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를 보며 ‘잘하면 업무시간 내에 돌아올 수도 있겠지’하는 생각을 하며 차량등록사업소를 출발했다.
출발하자마자 만나는 첫 번째 파란불 신호가 나의 서두르는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아 왠지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나의 행운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쌍용자동차 부근에 다다르자 차들이 길게 늘어서 거북이 걸음을 하고 있었다.
‘아차! 쌍용의 퇴근시간!’
어느덧 길게 늘어선 차량 대열의 한 가운데 선 내차도 꼼짝없이 가다서다를 반복할 수 밖에 없었다.
‘근무시간 내에 돌아오기는 틀렸구나’하면서 저멀리 보이는 신호등에 파란불이 들어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문득 얼마전 어느 지방의 한 자치단체가 도심지의 교통흐름을 조사한 결과가 떠올랐다.
도심지 차량흐름의 속도가 2007년에 비해 2008년에 눈에 띄게 빨라졌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결과가 나타난 이유가 도심의 도로구조 개선이나 확장으로 인한 것이라기보다는 지난해 미국발 경제불황의 여파로 전세계가 경기 침체의 늪에 빠져들면서 어려운 현실이 반영된 현상으로 전체 교통량이 3.59%가 줄어든 결과로 경기침체와 유가상승으로 인한 운행자재가 주요 원인이었다는 것이다.
그 때 차량등록사업소장으로서 관심이 가는 일이어서 평택시의 차량등록 현황을 분석해 본일이 있었다.
역시 평택시의 차량등록 건수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지난해 상반기에 평택시의 차량등록 건수는 5,884건으로 2007년도 상반기 5,746건 보다 138건이 늘었었지만, 하반기를 비교해보면 548건이 줄어들었던 것으로 집계되었다.
상하반기를 모두 합쳐보면 410건이 줄어 3.68%의 감소세를 나타냈었다.
앞서 교통흐름 조사에서 나타난 교통량 감소와 비슷한 수치의 결과다.
그러고 보면 평택시내의 교통량도 확실히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
더욱이 지역내 최대기업인 쌍용자동차의 장기 파업으로 인한 경기침체와 불안감이 평택시의 미래마저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었다.
77일간의 사상 유래없는 장기 파업이 최악의 상황에서 극적인 타결로 파업이 종료되고 공장정상화가 이루어지는 것에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도 여간 다행스러운일이 아닐 수 없다.
그간 우리 시장님도 ‘쌍용차 살리기 투어’로 쌍용차 ‘세일즈맨’으로 나서는가 하면 ‘36524민생안정 대책’마련, 파업 현장을 찾아가 중재자로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중앙부처를 찾아다니며 쌍용차 회생을 위한 많은 노력을 해왔다.
이러한 많은 노력 위에 노사간의 극적인 합의로 파업이 철회되고 정상화와 생산재게로 회생을 위한 노력이 이어지다 보면 분명 쌍용자동차는 우리 지역의 향토기업으로서, 국가 경제의 견인차로서의 입지를 다시 갖추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이런 생각에 이르자 다소 조급했던 내마음이 ‘그래 평택시가 살아나는데 신호대기 좀 하는것 쯤이야 즐겁게 생각하자!’며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어느덧 내 앞에 빨갛게 부릅 뜬 신호등이 파란색 스마일로 바뀌었다.
쌍용차 정문에서 미쳐 신호에 못 빠져 나간차가 내 앞으로 끼어들었지만 이미 한 없이 너그러워진 내 마음이 ‘먼저 가세요’하며 양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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