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세력은 명심하라. 흩어지면 다 죽는다

김유진 / / 기사승인 : 2009-09-01 16: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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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명 칼럼니스트 인간은 태어났다가 반드시 죽는다.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죽음이다.

태어나 천명을 다 누린다면 얼마나 복 받은 사람인가.

그래서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

죽음은 의지대로 할 수 없지만 때로는 너무나 한스러운 때가 있다.

더없이 소중한 인물이 이승을 떠났을 때다.

사람들은 오열한다.

하늘을 원망한다.

2009년 5월과 8월에 겪은 우리 국민의 충격과 슬픔이 바로 그것이다.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비통했다.

5월에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했고 8월에는 김대중 대통령이 세상을 떠났다.

3개월 사이에 두 대통령을 잃은 국민들의 참담한 심정을 무엇으로도 말할 수 있으랴.

천명을 다했어도 죽음은 슬픈데 노무현 대통령은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의 봉하산.

어렸을 때 올라가 뛰놀던 부엉이 바위에서 몸을 던져 생을 마감했다.

삶의 끝인 죽음과 마주하고 부엉이 바위 위에서 몸을 던질 때 노무현 대통령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그가 남긴 마지막 글의 한 구절이다. 맞다.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이처럼 당연한 ‘자연의 한 조각’이 우리의 간장을 끊는 이유는 무엇일까. 너무나 분하고 억울하기 때문이다.

8월23일 서거한 김대중 대통령은 마지막 일기에서 이렇게 썼다.

“자고 나니 청천벽력 같은 소식-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했다는 보도. 슬프고 충격적이다. 그건 검찰이 너무도 가혹하게 수사를 했다. 노 대통령 부인, 아들, 딸, 형, 조카사위 등 마치 소탕작전 하듯 공격했다”

“매일같이 수사기밀 발표가 금지된 법을 어기며 언론플레이를 했다. 그리고 노 대통령의 신병을 구속하느니 마느니 등 심리적 압박을 계속했다. 결국, 노 대통령 자살은 강요된 거나 마찬가지다”

김대중과 노무현이 대통령을 지냈기 때문에 슬퍼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삶은 말 그대로 ‘행동하는 양심’이고 ‘깨어 있는 시민’이었다.

그들이 추구했던 자유, 인권, 민주, 평화를 관통하는 큰 줄기는 사회정의이다.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자신을 통째로 내던졌다.

사람마다 살아온 과거는 매우 중요하고 그것으로서 평가를 받는다.

제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걸어온 길이 아니면 아닌 것이다.

잃어버린 신뢰는 회복이 안 된다. 오늘의 한국정치가 바로 증거다.

대통령의 말을 믿는 국민이 얼마나 되느냐고 묻는다.

할 말이 없다.

국가의 비극이다.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가시밭길이었지만 정의로운 길이었고 부끄러움 없는 길이었다.

수백만 조문인파가 그냥 모인 줄 아는가. 그냥 흘린 눈물인 줄 아는가.

# 남아 있는 자들이 해야 할 일

이제 살아남은 자들은 무엇을 할 것인가.

몹시 바쁘다.

유지를 받들어 반드시 실천하겠다고 결의를 다진다.

민주당의 모습도 비장하다.

추모 열기도 뜨겁다.

‘행동하는 양심’
‘통합의 정신’
‘민주주의, 서민경제, 남북평화’

민주당은 김대중 대통령의 3대 유업이라면서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유지를 받들겠다고 다짐한다.

그래서인가. 거리로 나갔던 민주당 의원들은 등원을 결정했다.

의원직 사퇴서를 당 대표에게 맡긴 의원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멋쩍게 생겼다. 원내외 투쟁을 병행한다고 한다. 그럴 줄 알았지.

천정배 최문순만은 의원직 사퇴를 고수했다. 의원직 사퇴라는 비장한 각오를 했던 의원들을 국민들은 어떤 눈으로 볼까.

국민들은 별수 있느냐고 코웃음 칠 것이고 한나라당은 웃을 것이다. 이제 한나라당은 겁나는 게 없을 것이다.

다시는 민주당이 의원직을 버린다는 쇼는 못할 것이다. ‘늑대와 양치기 소년’을 기억해라.

민주당으로는 안 된다며 새 정당을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다.

이른바 ‘친노 정당’이라고 불리는 이들 역시 노무현 정신의 구현을 이상으로 삼는다. 국민은 어떻게 볼 것인가.

분열이라는 비판이 많다. 한나라당 좋은 일만 시킨다고 한다.

독재 시절 김대중 김영삼의 분열로 노태우가 대통령을 먹었다.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한다. 왜 안 되는가. 대통령의 유지만 들먹이지 말고 제대로 하라는 것이다.

민주통합시민행동(가칭)이 출발한다.

“민주세력은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천명했다.

과거 반독재 민주투쟁을 치열하게 했던 사람들이 거의 다 모였다. 민주세력의 총궐기다. 이해찬 한명숙 전 총리. 정세균 대표. 강기갑 민노당 대표. 김근태. 안희정. 이해동 목사. 효림스님.

왜 민주세력이 다 모였는가. 민주세력이 다시 뭉쳐야 할 만큼 이 땅에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언론민주화를 외치다가 언론사에서 내 쫓겼던 전직 언론인들의 늙은 모습이 보인다. 너무 슬프다.

오늘의 조중동을 보면서 그들은 탄식한다.

이게 신문이냐고. 역사가 이렇게 거꾸로 갈 수도 있는가.

이대로 둘 수는 없다. 다시 투쟁의 깃발을 들어야 된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일찍이 조중동 같은 언론은 없었다. 이승만의 자유당 독재정권 당시에도 오늘의 조중동 같지는 않았다. 그냥 이승만만 찬양했다.

오늘의 조중동은 어떤가. 여론조사가 말해 주듯이 조선일보의 신뢰도.

자칭 1등 신문이 낯 뜨거운 수준이다. 중동도 마찬가지다. 이러면서 감히 언론의 정도를 말하는가.

정권을 창출하고 정권의 명운을 좌우한다는 오만이 목까지 차 있는 조중동은 뜻있는 기자로 하여금 언론인임을 부끄럽게 한다.

기자이기 전에 그들은 지식인이다. 그들은 지식인이기를 포기했고 그냥 배부른 돼지일 뿐이다.

때때로 4·19때 불탄 서울신문이 생각나는 것은 증오 때문만일까.

지금이 과연 민주사회인가.

백주에 철거민이 불에 타 죽은 용산철거민 참사. 명진 스님은 아직도 불탄 채 남아 있는 망루를 보면서 “피도 눈물도 없는 잔인한 정권”이라며 한숨을 쉰다.

백주에 국회에서 미디어악법이 불법으로 통과된다. 언론인 출신의 국회의장과 부의장이 주인공이다.

양심이 없는 인간에게 지식은 흉기와 같다. 앞으로 이들이 흉기를 얼마나 많이 휘두를 것인가. 그 짓을 못하도록 민주세력은 뭉쳐야 한다.

떡을 줄 사람은 국민이다. 저마다 내가 먹겠다고 싸우면 국민은 외면한다. 미운 놈이 떡을 먹는다.

역사의 죄인이 되지 말아야 한다. 독재를 막고 반민주 세력의 영구집권을 막아야 한다. 왕이 실정을 화면 국민은 왕을 몰아낼 권리가 있다.

독재가 계속되면 차마 눈 뜨고 보지 못할 비극이 생긴다. 젊은이들이 죽는다. 옥상에서 투신해 죽고 거리에서 몸을 불살라 죽고 최루탄에 맞아 죽는다. 이한열이 다시 나오면 안 된다. 다시는 박종철이 나오지 말아야 한다. 독재정권으로 회귀하는 이명박 정권을 보면서 중앙정보부와 보안사를 떠올리며 몸서리를 친다.

경험처럼 좋은 스승은 없다. 경기도 교육감 선거와 울산선거는 민주세력이 가야 할 길은 명백하게 제시했다. 실패하면 공멸이다.

민주당과 신당추진 세력들은 저마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유지를 받들고 민주세력의 통합을 다짐한다. 옳은 말이다. 유지를 잇는다면서 분열할 수 있는가.

“노무현 대통령은 강요된 자살을 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은 내 반쪽이 떨어져 나간 것과 같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는 너무나 분명하다.

한나라당은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뇌까리지만 이제 2년도 되지 않은 이명박 정부는 국민으로부터 사람답게 살 자유를 강탈해 갔다.

누가 감시하는지 떨어야 하고 말을 하면서도 주위를 살펴야 하는 시대로 되돌아간 오늘의 참담한 현실을 결코 묵과해서는 안 된다.

서로 헐뜯지 말라. 뭉쳐도 어려운데 분열해서 승리할 수 있는가. 주도권을 장악하겠다고 욕심 부리지 말라.

국민의 지지를 받으면 자연히 중심이 된다.

무도한 정권과 싸우는데 밥 많이 먹겠다고 싸우려는가.

누가 ‘행동하는 양심’이며 누가 ‘깨어 있는 지식인’인지.

누가 분열의 주범인지 국민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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