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체제 개편 ‘꼼수’ 없나

고하승 / / 기사승인 : 2009-06-23 17:29:36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편집국장 고하승 이명박 정부가 내년 지방선거 이전에 행정체제 개편을 마무리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실제 행정안전부 이달곤 장관은 지난 19일 “내년 지방선거 이전까지 행정체제를 개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경북도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내년 지방선거까지 행정체제를 개편하지 않는 것은 정부가 국민에게 무책임한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이어 그는 “통합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지역부터 우선 행정체제를 개편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특정지역에서 통합개편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면 지식경제부 국토해양부 등 관련 부처와 함께 팀을 이뤄 통합이 마무리되는 10여년동안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방침이다”고 덧붙였다.

통합지역에 대해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는 뜻이다.

현재 전국 12곳에서 통합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우선 경기도의 경우 의정부·양주·동두천, 수원·화성·오산, 하남·성남, 안양·군포·의왕·과천 등 4곳에서 통합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의정부·양주·동두천은 한 뿌리에 기반을 둔 지역으로 여론이나 현재 여건 상 통합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이라고 한다. 하남·성남의 경우도 하남이 적극적인 반면, 성남도 큰 반대를 하지 않아 통합이 유력한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이들 지역에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하면, 지지부진한 통합논의에 가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를 발판으로 정부는 곧바로 지자체 통합논의를 전국으로 확대해할 계획이다. 이게 바로 행정체제 개편이다.

현재 가장 유력한 행정체제 개편안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5개의 광역시를 두는 것으로 돼 있다. 서울 중심부, 그러니까 종로와 중구 등 4대문 안의 지역을 ‘특별시’로 하고, 나머지 동서남북 지역에 각각 1개씩의 광역시 등 모두 5개의 광역시를 두게 되는 것이다.

25개의 모든 자치구는 행정구로 전환되고, 구청장은 선출직에서 임명직으로 바뀐다. 이에 따라 지방의원제도 역시 변화가 불가피하다. 기초의원제도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광역의원으로 일원화 되는 것이다.

이 같은 행정체제 개편은 예산절감이라는 효율적 측면에서 볼 때 매우 바람직한 방향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불도저’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스타일에 따라 속전속결로 처리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즉 중앙정부의 일방통행식 결정이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그렇지 않아도 가뜩이나 지방재정 자립도가 취약한 상황이다. 따라서 중앙 정부의 방침이 자칫 지자체에게는 압력으로 비춰질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기초자치단체를 폐지하고 임명직으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서는 ‘중앙 집권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비판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행정체제 개편이 이명박 대통령이 염두에 두고 있는 중대선거구제로의 전환을 위한 방편일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심지어 정치권 일각에서는 ‘MB-창(昌) 연대설’까지 제기되고 있는 마당이다.

이 대통령과 이회창 선진당 총재가 지난 20일 '청와대 밀담'을 가졌고, 어쩌면 이 자리에서 심대평 총리 카드가 거론됐을지도 모른다는 것.

만일 그렇다면 이는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의 '연합정권'이 출범한다는 의미로, 현재 이 대통령이 암중모색중인 이원집정부제(분권형 대통령제) 개헌과 중대선거구제로의 선거구제 개편 과정에 양당이 연대전선을 구축한다는 의미가 되는 것이다.

결국 필자가 예상했던 바대로 MB 장기집권을 위한 시나리오가 순조롭게(?) 착착 진행되는 셈이다.

행정체제 개편이 그 연장선상에서 추진되는 것이라면, 이는 매우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 이런 의구심을 타파하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있다. 아주 간단하다.

이 대통령이 “이원집정부제가 아니라, 제 임기의 1년을 단축하는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안을 발의하겠습니다”라고 한마디만 해주면 된다.

이처럼 대통령이 스스로 기득권을 포기하겠다는 선언만 하면, 행정체제 개편이나, 중대선거구제로의 전환에 누가 감히 기득권을 주장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과연 이 대통령이 그런 선언을 할 수 있을까?

만일 못한다면,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개헌, 행정체제개편, 중대선거구제로의 전환 논의는 물론 한나라당 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당헌당규개정 논의까지 모두 MB 장기집권을 위한 음모로 인식하고,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국민의 전폭적인 신뢰 속에 일을 추진하려면, 이 대통령은 당장 이원집정부제가 아니라 대통령 4년 연임제로 개헌하겠다는 뜻을 밝혀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고하승 고하승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