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昌, 불륜 끝내고 재혼하라

고하승 / / 기사승인 : 2009-06-28 16: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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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이명박 대통령과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의 애정행각이 마치 한편의 불륜드라마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다.

이 대통령이 현재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방편으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손을 내미는 대신 이 총재에게 구애(求愛)의 연서(戀書)를 보내고, 이 총재는 버선발로 달려 나가 임을 맞이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 대통령은 지난 26일 정치학과 교수 등 11명의 전문가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가진 간담회에서 '박근혜 포용론'에 대해 외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자들 전언에 따르면, 이날 이 대통령은 2시간 반 동안 진행된 토론회에서 “나는 진정성을 가지고 접근하려 하는데 잘 안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고 억울함을 토로하는가 하면, “인적 쇄신을 정치권이 요구하는 대로 했다 치고 문제가 생기면 그 다음에는 어쩔 것이냐”, "사람 쓰는 게 쉽지 않다”,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이 근로자 출신 아니냐. 나도 비정규직 근로자 출신이다”, “여당 의원들이 나를 만나고 나간 뒤 쓸데없는 오해가 생기는 것 같아 어렵다”,"비밀도 안 지켜지는 데다 누구는 만나주고 누구는 안 만나주는 것처럼 보이는데 170여 명의 여당 의원을 다 만날 수도 없지 않으냐"는 등 자신의 입장을 해명하는 많은 말들을 쏟아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끝내 ‘박근혜 포용론’에 대해선 단 한마디도 언급 하지 않았다.

박 전 대표에게 손을 내밀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반면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에 대해서는 각별한 애정을 과시하고 있다.

실제 이 대통령은 지난 20일 오전 청와대에서 이회창 총재를 만나 단 둘이 밀담을 나누는 등 요즘 들어 둘 사이가 부쩍 가까워진 느낌이다.

당시 아무래도 총리 이야기가 오고 간 모양이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심대평 자유선진당 대표를 총리로 임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이 총재는 ‘여당과의 공조’를 강조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지난 26일 여권 일각에서 제기된 ‘충청권 연대론’과 관련, “여당이 우리당과 사이에 공조의 틀을 만들고 그 바탕위에서 총리나 장관 이야기가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즉 지유선진당에서 총리나 장관을 맡기는 맡는데 그러려면 ‘공조의 틀’을 먼저 만들라는 주문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이 총재가 이 대통령에게 요구하는 ‘공조의 틀’이라는 게 대체 뭘까?

지금 정치권에서는 이른바 ‘분권형 대통령제’라고 불리는 이원집정부제 개헌논의가 한창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근원적으로 처방’하기 위해서는 이원집정부제로의 개헌이 불가피하다는 논리가 각 언론 매체를 통해 전파되고 있다.

이원집정부제는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은 단지 외교권만 갖고, 국회에서 선출한 총리가 내치를 담당하는 제도다. 즉 대통령은 ‘얼굴마담’에 불과하고, 사실상 총리가 전권을 갖는 제도인 셈이다.

이런 방향으로 개헌하는 것에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창조한국당 등 여야 3당이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

반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4년 중임제’로의 개헌을 선호하고 있다. 박 전 대표가 그렇다면, 친박연대의 입장 역시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아직까지 자유선진당만 이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총재가 이 대통령에게 ‘공조의 틀’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회창 총재는 MB에게 ‘차기 여당의 대통령 후보 자리를 보장해 주면, 대신 개헌에 합의해 실권총리 자리를 MB에게 넘겨주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즉 그런 형식의 ‘공조의 틀’을 빨리 만들라는 요구인 것 같다는 말이다.

하지만 자신은 대통령 선거에서 세 번이나 낙선해 한(恨)이 되어버린 탓에 ‘얼굴마담’ 대통령이라도 한 번 해야겠다고 욕심을 부리는 게 타당할지 몰라도, 국민은 무슨 죄인가.

남은 임기 몇 년도 지긋지긋한 판에 이 총재가 실세 총리를 MB에게 넘겨줘 그로 하여금 장기집권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 그것은 역사에 큰 죄를 짓는 일이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친이-선진당’이 헤쳐모여서 새로운 ‘MB+창(昌)당’을 만드는 건 어떨까?

볼썽사나운 불륜을 끝내고 차라리 떳떳하게 재혼해 신방을 꾸리라는 말이다.

그나저나 아무리 좋게 봐 주려고 해도 안방에 있는 조강지처를 구박하면서, 담 넘어 있는 이웃 새댁에게 추파를 보내는 신랑의 모습은 그리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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