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22일 의원총회 직후 “26일 단독국회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안 원내대표는 이날 "23일 국회 개원 소집요구서를 제출할 것"이라며 "만일 (의총을 통해 당론을 정할) 자유선진당 등이 동의를 하지 않는다고 해도 단독 국회를 열 것"이라고 강행의사를 분명히 했다.
미디어 관련 법안 등 이른바 ‘MB 쟁점법안’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의 속도전 요구를 지상명령처럼 받들어 따르겠다는 뜻이다.
이미 청와대는 이동관 대변인의 입을 통해 사실상의 ‘속도전’ 지침을 내린 바 있다.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지난 19일 "미디어법 반대 논리중 하나가 공정보도와 저질방송에 대한 우려인데, 아침저녁으로 패륜에 가까운 막장드라마를 보면 더 이상 어떻게 수준 낮은 방송을 할 수 있느냐"고 방송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면서 현재의 방송구조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식의 억지주장을 폈다.
이는 미디어법을 6월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키라는 한나라당을 향한 일종의 메시지다.
그 메시지를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각하, 명령만 내리십시오.”하며, 단독 국회개원을 추진하는 안상수 원내대표의 행동이 ‘막가파’를 연상케 한다.
이쯤 되면 한나라당의 기억상실증은 중증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4.29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MB의 독단적인 국정운영 방식에 문제 있다며 당내 여기저기서 국정쇄신을 요구하던 일은 벌써 까마득히 잊어버린 것 같기 때문이다.
사실 6월 국회에서 ‘MB 쟁점법안’을 일괄 처리한다는 것은 무리다.
우선 미디어법 하나만 봐도 그렇다.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이 잘 지적했다.
그는 미디어법에 대해 “국회의원들도 잘 모른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그러면서 나 의원은 국민들도 미디어법을 잘 모른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국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미디어법을 잘 모르는 국회의원들이 이 법안을 처리하는 것은 옳은 것인가?
아니다. 법안도 모르는 의원들이 그걸 표결처리한다는 게 얼마나 웃기는 일인가.
말이야 바른 말이지 미디어법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국회의원들이 과연 몇 명이나 되겠는가.
이 법안에 자신의 정치생명을 건 이명박 대통령과 법안을 대표 발의한 이한성 의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법안 내용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그 법안에 대해 최소한 표결처리할 국회의원들에게라도 상세하게 내용을 설명해 주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지금 국민들은 미디어법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실제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야당 측 위원들이 22일, 여론조사기관인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는데, 국민 10명 중 6명이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지난 20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상대로 한 전화 여론조사(표집오차는 95% 신뢰수준은 ±3.1%포인트) 결과, '국회와 전문가간 충분히 논의되었으므로 국회에서 표결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18.0%에 불과한 반면 '국민 여론이 충분히 수렴되지 않았으므로 표결처리 말아야 한다'는 의견은 무려 58.9%나 됐다. '잘 모르겠다'는 의견은 23.1%다.
또 미디어법에 대해 알고 있는지를 묻는 설문에는 응답자의 42.7%와 13.9%는 각각 '조금 알고 있다', '잘 알고 있다'고 답했으며 반면 35.2%는 '잘 모른다', 8.2%는 '들어본 적 없다'고 답했다.
한나라당 내 친박 이정현 의원도 현재의 미디어법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디어법 6월 처리를 위해서는 대기업의 방송장악 등을 막기 위한 제한 규정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미디어법 6월 처리라는 국민 약속이 지켜지기 위해서는 전제돼야 할 것이 있다"며 "야당과 일부방송 종사자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여론 독과점과 대기업 방송장악을 막기 위한 제한규정에 대해 진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아무리 이명박 대통령의 ‘속도전’ 요구가 있다고 하더라도 한나라당 단독으로 국회를 개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한나라당은 이 대통령을 향해 “더 이상 당에 지침을 내리지 말라”며 강경하게 맞서는 게 맞다. 한나라당 당헌,당규에도 당권과 대권분리 원칙이 명확하게 명시돼 있다.
그런데도 만일 지금처럼 당이 계속해서 청와대에 끌려 다니는 모습을 보인다면, 국민은 오는 10월 재보선은 물론, 내년 지방선거와 1021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에 가혹한 심판을 내릴 것이다. 그때 가서 땅을 치고 통곡해도 때는 이미 늦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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