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골절상!

김유진 / / 기사승인 : 2009-09-22 15: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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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영 스탠포드 대학교 연구원 쿠르트 호크는 인생의 행복이 바로 코 위에 걸려있는 안경과도 같다고 했다.

가장 가까운 곳에 있기 때문에 하찮게 생각되는 것들, 바로 그 속에 우리의 행복이 묻어 있다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잃어버린 뒤에야 비로서 그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데 바로 지금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평소 장애인 문제와 같은 보건·복지 관련 분야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던 필자에게 그들의 고충을 직접 체험 할 수 있는 계기가 생겼다.

그만 사고를 당해 왼쪽 다리가 골절되고 만 것이다.

바로 지난 4주간 글을 쉬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운동이라면 모두 좋아했고 특히 거친 종목을 즐기던 필자였기에 작은 부상들은 그 전에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이번처럼 다리가 부러지는 중상은 처음이다.

그리고 앞으로 8주 또는 16주까지도 갈 수 있다는 의사의 설명을 들을 때는 정말이지 믿고 싶지가 않았다.

아니, 항상 건강만큼은 자신이 있었던 필자였기에 적어도 4주에서 최고 6주면 일어나 걸을 수 있으리라 스스로 진단하고 싶었던 것이다.

자신의 병세에 대해 희망을 갖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너무 쉽게 생각하면 오히려 독이 되어 깊은 우울증에 빠질 수 있는데 지금의 필자가 딱 그 사정이다.

이제는 진통이 많이 사라져 보조기구에 의지해 간간히 외출도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지난 4주간은 정말 끔직한 악몽이었다.

더디게 진행되는 회복과정이 그야말로 사람을 지칠 데로 지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얼마를 더 기다려야 자유롭게 걸을 수 있을지 감을 잡을 수 가 없었고 4주면 기대했던 회복 증세들조차 좀처럼 느낄수가 없었다.

오히려 처음과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아 걱정만 함께 할 뿐이었다.

대부분의 시간들은 진통제의 약 기운으로 버텨야만 했지만 두 가지 주제에 대해서만큼은 깊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지금 내가 잃고 있는 것들이 무엇 인가에 대한 생각 이었고 또 둘째는 장애인들의 고충에 관한 문제에 대해서였다.

사실, 다리를 한쪽을 쓰지 못할 때 할 수 없게 되는 일들이 이리도 많으리라고는 전혀 상상 하지 못했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거의 없으니 모든 일들을 가족들에게 의존 해야 했고 이로 인해 생기는 미안한 마음은 자신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무책임감으로 이어져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하고 비중이 있는지를 제대로 실감하게 해주고 있었다.

그저 생활비만 해결해 주면 적어도 80% 이상의 책임은 다하는 게 아닐까 하는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주변에는, 왜 그리 남자의 손을 필요로 하는 일들이 많은지, 또 그 일들이 처리되지 않은 채 방치되어 있거나 아니면 처의 손 또는 아이들의 손에 의해 힘들게 처리되는 모습을 지켜 볼 때 어찌나 측은해 보이던지 가슴속으로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이제 돌을 갓 넘긴 막내아이가 아장아장 걷기 시작 할 때는 너무 귀여워 다가가서 안아 주고 싶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에 한없는 무기력감만을 느끼게 된다.

이제껏 살아오며 전혀 가질 수 없었던 그런 애틋한 감정이었다.

지난 4주간 갖게 된 교훈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장애의 몸으로 평생을 보내야 하는 분들의 고충을 뼈 속 깊이 새길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생활이 이토록 제한적일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었다.

특히 육체의 고통뿐 아니라 심리적으로 겪게 되는 무형의 고통에 대해 실체를 알기 힘들었는데 이제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많은 장애인들이 자기 주변에 벽을 쌓고 서서히 외부로부터 자신을 고립 시킨다.

이는 주변에 도움이 없어서가 아니다.

도움을 얻기 위해 손을 내미는 과정에서 그리고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무기력감과 자괴감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이런 심리적인 요소들이 결국 당사자를 사회로부터 격리 시키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로 인해 사랑하는 가족, 친척, 혹은 친구들의 고통을 지켜볼 수밖에 없게 되는데 바로 이런 이유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에 대해 더욱 깊이 있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일을 통해 평소 알고 지내던 장애인분들 그리고 필자의 고향인 안양지역에서 정치 활동을 하시는 심재철 의원(다리 장애를 갖고 계심)님께 지면을 빌어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경의를 표하고 싶다.

인간은 ‘생각의 길’을 걸어가는 동물이라 했다.

어떤 생각을 언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수도 있을 것이다.

바로 지금의 어려운 시간이 필자에게 그런 역할을 해주리라 믿는다.

다리 골절상이야 수개월 후 회복이 되어 다시 걸을 수 있게 되겠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얻게 된 중요한 교훈은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이제 더욱 열심히 살리라! 다리 하나를 부러뜨려가며 얻게 된 교훈들이니 어찌 쉽게 잊을 수 있으랴! 세상의 많은 진리 중 건강을 우선으로 하는 진리만큼은 결코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다음주에는 이번 일을 통해 직접 체험하게 된 미국의 건강보험과 의료비용 산출 문제 등에 대해 소개 하고자 한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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