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방관의 아내다.

최지혜 / / 기사승인 : 2009-09-30 17:5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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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연(연수구 동춘2동·32) 나는 소방관의 아내다.

소방관의 아내가 되려고 해서 그의 아내가 된 것도 아니다.

한 남자를 사랑해서 결혼을 하니 그 남자의 직업이 소방관이었다.

영화 ‘해운대’를 보면 자신의 사랑하는 여인을 앞에 두고 한 시민을 구하기 위해 거대한 쓰나미 속으로 몸을 던진 구조대원이 나온다.

영화를 보고 가슴이 먹먹해서 한동안 침묵했던 것 같다.

그 구조대원은 재난 앞에서 영웅적 주인공이 되기 위해 목숨을 던진 것이 아니라고 본다.

그 순간 자신의 구조대원이라는 본분에 충실했을 뿐이었다.

그는 내 남편이 그러하듯 직업이 주어지는 순간 불보다 뜨거운 열정으로 뛰어들었을 것이다.

그 쓰나미가 두렵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사랑하는 사람이 애타게 부르는데 놓칠 수 없는 사랑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구조대원으로써 사명을 다한 것이다.

누구는 소방관의 아내는 ‘불꽃의 심장을 지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는 사이렌 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멎어버릴 것 같았던 시간이 있었다.

관할지역 화재 뉴스는 먼저 나오고 교대시간이 지나도 연락이 되지 않으면 출동이니 전화도 못 해보고 어제본 남편의 얼굴이 마지막은 아니었을까 공포에 시달리는 때도 있었다.

나는 남편 앞에서 언제나 씩씩한 척 하지만 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불꽃의 심장도 가지고 있지를 않다.

어쩌면 이길 수 없는 재난에 도전하는 남편을 위해 양초 같은 마음으로 기도를 할 뿐이다.

불꽃의 심장은 아닐지라도 내 몸을 태워 불을 밝힐 줄 아는 양초 같은 아내로 사는 것이 숙명이라 생각했다.

“남편이 소방관이라고요? 그거 위험해서 어떻게 해요? 불안하겠어요?” 이런 말을 자주 듣는다.

물론 마음은 편치가 않다.

하지만 사나이로 태어나 한 인간의 나약한 공포를 이겨내고 그것이 내 자신이 아닌 타인의 목숨을 지키는 직업인으로 사는 것이라면 이보다 훌륭한 직업은 없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을까.

극한 직업이 있기에 모두가 존재하는 가치가 되고 빛이 되는 일이 아니겠는가.

하물며 나는 그런 훌륭한 직업의 아내가 되었으니 남편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줄 아는 성숙한 내면을 가진 아내로 살아갈 것이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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