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날 일본의 도자기 명성은 임진왜란 당시 조선 백자 기술을 탐낸 일본이 수천의 조선 도공을 끌고 가 현지에 뿌리를 내리게 한 결과물이다.
아인슈타인이 만일 독일에 남아 원자탄 제조를 지속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결과를 초래했을 것이다.
기술이 어떤 유형에 접목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의 결론이 되는 사실을 우리는 지나간 과거로부터 목격하게 된다.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가 며칠째 변죽만 올리는 식의 도중하차로 걱정을 낳고 있다.
심각한 기계 결함이 아니고 소프트웨어의 간단한 오작동 정도의 문제라니 다행이긴 하지만 기분이 개운치 않다.
우리의 우주항공 기술이 전적으로 러시아에 의해 좌우될 수밖에 없는 현실 때문이다.
특히 이번 나로호 발사를 위해 러시아에 지불한 돈이 2,3000억원에 달하는 거액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기술이전이 원천봉쇄되는 수준에서 맺어진 러시아와의 불공정한 계약 내용에 대한 불만이 투영된 탓이다.
심지어 우리의 우주 기술력을 향상시키는 게 아니라 러시아의 실험을 위해 비용을 대신 내주는 꼴이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일고 있는 형편이다.
사실 내가 들어보아도 러시아와의 계약 과정에 미흡한 점이 있는 것 같다.
큰돈을 지불한 만큼 얻는 것은 별로 크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80년대 초반만 해도 미국에서 제일 싼 자동차는 동유럽에서 만든 ‘유고’와 대한민국의 ‘포니’였다.
그러나 싼 게 비지떡이라고 그 형편없는 성능 때문에 웃음거리가 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푸대접을 받던 ‘포니’를 제작했던 현대의 오늘 날, 특히 자동차 시장에서의 위상은 크게 달라졌다.
최고의 기술력으로 세계 자동차 시장을 압도하는 자타가 공인하는 1등 메이커의 위치로 성장해 있다.
뿐만 아니라 비슷한 시기에 싸구려 텔레비전의 대명사 격이었던 삼성과 엘지 역시 괄목상대한 발전상을 보이며 대한민국의 효자 기업으로 활약하고 있다.
더 이상 싸구려 메이커가 아닌 세계 IT 시장을 접수하는 야망을 품을 만큼 세계적 수준의 브랜드로 주목받게 된 것이다.
위의 얘기들은 러시아 기술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우리의 항공 기술 현실을 암담하게만 생각할 게 아니라는 점을 말하기 위해 동원한 장치다.
세계는 바야흐로 본격적인 우주 경쟁 체제에 돌입했다.
예전의 열강들이 식민지 경쟁에 나서서 자국의 영토확장에 혈안이 됐듯 이제는 제한된 지구를 벗어나 우주 공간을 대상으로 땅싸움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어떤 대가를 치루더라도 대한민국 미래 발전을 염두에 둔다면 우주 경쟁 참여할 수 있는 기회 자체에 큰 의미를 둬야 한다.
때문에 나로호 발사가 늘어지고 러시아 기술자만 바라봐야 하는 설움을 겪는 처지라 해도 이를 악물고 참아낼 가치는 충분하다.
현재까지 자국 인공위성으로 자국 로켓을 이용, 자국 땅에서 우주발사체 발사에 성공한 나라는 러시아, 미국, 프랑스, 영국, 중국, 일본, 인도, 이스라엘, 이란 등 9개국에 불과하다.
이들 국가들은 자국의 인공위성을 자국의 로켓을 이용하여 자국의 땅에서 발사한 나라들로 소위 ‘스페이스클럽(Space Club)’ 회원국의 일원이 되고 우주개발 선진국 대접을 받고 있다.
우리가 이번 나로호 발사에 성공하게 된다면 10번째 스페이스 클럽 멤버로서 우주개발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주 발사체 과정에서 대부분의 국가들이 실패를 거듭했던 경험들이 있다.
실제로 세계 각국의 최초 우주체 발사 성공률은 27.3% 정도에 불과하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나로호 부진현상에 크게 실망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우리도 실패하는 게 당연한 것이다.
단 실패를 딛고 우주를 향한 도전에 주저하지 않는 용기와 단합된 사회적 공감대를 잃어서는 안된다.
아마도 그것이 우리가 우주개발 선진국이 되기 위한 제일 조항이 아닐까 싶다.
우주 강국이 되기 위해서 무엇보다 가장 시급한 일이 있다.
그것은 기초교육의 단단한 준비 과정에 대한 국가적 관심이다.
우선 당장 돈을 벌어들이는 즉각적인 효과는 발휘할 수 없지만 국가의 근간을 세우는 과학 물리 수학 천문학 분야의 국가적 차원의 육성정책이야말로 경쟁력 구축을 위해 필요한 자원이다.
현대사회에서의 경쟁력이 이미 만들어진 기술에 성형술을 접목해서 만들어지는 차원이라면 이제는 기술 자체가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창조를 만들어내는 기회가 되는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 경쟁력의 근간이 되는 기초교육 분야의 확실한 투자의지가 필요하다.
과학분야의 관심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진작부터 있어왔다.
때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정부가 앞으로 우주기술개발 전략을 기술 자립도 향상을 위한 R&D체제로 전환키로 했다는 소식은 반갑다.
이에 따라 세부 계획 수립 과정에서 기술 자립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하게 될 전망이라고 한다.
필요하다면 일부 예산 증액도 가능할 정도의 파격적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다고 하니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참자. 그리고 준비하며 기다리자.
지금은 비록 우리가 러시아에 배우기 위해 굽혀야 하는 입장이지만 언젠가 반드시 우리의 우주 항공 기술이 러시아에게 한 수 가르쳐 줄 날이 곧 오리라 믿으면서 말이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