)는 당연히 국민의사가 반영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4대강정비 사업은 국민의 상당수가 반대하는 사업이다.

결국 국민의 권리가 침해를 받고 있는 셈이다.

독일 법학자 루돌프 폰 예링(Rudolf von Jhering)은 “보장된 권리 위에서 잠자는 자의 권리는 보호하지 않는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아무리 국민의 권리라 해도, 그것을 주장하지 않는다면 그 권리를 보장받을 수 없다는 말이다.

지금 청년들은 자신의 문제에만 빠져 있을 때가 아니다.

‘88만원 세대’, ‘비정규직 세대’, ‘대졸 백수세대’의 비참한 현실을 과연 혼자의 힘으로 벗어날 수 있을까?

어림없다. 제 아무리 발버둥 쳐도 그 늪에서 빠져 나올 수 없다.

왜냐하면, 이 문제는 청년들의 무능 탓이 아니라, 정책의 잘못에서 비롯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청년들은 취업준비에 매달릴 시간에 ‘촛불’을 들어야 한다.

잘못된 정책을 바로 잡을 수 있도록 따끔하게 질책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88만원 세대’의 설움에서 벗어날 수 있고, ‘비정규직 세대’에서 벗어 날 수 있다.

그런데 촛불시위 현장을 보라.

초.중.고생들이 촛불을 들고 당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30대가 주축을 이룬 넥타이 부대와 유모차 부대도 상당수 눈에 띈다. 여기저기서 40~50대의 아저씨와 아주머니들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20대 청년들은 겨우 손꼽을 정도 아닌가.

매 선거 때마다 투표소에 가보면, 더욱 한심하다. 20대 청년들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이래서는 나라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청년이 깊은 잠에 빠진 그런 나라에 무슨 희망이 있는가.

청년들이여, 이제 깊은 잠에서 깨어나라.

그리고 당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소리쳐 주장하라. 이명박 정부를 뒤집어 엎으라는 말이 아니다.

미디어법을 통해 여론을 왜곡시키려는 정권의 음모에 저항하고, 4대강 정비사업이라는 미명 하에 우리나라 산천이 파괴되는 일이 없도록 파수꾼 역할을 수행하고, 그린벨트를 훼손해 건설기업만 배불리는 일을 하지 못하도록 온몸으로 막아야 한다.

그 일을 언제까지 초,중,고생들에게 맡기고 그대들은 마냥 취업준비에만 매달릴 것인가.

부끄럽지도 않는가.

훗날 그대들은 그대들의 자식들에게 2009년 치열한 현장에서 독선적인 이명박 정권과 어떻게 싸워 왔는지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부모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니 부디, 청년들이여 이제는 잠에서 깨어나 소리 높여 외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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