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 구속 침묵하지 말라

고하승 / / 기사승인 : 2009-06-21 14:4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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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지난 주말 공교롭게도 같은 날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와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한 시간 간격으로 서울구치소를 방문, 서청원 친박연대 대표를 옥중 면회했다.

지난 19일 오후 3시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김효재 비서실장을 대동하여 서청원 대표와 30여분간 단독 면회했으며, 민주당 정세균 대표도 이날 오후 4시경 서울구치소에 도착해 30여분간 단독 면회했다.

특히 정세균 대표는 면담과정에서 서 대표의 구속에 대해 “정치보복”으로 규정하고, 함께 분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면 정 대표는 왜 서 대표의 구속을 ‘정치보복’이라고 규정했을까?

당시 대법원은 “선거비용이 없어 선거를 제대로 치를지 불확실한 신생 정당에게 돈을 빌려줬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고, 차용증도 사후에 작성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유죄 선고이유를 밝혔다.

즉 ‘납득하기 어렵다’는 주관적 사유와 ‘가능성이 크다’는 심증 때문에 유죄를 선고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대법관들의 생각이고, 일반 국민들의 생각은 달랐다. 당시 ‘박풍’이 거세게 불고 있었고, 최소한 친박연대가 10석 내외는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었다. 따라서 “선거비용이 없어 선거를 제대로 치를지 불확실한 신생 정당에게 돈을 빌려줬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대법관들의 판단에 중대한 오류가 있다.

특히 “차용증도 사후에 작성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유죄선고 이유는 너무나 한심하다.

‘사후에 작성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유죄를 선고한 것이 아니라,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 즉 물증이 없이 심증만으로 유죄를 선고한 셈이기 때문이다.

서 대표가 최근 옥중서신을 통해 “표적수사 정치수사가 얼마나 잔인한지는 제가 잘 알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총선 당시 친박연대 차입금 문제로 저에 대해 있지도 않은 사실까지 마구 흘리면서 의혹을 부풀리고 비리 정치인으로 매도하는 표적수사를 했다”며 “정작 모든 자금이 당의 공식 계좌를 통해 송금돼 투명하게 처리됐고, 제가 개인적으로 한 푼도 받아쓰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사법부는 ‘정당이 받았어도 대표가 책임져야 한다’는 해괴한 논리로 저를 끝내 감옥에 보냈다”고 항변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친박연대가 지난 2일 “한나라당, 민주당, 자유선진당 등 3당이 정치자금법을 위반했다”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접수한 것도 서 대표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방편이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역시 서 대표의 억울함에 동의하는 행보를 취했다.

실제 박 전 대표는 최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된 데 항의하며 옥중 단식을 하다 건강 악화로 병원으로 이송된 친박연대 서청원 대표를 지난 10일 위로 방문한 사실이 있다.

만일 서 대표가 자신의 이득을 취했다면, 박 전 대표는 아무리 자신과 가까운 사람이고 해도 그를 위로방문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박 전 대표는 적극적인 행보로 서 대표의 억울함을 세상에 알리려 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세상은 아직도 서 대표의 구속에 대해 지나치리만큼 무관심하다.

실제 그동안 민주당은 자신의 일이 아니라는 듯 관심조차 표명하지 않았었다. 심지어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서청원 대표가 박근혜 전 대표를 도왔기 때문에 정치 보복을 당한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내가 뭐라고 말하기가 적절치 않다”며 대답을 피했다.

그러더니 이 총재는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단독으로 무려 1시간 반 동안이나 밀담을 나누는 은전(?)을 받았다.

뒤늦게나마 민주당 대표가 서 대표에 관심을 표명한 것은 다행이다.

살아 있는 권력의 ‘정치보복’에 대해서는 힘없는 야당이 모두 힘을 합해 맞서 싸워야만 한다.

친박연대의 탄압에 침묵할 경우, 그 칼날이 다음에는 민주당을 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회창 총재의 태도는 너무나 비겁하다.

지난 17대 대선 당시 서 대표는 한나라당 대표로서 이회창 총재가 대선 자금으로 쓴 이른바 ‘차떼기’ 자금의 책임을 지고 구속까지 당한 일이 있다.

그 자금은 서 대표가 쓴 것이 아니라 바로 이 총재를 위한 대선자금이었다.

서 대표는 단지 당의 대표였기 때문에 그 모든 책임을 져야했던 것이다. 한마디로 이 총재 당신을 대신해 서 대표가 감옥을 갔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과 밀담을 나누기 위해 서 대표의 정치보복을 나몰라하는 것은 정치인의 도리도 아니거니와 인간의 도리도 아니다.

모쪼록 정세균 민주당 대표의 옥중 면회를 계기로 서 대표의 억울함이 세상에 밝혀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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