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약자 숨통 죄는 규제완화

김유진 / / 기사승인 : 2009-08-25 14: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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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영 호 언론광장 공동대표 이명박 정부는 모든 규제를 경제적 해악으로 보는 모양이다.

다시 말해 규제는 경쟁을 제약함으로써 경제발전을 저해한다고 믿는 것 같다.

그 때문이지 취임초부터 규제철폐를 강행하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균형 있는 경제발전을 위해 존속할 가치가 있는 규제까지 철폐함으로써 경제적 약자의 존립을 위협한다는 점이다.

맹목적적인 규제완화는 독과점을 심화시킴으로써 빈부격차가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에 거대자본의 입장에서 규제완화는 곧 돈이다.

모든 규제는 완화 이전에 존속할 가치가 있는지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경제적-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규제는 완화대상이 아니다.

경제질서에 관한 규제 역시 완화대상이 될 수 없다. 경제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규제, 공공복리를 위한 규제, 환경보존을 위한 규제 등등은 완화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작년 가을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발단된 세계경제위기는 시장주의와 규제완화를 골격으로 하는 신자유주의의 실패를 의미한다.

1996년 김영삼 정권이 유통시장을 개방했다.

거대재벌과 외국자본 사이에 중견재벌까지 끼어들어 시장쟁탈전이 벌어졌다.

그 결과 지방도시에서 백화점을 운영하던 토착자본과 유통업계에 후발업체로 참여한 건설업자들이 패퇴하고 말았다.

대형매장에 진출한 외국자본도 시장집중화에 따라 손들고 철수했다.

결국 극소수의 유통재벌이 남아 동네상권까지 장악했다.

이에 따라 구멍가게를 비롯한 자영업자의 폐업사태가 일어나 실업자가 양산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초-중-고교 교과서 가격을 자율화하고 공동발행제를 폐지할 방침이다.

정부가 결정하던 교과서 값을 출판업자가 스스로 결정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공동발행제는 업체간의 과당경쟁의 부작용을 막고 중소업자의 판로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이다. 그런데 이 또한 없애겠다는 것이다.

지금도 교과서 채택로비가 성행하여 뒷돈이 말썽을 빚는데 앞으로는 더욱 극성을 부릴 것이 틀림없다.

대형출판사의 시장지배로 인해 중소업체는 퇴출되고 교과서 가격은 폭등할 게 뻔하다.

의료기사법에 따라 안경사 면허가 있어야 안경점을 그것도 1개의 점포만 열 수 있다.

앞으로는 면허가 없더라도 안경사를 고용하면 점포수의 제한 없이 안경점을 개설하도록 하겠다고 한다.

또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라 이-미용업도 면허가 없으면 이발소나 미용실을 개설할 수가 없다.

이-미용업 역시 면허자격자를 고용하면 얼마든지 점포를 열 수 도록하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서민업종인 안경점, 이발소, 미용실을 대기업에게 개방하겠다는 소리다.

안경점, 이발소, 미용실은 전형적인 영세업종이다.

대체로 면허자격증을 얻어 작은 밑천으로 겨우 생계를 꾸린다.

대기업이 진출하면 자금력에 밀려 도태하는 하는 길 밖에 없다.

유통시장 개방이 그것을 말한다.

소수의 면허자만 종업원으로 고용될 뿐 나머지는 삶의 터전을 잃고 거리로 내몰리는 신세가 된다.

소비자 권익을 위해 진입장벽을 허문다는 이명박 정부의 주장은 허구이다.

현대적 감각의 내부시설이 고객을 유혹할 것이다.

하지만 독과점 체제가 구축되면 그 폐해인 가격인상과 품질저하가 나타나 소비자 피해로 돌아온다.

전두환 치하에서 재벌의 중소기업 영역침해로 논란이 컸던 적이 있다.

거대자본이 빵집 따위를 할 수 있느냐는 비판여론이 뜨거웠던 것이다.

그래서 1984년 삼성그룹 계열의 신라호텔이 제과업에서, 현대그룹은 여행업에서 손을 뗐다.

지금 유통재벌의 시장침탈로 폐업위기에 몰린 자영업자들이 연대의 움직임을 보이며 드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 판에 이명박 정부는 서민업종마저 재벌에게 넘기려고 하고 있다.

이것이 서민 죽이기인지 경제 살리기인지 자문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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