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ce’s Restaurant!

김유진 / / 기사승인 : 2009-10-05 15:3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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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영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 연구원 샌프란시스코 남쪽으로 산타쿠루즈 산맥에는 ‘Skyline Blvd’라 불리는 35번 지방도로가 있다.

2차선의 작은길이지만 그 경관이 뛰어나게 아름다워 많은 이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정상의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이 도로는 서쪽으로 태평양, 동쪽으로 실리콘밸리, 그리고 중간중간의 울창한 원시림 등 그야말로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오는 곳이다.

특히 주말이면 수많은 연인들의 드라이브 코스로 이용됨은 물론이고 오토바이 매니아들과 스포츠카 매니아들에게 있어서도 꼭 방문해야 하는 순례지?이기도 하다.

그리고 남북으로 뻗어있는 이 도로 중간쯤에는 ‘Alice’s Restaurant’이라는 유명한 명소가 있다.

바로 60년대 미국의 대항문화(Counter Culture Movement) 유산이 전해져 내려오는 곳으로 1967년 동명으로 발표된 ‘알로 거스리’의 노래가 대중들의 인기를 끌면서 유명해진 곳이기도 하다.

독백의 형태로 18분간이나 이어지는 이 노래는 1965년 추수감사절에 일어났던 실화를 바탕으로 당시의 사회상과 대항문화 철학의 일면을 보여주고 있다.

줄거리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앨리스 식당에서 나온 쓰레기를 치우려던 ‘거스리’는 명절 기간 동안 쓰레기 하치장이 문을 닫아 부득이하게 쓰레기를 무단투기 하게 된다.

그러나 곧 경찰에게 적발되어 범죄 행위로 기소가 되고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범법자라는 낙인이 찍히게 된다.

그 후 ‘거스리’는 베트남전 파병을 위한 동원 명령을 받게 되지만 입대전 적격심사에서 범법자라는 전력으로 도덕성 심사를 받게 된다.

이에 대해 그는 쓰레기를 버린 것이 군인이 되어, ‘부녀자와 아이들을 죽이고 집과 마을을 불태우는 것’ 보다 도덕적으로 더 문제가 되는 현실 그리고 그로 인해 부적격 판정을 받게 된 상황이 참 아이러니 하다고 노래를 한다.

당시 사회의 단면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러한 대항문화의 기류는 국내에도 많은 영향을 가져오게 되는데 당시 청춘세대들에게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당시의 대항문화를 새롭게 해석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다.

그때 추구하고자 했던 이상적인 사상들이 시대 발전에 얼마나 역행적으로 작용했었나에 대한 논의가 여러 곳에서 일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상황을 다른 각도에서 정리를 해보자.

50, 60년대는 미국 역사상 최고의 황금기로 기록되고 있는 시기다.

2차 대전 후 유럽 재건을 위한 미국의 역할 그리고 뉴딜정책에 의한 공공지출 확대와 복지수준 향상 등으로 개국이래 가장 풍요롭고 소득격차가 적은 이상적인 사회를 맞이하고 있었다.

통계 자료에 따르면 물가상승 고려 소득수준도 지금보다 오히려 높았던 것으로 나온다.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사회적으로 안정되었던 이 시기에 숫적으로 월등했던 베이비 붐 세대들이 성장세력으로 등장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대항문화이며 히피문화였던 것이다.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향락적이며 힘들고 어려운 것은 던져버리고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행복을 추구하려는 이 이상적인 사상은 지금처럼 어려운 경제 여건속에서는 나오기 힘든 현상이기도 하다.

깨끗하고 투명한 옷을 입고있는듯한 그들이었지만 실제로는 추악하고 탐욕스러운 인간의 모습을 그대로 다시 보여주게 된다(모두가 다 그랬다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우드스톡과 비슷한 행사인 알타몬트에서는 살인, 강간, 마약 등이 난무했고 교육을 거부했던 수많은 젊은이들은 학교를 뛰어 나와 산과 들로 혹은 뒷골목으로 주요 활동무대를 바꿨다.

70년대로 들어서면서 미국의 모습은 크게 바뀌게 된다.

오일파동과 인플레이션 그리고 저하된 생산성 등으로 경기는 침체되고 사회분위기는 어두어져만 간다. 80년대에 들어서면서 경제는 좀 나아지지만 이전처럼 풍요롭고 안정적인 모습은 아니었다.

아무리 강물처럼 때로는 거칠고 때로는 평화롭게 흐르는 것이 역사라지만 미래를 책임질 젊은세대 다수의 방종이 다가오는 경제위기들과 무관했었다고 어찌 얘기할 수 있겠는가?

바로 이 시기, 아시아의 주요 국가들은 배고픔을 대물림 하지 않도록 자식 교육에 열을 올렸고 그 결과, 미국 주요 대학의 아시아권 고급인력들은 미국주류사회가 가장 주시하는 주요 경계대상으로 꼽히게 되었다.

미국 역사상 가장 좋았다던 시절은 그렇게 지나가고 만 것이다.

결국 경제적 차별화가 사회경제발전의 필수라는 시장주의적 이론을 다시 한 번 증명해 보이는 듯하다.

오바마 대통령의 집권 이후 소득격차를 줄이고 사회 불균형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여러 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높은 소득의 CEO들을 맹비난하며 서민들의 잘살 수 있는 권리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부도덕적이고 비윤리적인 사회 풍토에 대해서는 재론의 가치가 없다.

하지만 우리가 망각하지 말아야 할 사실은 불공평을 인정받을 수 있을 정도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사회 여러 곳에서는 무늬만 미국인이고 그 속은 제3세계 국가의 삼류노동자 보다 못한 모습을 많이 목격했다.

이들에게는 불공평을 얘기하고 열심히 노력해서 부를 축적한 사람들을 비난할만한 자격이 없어 보인다.

우리 대한민국의 모습도 예외는 아니다.

사회지도층이라 할 수 있는 정치권에서부터 교육계 그리고 경제계에 이르기까지 우리 모두의 자격이 ‘대한민국’ 국가 위치에 맞는 수준에 올라있는지를 점검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국가 선진화를 이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과거 속에 묻혀있는 앨리스즈 레스토랑을 바라보며 지난날의 향수만 달래볼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가려져 있는 숨겨진 교훈도 함께 꼭 보았으면 한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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